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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럭비 월드컵'은 위기에 처한 일본 관광산업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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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선 20일부터 11월 2일까지 ‘2019 럭비월드컵’이 개최됩니다. 한국에선 다소 생소한 대회입니다만 옛 영국 식민지 국가들을 중심으로 럭비가 인기가 많은 국가에선 적잖은 관심을 갖는 대회라고 합니다.(한국은 예선 탈락해 출전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이번이 9회 째로 20개 팀이 참가해 도쿄, 오사카, 요코하마 등 일본 12개 도시에서 치열한 대결을 펼칠 예정입니다.

내년 도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나름 또 하나의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열게 된 일본에선 럭비월드컵에 대한 언론의 주목도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대형 국제 스포츠 대회를 통해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소비심리를 개선하고, 둔화 조짐이 뚜렷한 일본 관광산업을 부활시키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목소리도 늘고 있는 모습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럭비월드컵 조직위원회는 이번 대회의 경제효과가 4372억엔(4조8241억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대회 조직위원장인 미라타이 후지오 캐논 회장은 “48경기 모두 관중석이 만원이 되는 것이 목표”라며 유럽과 호주 등 해외 판매분 티켓 50만장이 거의 대부분 판매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실제 조직위에 따르면 총 180만장 티켓의 95%가량이 이미 판매됐다고 합니다.

일본은 이번 대회를 계기로 유럽과 호주 등에서 많은 관광객이 방문해 장기간 체류하며 일본 각지를 돌아다닐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근 정체상태를 보이고 있는 관광산업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특히 소비여력이 높은 유럽과 호주 관광객들의 일본 방문이 늘 경우, 숙박을 비롯한 관광객 소비 등 간접적인 경제효과가 적잖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일본 내에선 이번 대회기간 동안 일본 국내인 소비가 160억엔(약 1764억원)늘어나고 해외 방문객들이 1057억엔(약 1조1661억원)가량을 소비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특히 결승전과 준결승 2경기 등 총 7경기가 열리는 요코하마시의 기대가 큽니다. 요코하마시는 이번 대회로 시의 소비증대효과가 98억엔(약 1081억원)에 이를 것으로 점쳤습니다. 실제 럭비 경기장과 가까운 신요코하마프린스호텔의 경우, 경기가 치러지는 7일 동안엔 객실이 동이 났다고 합니다. 숙박료도 전년 동기대비 30%나 높아졌습니다.


주요 경기가 열리는 도시 사이에 있는 히로시마시에서도 로열호텔히로시마의 10월 숙박매출의 16%를 호주, 뉴질랜드 단체손님이 차지하는 등 ‘낙수 효과’를 보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대회 후원사이자 일본 최대 여행사인 JTB는 경기 관람과 호텔 숙박 등을 조합한 여행상품(1인당 2만~40만엔)을 독점 판매 중인데 이미 거의 매진상태라고 합니다.

맥주 등 주류 업계도 대회기간 판매 증대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기린맥주는 9월 요코하마 공장에서 ‘하이네켄’브랜드 맥주생산을 전년 동월대비 3.4배 늘리고, 10월에는 2.6배 증산할 방침입니다. 각종 유니폼과 기념품 판매도 늘 것으로 보입니다. 주최국인 일본 대표팀 유니폼은 1만엔(약 11만원)의 적지 않은 가격임에도 7월 이후 한 달간 5만장이 팔렸습니다. 대회가 공식 개막하면 20만장 가량 판매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한·일 관계 악화로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급감한 영향으로 일본 관광산업은 현재 ‘비상등’이 켜진 상황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올 8월에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 수(30만8700명)는 전년 동월(59만3941명) 대비 48.0%나 급감하며 3년3개월만의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올 1월(77만9383명)에 비해선 3분의1 수준에 불과한 수치고 월별 한국인 일본 방문객수가 30만명대로 떨어진 것은 2016년 5월 이후 처음입니다. 중국에 이어 일본 방문 관광객 수 2위를 줄곧 차지했지만 지난달엔 대만(42만300명)에 2위 자리도 내줬습니다.

이처럼 한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지난달 일본은 찾은 외국인 관광객 전체수도 전년 동월 대비 2.2%감소한 252만100명을 기록했습니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은 “일본 방문 관광객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인 방문이 급속하게 위축되면서 11개월 만에 전체 방문객 수도 전년 동월대비 수준을 밑돌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본 언론들은 한·일 관계 악화가 마침내 일본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며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위기에 처한 일본 관광산업은 때마침 개최되는 럭비월드컵에 큰 기대를 거는 모습입니다. 과연 럭비월드컵은 일본 관광산업에 구세주가 되고, 일본 소비를 소생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일본 관광산업이 빠르게 정점을 지나 하락국면으로 접어드는 것을 잠시 지연시키는 지엽적인 효과만 발할까요. 그 결과가 주목됩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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