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광고 신경전을 펼쳐온 LG전자가 급기야 삼성전자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삼성 QLED 8K TV가 '허위·과장 광고'로 소비자를 호도했다는 이유다.
LG전자는 삼성 8K TV가 "가짜"라고 주장하며 TV 광고를 동원해 삼성전자에 맹공을 퍼부었다. 삼성전자는 LG전자 건조기 사태가 불거진 후 '팩트 체크'가 필요하다며 LG를 겨냥한 건조기 광고를 한 바 있다. LG전자의 공정위 신고로 두 회사간 공방전이 벼랑 끝으로 치닫게 됐다.
LG전자는 20일 삼성전자를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전날 공정위 서울사무소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삼성 QLED TV는 액정표시장치(LCD) TV인데 'QLED'로 표기해 자발광 기술이 적용된 것처럼 소비자를 오인케 했다는 게 골자다. LG전자는 소비자 알 권리 보호를 위해 삼성전자의 허위·과장 표시광고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판단, 공정위에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삼성 QLED TV는 LCD TV에 퀀텀닷(QD) 필름을 추가한 제품으로, 발광다이오드(LED) 백라이트와 광량을 조절하는 액정을 사용해 구조적으로 LCD TV와 동일하다는 게 LG전자의 주장.
LG전자는 지난 7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가전전시회 'IFA 2019'에서 삼성전자의 QLED 8K TV를 "가짜 8K"라며 작심 비판한 후 이같은 주장을 일관되게 펼쳐왔다.
삼성 QLED TV와 자사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비교한 TV 광고도 게재했다. LG전자의 '차원이 다른 LG 올레드 TV 바로 알기' 광고는 IFA 전시회 시점에 맞춰 지난 7일부터 전파를 탔다. 광고 제작과 심의에 상당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LG전자가 진작부터 시간과 공을 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LG전자는 광고에서 "LED TV는 백라이트 때문에 컬러가 과장될 수 있다. 앞글자가 다른 LED TV도 백라이트가 필요한 LED TV"라며 LED TV 앞글자에 알파벳 'Q'를 오랜시간 노출, 삼성 QLED TV를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삼성전자도 앞선 7월 LG전자 건조기 성능과 기술에 '팩트 체크'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광고로 공세를 폈다. '선제공격'이었던 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19일 '건조기 구매 시 필수 체크 포인트'라는 제목의 자사 건조기 광고를 온라인상에 띄웠다. "후회 없는 건조기 선택을 위해 열 교환기(콘덴서)를 눈으로 볼 수 있고 직접 청소 가능한지 확인해보세요. 열 교환기는 기류의 흐름에 따라 먼지가 쌓일 경우, 건조 성능 저하 및 에너지 효율이 감소될 뿐 아니라 위생적인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의 '트롬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 건조기'를 겨냥한 것이었다.
이달 들어서도 LG전자 건조기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을 겨냥, 온라인 광고에 "건조 후 남은 물이 깨끗할까요? 그 물로 열교환기를 청소한다면? 곰팡이 냄새 걱정으로 찝찝하니까"라는 문구를 삽입했다. 삼성전자는 쓰던 건조기를 반납하면 현금으로 돌려주는 프로모션도 진행하며 건조기 업계 1위 LG전자를 맹추격하고 있다.
두 업체의 공방전은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LG전자는 삼성 QLED TV 광고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높여나가겠다고 선언했다.
LG전자는 이날 "기업에게 허용되는 마케팅의 수준을 넘어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에 대해 법에 의거해 필요한 대응을 단호하게 할 예정"이라며 "공정위 신고와 별개로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 향후 디스플레이 업계와 함께 TV 패널 기술에 대한 올바르고 충분한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도 맞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LG전자가 '8K TV 기술 설명회'를 개최한 지난 17일 나란히 기술 설명회를 열어 '정면 충돌'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LG전자의 공정위 신고와 관련해 이날 즉시 입장문을 내고 "국내외 경제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제품과 서비스의 혁신이 아닌 소모적 논쟁을 지속하는 것은 소비자와 시장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라며 "근거 없는 주장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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