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25일(16:0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우리은행이 보유 중인 우리금융지주 지분 4.0%를 대만 푸본금융그룹에 매각한다. 그동안 우리금융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해 온 오버행(주식 물량 대량 출회 가능성) 리스크가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이달 계열사인 우리카드와 우리종금을 자회사로 전환한데 이어 해외 금융사를 우호 주주로 확보하면서 그룹 경영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한국경제신문 6월 22일자 A9면 참조
25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날 장 마감후 보유중인 우리금융지주 주식 4.0%(2889만707주)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한다. 매각 상대방은 대만 푸본금융그룹의 자회사인 푸본생명이다. 주당 매각 가격은 1만2408원 으로, 이날 우리금융 종가(1만2400원) 대비 소폭 높은 가격이다. 총 매각 규모는 약 3585억원이다. 골드만삭스가 매각을 주관했다. 이번 지분 매각 이후 우리은행이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은 1.8%로 줄어들게 됐다.
이번 지분 매각을 계기로 우리금융의 주가에 발목을 잡아 왔던 ‘오버행’ 이슈가 대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우리금융은 올해 초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며 6개 계열사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그러나 매각 과정에서 오버행 이슈가 생길 수 있는 우리카드와 우리종금은 우선 우리은행의 자회사로 남겨뒀다. 이후 지난 10일 우리금융은 두 회사의 지분을 완전히 사들이며 자회사로 전환했다. 우리카드 지분 100%를 사들이는 대가는 지주가 보유한 현금 5983억원과 자사주 신주 5.83%(약 4210만주)로 지급했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이 우리금융 지분 5.83%를 갖게 됐지만 이를 매각하는 것이 과제로 꼽혀 왔다. 은행은 지주사 지분을 보유할 수 없어 6개월 안에 이를 매각해야 한다.
이번 지분 매각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주와 은행이 공동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적극적으로 투자자 유치 활동을 벌여 왔다. 지분을 장중에서 매각하면 매각 물량이 많아 주가가 폭락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매각 관계자는 “손 회장이 일반 주주 등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게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 고심해 왔다”며 “우리금융의 기업가치에 대해 지속적으로 설득함으로써 해외 장기 투자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이번 매각 이후에도 남은 우리금융 지분 1.8%를 추가로 매각해야 한다. 현재 중동 국부펀드 등 또다른 해외 기관 투자자와 매각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내달 유럽 및 북미 지역 투자설명회(IR)에 나서는 만큼 최대한 빨리 매각한다는 게 은행의 방침이다.
대만 푸본금융그룹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사업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푸본그룹의 생명보험 계열사인 푸본생명은 대만의 2위 생보사다. 지난해 현대라이프생명을 인수해 푸본현대생명으로 간판을 바꿔달고 국내 보험시장에 진출했다. 이번 거래를 계기로 우리금융의 과점 주주로도 올라서게 된다. 국민연금을 제외한 과점 주주 중에는 지난 6월 기준 IMM PE(5.96%)에 이어 두번째로 지분율이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분 매각을 계기로 푸본그룹이 과점 주주로 올라서게 되는 만큼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 수 있을 것”며 “시간외 대량매매를 할 때는 대개 종가 대비 할인율을 적용해 낮은 가격에 넘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매각은 종가와 거의 비슷한 수준에서 가격이 결정돼 주가에도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올해초 1만5000원대를 웃돌았던 우리금융 주가는 지난달 1만1000원선까지 떨어졌다가 이달 들어 1만2000원선을 회복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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