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들이 20만 개 넘는 별로 가득 찬 남반구 별자리 지도에서 특정한 천체를 찾는 데 169일이 걸린다. 그러나 중국 화웨이가 상하이 천문대와 함께한 프로젝트에서 화웨이의 새 인공지능(AI) 훈련 플랫폼 ‘아틀라스900’은 10초 만에 찾아냈다.
켄 후 화웨이 순환회장(사진)은 18일 중국 상하이 월드 엑스포전시장에서 열린 ‘화웨이 커넥트 2019’ 기조연설에서 아틀라스900을 공개하고 AI 생태계 조성 전략을 발표했다. 자체 AI 프로세서(칩셋)와 새 AI 트레이닝 플랫폼을 활용해 AI 생태계를 다양한 산업군으로 확장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500만 명의 AI 인재 육성에 15억달러(약 1조8000억원)를 투자한다. 화웨이에서는 6개월마다 세 명의 전문경영인이 돌아가며 순환회장직을 맡는다.
아틀라스900으로 산업 혁신
AI를 훈련할 때 핵심은 정확도와 시간이다. AI가 고양이 한 마리를 식별해내는 데도 복잡한 연산 과정이 필요하다.
화웨이가 이날 공개한 아틀라스900은 기존 제품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빠르다. AI 훈련 성능은 통용 기준인 ‘레스넷-50(ResNet-50)’을 훈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해 평가한다. 아틀라스900은 이 프로그램을 훈련하는 데 59.8초가 걸려 기존 기록(70.2초)을 10초가량 단축했다. 후 회장은 “10초는 굉장히 큰 차이”라며 “AI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단축되면서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아틀라스900은 화웨이가 개발한 AI 프로세서 ‘어센드 시리즈’ 수천 개를 결합한 형태다. 화웨이는 지난해 ‘화웨이 커넥트 2018’에서 자체 칩셋인 AI 기반의 칩셋 ‘어센드 910’과 미니 버전인 ‘어센드 310’을 공개했다. 후 회장은 “작년 AI 컴퓨팅 전략을 공개할 때 많은 우려가 있었다”며 “하지만 AI 서버와 메인보드 등 다양한 제품을 이미 출시했다”고 강조했다.
화웨이는 아틀라스900 등 AI 제품 적용 분야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천문학, 일기 예보 등 연구 분야와 자율주행, 석유 탐사 등 산업 분야까지 화웨이의 AI 생태계로 끌어들이겠다는 것이 목표다. 협력사와의 유기적 협력을 통해서다. 후 회장은 기조연설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여러 차례 ‘협력’을 언급했다. “비즈니스 전략과 보안 문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협력사와 논의해나가겠다”고 말했다.
AI 개발자 500만 명 육성
화웨이는 AI 생태계 조성을 위해 앞으로 5년간 AI 인재 500만 명을 양성하기로 했다. 후 회장은 “인재 양성에 15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칩셋과 서버 등 AI 기술과 관련된 개발자 양성에 들어가는 금액이다.
화웨이는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 청두, 시안 등 중국의 다섯 개 도시에서 인재 양성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도시에서 협력사와 협력한다는 계획이다.
통신 단말기와 통신 장비 위주로 사업을 하며 커온 화웨이가 AI에 공을 들이는 것은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가트너에 따르면 글로벌 AI 시장은 2023년 2조달러(약 2383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후 회장은 “향후 5년 내 AI 컴퓨팅이 세계 모든 컴퓨팅 파워의 80% 이상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화웨이는 ‘커넥션(네트워크)’과 함께 ‘AI 컴퓨팅’을 모두 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했다”며 “음성 인식, 이미지 인식 등 발전된 컴퓨팅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하이=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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