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2032년 남북한이 함께 하계올림픽을 유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보이콧’ 가능성이 점쳐졌던 도쿄올림픽에도 남북이 공동진출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만나 2020년 도쿄올림픽 남북 공동진출,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 공동유치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이 남북대화와 북미대화로 이어지는 아주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며 “기적 같은 일은 전적으로 우리 바흐 위원장님과 IOC의 아주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작년 평창에서 시작된 평화의 열기가 2032년 남북공동올림픽으로 이어져서 우리 한반도의 완전한 평화로 완성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청와대는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 남북 공동진출을 위한 한국과 IOC 간 협력이 한층 더 확대·심화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이처럼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도 올림픽을 통한 국제교류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재차 강조한 것은 ‘평화’에 국정운영 방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 순방길에서 3차 미·북 정상회담을 견인하기 위해 모든 힘을 쏟은 셈이다.
문 대통령은 같은 날 유엔본부 경제사회이사회 회의장에서 열린 간디 탄생 150주년 기념 고위급 행사에서도 “‘평화로 가는 길은 없다, 평화가 길이다’는 간디의 가르침은 유엔의 정신이자 한반도 평화의 나침반”이라며 “항구적 평화의 시대를 열고 있는 한국인에게 간디는 지혜와 용기를 주는 위대한 스승”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만남은 순방기간 내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퍼스트레이디 간 어색한 짧은 만남이 연출됐다. 문 대통령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와 아베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 여사는 이날 유니세프 주최 행사에서 만나 가볍게 포옹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여사는 이날 연설 도중 “존경하는 마틸드 필립 왕비님, 아베 아키에 여사님, 타마라 부치치 여사님, 미셸리 보우소나루 여사님…” 등 아키에 여사의 이름을 언급하기도 했다. 연설을 마친 뒤에는 행사장 밖으로 걸어 나가던 김 여사가 아키에 여사를 발견해 다가갔고, 김 여사가 먼저 오른손을 내밀어 아키에 여사의 왼손을 꼭 잡았다.
3박5일 간의 뉴욕 순방을 마친 문 대통령은 26일 오후 귀국한다. 문 대통령은 다음 날인 27일 일정을 비운 채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후폭풍 등 밀린 국내 현안에 대한 보고를 받고, 참모들과 한미 정상회담 후속 조치 등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