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블 블루 모델, 전량 회수입니다. ULD(항공기 적재 직전의 마무리 포장) 중단하세요.” 2012년 5월 17일 저녁 7시. 인천공항 내 삼성전자 물류센터에 긴급 연락이 왔다. 4시간 후 비행기를 타고 유럽으로 갈 예정이었던 갤럭시S3 페블 블루 모델의 초기 물량을 전량 회수한다는 내용이었다. 물류센터는 발칵 뒤집혔다.
양산된 스마트폰 뒷면 커버의 무늬가 스마트폰 공개 행사에서 선보인 시제품과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는다는 게 수출 직전 제품을 회수한 이유였다. 성능 등엔 문제가 없었다. 언뜻 봐서는 미세한 무늬 차이를 알 수 없을 정도였지만 삼성전자는 전량 폐기했다. 열흘 후 뒷면 커버를 재설계해 제품을 생산, 수출했다. 완벽한 디자인을 구현하지 못하면 팔지 않겠다는 게 삼성 경영진의 판단이었다.
스마트폰 부문에선 삼성전자 브랜드 갤럭시가 사회적 평판 등에서 독보적 1위를 기록했다. 어떤 위기가 닥쳐도 제품력에선 타협하지 않는 DNA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삼성전자가 세계 1위 스마트폰 업체가 된 동력이기도 하다. 스마트폰 부문에서 삼성전자의 소셜임팩트를 신뢰한다고 답한 사람이 61.8%에 이르렀다. 2위와 3위인 애플(20.9%) LG전자(15.7%)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연령이 높을수록 갤럭시 브랜드 선호도가 높았다. 20대의 소셜임팩트 신뢰 수준은 갤럭시와 아이폰이 각각 45.7%, 38.4%로 격차가 크지 않았다. 60대에선 갤럭시 77.4%, 아이폰 8.0%로 격차가 컸다. 소득 수준을 기준으로 하면 소득이 높을수록 아이폰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갤럭시가 이처럼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도전과 혁신’의 결과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의 후발주자다. 2009년 애플 아이폰이 국내 시장에 상륙하자 삼성전자는 뒤늦게 ‘옴니아’를 내놨다. 결과는 참담했다. 이듬해 구글과 손잡고 ‘갤럭시S’로 다시 도전해 세계시장 1위에 올랐다.
애플은 과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을 가리켜 ‘아이폰을 따라 한 카피캣(복제품)’이라고 했다. 7년간 특허 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엔 삼성전자가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갤럭시노트’ 시리즈로 대화면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고, 올 들어선 세계에서 처음으로 폴더블(접는)폰을 선보였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