중국산 콘텐츠의 공세가 거세다. 게임은 물론 웹툰과 웹소설까지 관련 한국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가고 있다. ‘대륙의 실수’로 불리며 구매가 확산된 샤오미 제품과는 또 다른 양상이다.
중국산 콘텐츠의 인기 요인은 ‘싸서’가 아니라 ‘재미있어서’다. ‘중국산=한국산의 아류’라는 인식은 엷어졌다. 대신 중국에서 ‘15억 명이 선택해 검증된 것’이라는 인식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중국 게임, 국내서 잇따라 홈런2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들어 국내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가장 ‘핫한’ 화제 중 하나는 중국산 미소녀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인 ‘명일방주’다. 국내 명일방주 전용 커뮤니티에는 20만 개에 가까운 글이 올라왔다. 국내 공식 카페 회원 수도 5400명에 달한다. 국내에 정식 출시되지 않았는 데도 관심이 뜨겁다.
명일방주가 중국에서 출시된 것은 지난 5월이다. 이후 중국 앱스토어 매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7년 한국에서 인기를 끈 중국산 RPG 게임 ‘소녀전선’의 디자인 담당이 이 게임 개발에 투입됐다. 명일방주 국내 팬 상당수가 소녀전선 이용자다.
명일방주는 올겨울 국내에 상륙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게임사들은 명일방주 출시 일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게임사 관계자는 “명일방주는 확고한 마니아층을 보유한 게임”이라며 “명일방주 출시 시기에 비슷한 콘셉트의 게임을 출시하는 건 가능하면 지양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국내 시장에서 중국산 게임은 그야말로 ‘진격’이다. 이날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톱10’ 게임 중 4개가 중국산이다. ‘라이즈 오브 킹덤즈’가 2위를, ‘라플라스M’이 6위를 차지했다. ‘랑그릿사’와 ‘기적의 검’도 9·10위에 올라 있다.
웹툰·웹소설도 유료 독자 유혹2017년 이후 국내 웹툰·웹소설 시장에서도 중국 작가 작품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네이버웹툰, 카카오페이지, 레진코믹스 등에서 유통된 중국 웹툰은 약 500편이었다. 올해는 전체 플랫폼을 합쳐 약 1000편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추산했다.
‘엘피스 전기’ ‘정령사’ ‘신인왕좌’ ‘싱글맘은 스파이’ 등이 인기를 끈 중국 웹툰이다. 이들 작품은 네이버웹툰, 카카오페이지 등에서 꾸준하게 조회 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웹소설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천재소독비’ ‘학사신공’ ‘보보경심’ 등이 네이버 시리즈나 카카오페이지에서 조회 수 상위권에 올랐다. 올해 말까지 출간이 예정된 중국 웹소설만 100여 편이다.
중국 웹툰·웹소설은 국내 유료 독자를 정조준한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 레진코믹스 등은 결제하면 더 빨리 볼 수 있는 콘텐츠와 아예 처음부터 유료인 콘텐츠를 공급한다. 어떤 방식이 됐든 작품의 인기에 따라 결제액이 늘어난다. 불법 복제와 무료 문화가 만연해 좀처럼 유료 결제를 하지 않는 중국 웹툰·웹소설 플랫폼 시장과 차별화된다.
이용자 수가 많지만 실질적인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게 중국 시장의 큰 약점이다. 중국 등 세계 100여 개 국가에 진출한 네이버웹툰이 꼽은 주요 3대 시장(한국 미국 일본)에서 중국이 빠져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