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거나 공원을 거닐다 보면 무엇을 말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흉물스러운 공공조형물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예술가를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시민이 예술품을 가까이서 접할 계기를 마련한다는 취지에는 적극 공감한다. 그러나 일부 조형물은 주변 환경과 전혀 어울리지 않고 작품 설명도 제대로 돼 있지 않아 무슨 의미를 전하려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떤 조형물은 인도에 버티고 있어 통행을 방해한다. 평소 관리가 잘 되지 않아 새까만 먼지로 뒤덮여 있거나 녹이 슨 채 방치된 것도 있다. 구색 맞추기에 급급하다 보니 거기서 거기인 판박이 조형물도 넘쳐난다.
이런 조형물들은 미적인 아름다움은커녕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처럼 조형물의 상당수는 시민으로부터 외면받고 방치돼 있으며, 도시는 생뚱맞고 흉물스러운 조형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당초 취지를 살리면서 무분별한 조형물 건립을 막을 대안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그러기 위해선 조형물의 체계적인 건립 기준 마련과 무분별한 설치의 차단, 엄격한 사후 관리 등에 대한 법적·제도적 개선이 절실하다. 건축허가 단계부터 예정 작품의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시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
이미 설치된 것 중에서 적합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조형물의 폐기와 관련해서도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시민 세금으로 건립되는 조형물이 시민의 눈높이에 무게를 둬야 함은 당연하다.
아름답고 품격 있는 공공조형물은 도시의 문화예술 지수를 높이고 관광상품이 되기도 한다. 도시 이미지를 좌우하는 조형물이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는 멋진 예술품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김은경 <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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