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지난 2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또다시 강조했다. 미·북 실무협상과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앞두고 연일 북한에 유화 메시지를 보내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의 회담에 앞서 기자들에게 “적어도 지난 3년 동안 이 나라에서 일어난 가장 좋은 일은 내가 김정은과 매우 친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김정은)의 나라(북한)는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북핵 문제에 대해선 “해결될 것이라고 말하지 않겠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도 “오랫동안 핵실험이 없었다”며 자신의 외교 성과를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김정은과의 ‘좋은 관계’를 거론한 이유는 조만간 열릴 미·북 실무협상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을 향해 협상 테이블에서 비핵화 결단에 나서야 한다고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으로도 분석된다.
24일로 예정된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대북 메시지를 낼지도 주목된다. 그는 2017년 연설에선 김정은을 ‘로켓맨’이라 부르며 “로켓맨이 자신과 그의 정권에 대한 자살 임무에 나서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지난해엔 “김정은의 용기에 감사하다”며 180도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미·북이 단계적 비핵화 방식으로 포괄적 핵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조지프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차석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새로운 방법’은 북한이 원하는 단계적 비핵화의 수용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또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나 비핵화 최종 단계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앞으로 나아가면 미국도 동시에 그럴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북한도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을 새 카드가 무엇일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미·북 실무협상 북측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20일 담화에서 “조·미(북·미) 쌍방이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으며 실현 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단계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라는 취지가 아닌가 싶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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