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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없죠? 영화·책·뉴스 요약해 드립니다"…커지는 서머리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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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소연 씨는 출근길에 책 한 권을 전부 읽는다. 정확하게는 월 구독 기반 독서 서비스 ‘밀리의 서재’가 제공하는 리딩북이라는 콘텐츠를 즐긴다. 스마트폰으로 앱(응용프로그램) ‘밀리의 서재’를 이용하면 336쪽 분량의 책 <초격차>의 주요 내용을 30분 만에 파악할 수 있다. 퇴근길에는 SBS의 유튜브 채널 ‘SBS Catch’에서 과거 인기 드라마 ‘시크릿 가든’ 20편(편당 1시간)을 30분으로 요약한 영상을 본다.


경제·경영서도 30분이면 뚝딱

도서, 영화, TV 프로그램 등 각종 콘텐츠를 요약해 제공하는 ‘서머리(summary) 콘텐츠’ 시장이 커지고 있다. 드라마, 영화 등 분야에서 도서, 스포츠 중계 등으로 관련 산업이 확장하는 추세다.

최근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이 요약 콘텐츠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주 타깃인 1030세대의 취향에 재빨리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 콘텐츠 스타트업인 알려줌은 지상파 방송국과 계약을 체결했다. 시사·교양·보도 TV 프로그램을 5분 정도로 요약·정리해 다음달부터 월정액제 방식으로 유통할 계획이다.

밀리의 서재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밀리의 서재는 리딩북을 개발해 지난해 7월부터 유통하고 있다. 오디오 콘텐츠와 전자책을 결합한 새로운 방식의 독서 콘텐츠다. 책 분량에 상관없이 핵심 내용을 축약해 음성으로 30분 정도 들려준다. 지금까지 리딩북으로 다룬 도서는 500여 권이다. 밀리의 서재는 내년까지 800권으로 제공 도서를 늘릴 계획이다.

지난 8월에는 또 다른 방식의 도서 요약 콘텐츠인 ‘챗북’을 선보였다. 메신저 채팅 창에서 대화하듯 책의 주요 내용을 15~20분에 걸쳐 전달하는 서비스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전문 지식이 집약된 경제·경영 분야 책을 이용자들이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게 챗북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스포츠는 AI가 주요 장면 요약

시사 분야에서도 요약 콘텐츠 서비스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디어 스타트업 뉴닉은 각종 시사 현안을 정리한 이메일을 뉴스레터 형식으로 회원들에게 보낸다. 지난해 12월 서비스를 시작해 지난 8월 기준 6만 명 넘는 회원을 확보했다.

이 서비스는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쉽게 전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16일 ‘불 탄 사우디의 심장(사우디 석유시설에 대한 드론 공격)’이라는 뉴스레터를 통해 ‘그런데 불은 왜 난 거야?(사건 원인)’, ‘그럼 예멘은 사우디에 왜 그랬대?(예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등 궁금증을 젊은 세대가 쓰는 간결한 문체로 풀어냈다.

스포츠 정보 요약 콘텐츠는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스포츠 애호가들이 가장 많이 찾는 콘텐츠 중 하나인 경기 하이라이트를 중심으로 서비스된다. 기존에는 경기가 끝나고 몇 시간 뒤 사람이 편집한 장면을 제공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다. 프로야구의 경우 3시간이 넘는 경기가 끝나면 거의 실시간으로 주요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는 지난달부터 한국 프로야구 경기의 득점 상황만 자동 편집해 보여주는 ‘AI 득점 하이라이트’ 동영상을 서비스하고 있다. 성하경 네이버 스포츠개발담당자는 “대부분 경기 종료 후 5분 안에 AI 득점 하이라이트가 제공된다”고 설명했다.

게임업체 엔씨소프트도 야구 정보 앱인 ‘페이지’로 주요 장면을 내보낸다. 경기가 끝난 직후 10분 안에 하이라이트 장면을 15~20분 분량으로 축약해 보여주는 콘텐츠다.

‘타임푸어족’에게 각광받아

유튜브와 팟캐스트에서는 서머리가 주요 콘텐츠로 이미 자리를 잡았다. 유튜브에서 영화 제목을 검색하면 5분 내외로 영화의 주요 내용을 정리하고 해설까지 해주는 채널이 수두룩하다.

‘고몽’(19일 기준 92만 명) ‘소개해 주는 남자’(42만 명) 등 구독자 수가 수십만 명에 달하는 채널도 여럿이다. 고몽이 2006년 개봉된 영화 ‘캐쉬백’을 요약해 만든 9분짜리 동영상은 조회 수가 629만 건에 달한다. 팟캐스트 앱 팟빵은 도서 관련 채널이 1200개를 웃돈다. 상당수가 책 소개 또는 책의 주요 내용을 알려주는 콘텐츠다.

요약 콘텐츠 산업을 이끄는 주된 동력은 시간이 부족한 젊은 세대의 새로운 소비문화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콘텐츠는 급증하고 있는데 소비할 시간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난 6월 채용 정보 제공업체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직장인과 아르바이트 직원 1628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직장인의 64.5%와 아르바이트 직원의 60.9%가 ‘타임푸어족(시간 빈곤층)’이라고 대답했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휴대하는 스마트폰의 성능이 향상되고 무선 데이터 비용이 저렴해지면서 각종 요약 콘텐츠에 대한 수요도 커졌다”고 말했다.

김주완/안효주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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