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그 순간에 별 하나하나를 칼 세이건의 과학책에서 설명했던, 혹은 반 고흐의 그림에서 봤던 별과 비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들의 표현은 밤하늘의 별들을 묘사하기에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명
현명한 사람은 게슴츠레 눈을 뜨고 보려는 마음을 가다듬고, 두 눈을 부릅뜬다. ‘賢明’이란 한자는 심오하다. ‘현(賢)’자는 눈을 크게 뜨는 모양을 형상화한 한자로 ‘신(臣)’과 오른손을 의미하는 ‘우(又)’로 구성돼 있다. 현명한 사람은 그가 마주친 사물이나 사람을 오른손으로 자꾸 눈을 비벼 크게 떠서 있는 그대로 보려는 것을 자신만의 가치로 여기는 사람이다. ‘賢’자 아래에 돈과 가치를 의미하는 조개 패(貝)가 들어간 이유다. 현명한 사람은 세상이 정해 놓은 편리한 이념인 이분법(二分法)에 매몰되지 않는다. 그는 두 눈으로 확인한 것만 믿는다. 그는 나와 너, 선악, 명암, 남녀, 노소, 명암과 같은 구분을 초월한다. 그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그것 자체로 보기에 즉흥적이고 매력적이다.
흔히 ‘밝을 명’으로 알려진 한자 ‘明’은 사실 형용모순(形容矛盾)이다. 우리가 보기에 해와 달이 동시에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양이 나타나면 달은 자취를 감출 뿐 완전히 소멸한 것은 아니다. 밤이 되면 오히려 태양이 지구 뒤로 사라지고 낮에 보이지 않았던 달과 별들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낮이나 밤이나 하늘에는 항상 해와 달이 공존한다. 현명한 사람은 매순간 과거에 가졌던 자신의 생각, 말, 행동을 포기하고 지금 이 순간에 몰입해 해를 남들이 말한 대로의 해로만 보지 않고, 달을 달로만 보지 않는 사람이다. 그는 지금 관찰하고 확인한 그것만 믿는 사람이다. 그는 오늘 믿는 것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지만, 그것도 시간이 흐르면 자연히 과거가 돼 내일이면 과감히 유기하고 새로운 믿음을 만들 것이다.
소피아
고대 그리스인들도 ‘현명’을 인간과 인간이 구축한 도시문명의 핵심으로 여겼다. 고대 그리스어로 현명은 ‘소피아(sophia)’다. 소피아는 기원전 4세기에 등장하기 시작한 플라톤 철학, 헬레니즘 철학과 종교, 영지주의 그리고 그리스도교 사상의 기반이다. 소피아의 의미는 한자 ‘賢明’과 비슷하게 ‘똑똑한, 영리한’이란 의미다. 가장 오래된 그리스 문헌인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서는 수공업과 예술에 재주가 있는 장인(匠人)의 신인 헤파이스토스와 기술과 직물, 요리의 신인 아테나의 별칭이다. 플라톤 이전에는 경험을 통해 습득된 실질적인 기술에서 터득한 기술을 의미했다. 좀 더 폭넓은 의미의 ‘분별력, 실용적인 지혜’를 의미하는 그리스 단어는 ‘프로네시스(phronesis)’다.
철학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필로소피아(philosophia)’는 플라톤이 자신의 스승을 부르는 용어에서 출발했다. 소크라테스는 델피 신전에서 받은 신탁에서 ‘소포타토스’ 즉, ‘가장 지혜로운’이란 칭호를 받았다. 소크라테스는 ‘가장 지혜로운 자’라는 칭호를 받게 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당시 지식을 젊은이들에게 돈을 받고 팔았던 소피스트들은 자신들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착각했다. 현명함의 시작은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아는 데서 시작한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이전에 등장한 《안티고네》는 소피아의 의미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테베 왕 크레온은 현명하지 못하다. 그는 권력을 쥐자 ‘자신의 말이 곧 법이 된다’고 착각하는 ‘독재자’가 됐다.
독재(獨裁)
독재자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 ‘타이런트(tyrant)’는 고대 그리스 단어 ‘튀라노스’에서 유래했다. 튀라노스는 현대적 의미의 독재자가 아니라 단순히 ‘도시의 통치자’란 뜻이다. 그러나 후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튀라노스를 나쁜 통치자로, 왕이란 의미의 ‘바실레이오스’를 좋은 통치자로 구별했다. 이 구별은 로마시대로 이어져 라틴어 ‘티라누스(tyrannus)’는 ‘불법 통치자, 독재자’란 의미로 전락시키고 ‘왕, 통치자’는 ‘렉스(rex)’란 단어를 사용했다. 고대 그리스의 튀라노스는 귀족정치와 신정정치에서 벗어나면서 등장했다. 고대 그리스의 왕정과 신정에서 벗어나 민주정으로 가는 길목에 튀라노스 정치가 있다. 《안티고네》는 크레온을 독재자로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크레온은 가부장적일 뿐 아니라 남성주의적이다. 그는 말한다. “우리는 법질서를 옹호해야 하고 결코 한낱 계집에게 져서는 안 된다. 꼭 져야 한다면, 우리가 한낱 계집에게 졌다는 말을 듣느니 남자에게 지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크레온은 왕과 신하, 아버지와 아들, 남성과 여성이라는 위계질서를 고수하는 것이 도시문명을 유지하는 원칙이자 도덕이라고 착각한다.
기억해주세요
현명한 사람은 매순간 과거에 가졌던 자신의 생각, 말, 행동을 포기하고 지금 이 순간에 몰입해 해를 남들이 말한 대로의 해로만 보지 않고, 달을 달로만 보지 않는 사람이다. 그는 지금 관찰하고 확인한 그것만 믿는 사람이다. 그는 오늘 믿는 것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지만, 그것도 시간이 흐르면 자연히 과거가 돼 내일이면 과감히 유기하고 새로운 믿음을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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