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선 최근 몇 년새 칼부림 범죄(knife crime)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영국 내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 3월까지 1년간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에서 신고된 칼부림 범죄는 4만3516건에 달한다. 5년 전인 2014년 3월(2만3945건) 대비 81.7% 증가했다.
수도인 런던은 인구 10만명당 칼부림 범죄 발생 건수가 167건으로, 영국내에서 압도적인 1위다. 이렇다보니 런던 시민들이 지하철에서 가장 많이 읽는 무가지인 메트로(조간), 이브닝스탠다드(석간) 지면엔 하루가 멀다하고 칼부림 범죄 소식이 전해진다.
내무부에 따르면 2017년 4월부터 2018년 3월까지 1년간 칼부림에 따른 살인사건만 285건에 이른다. 1946년 이후 최대 수치다. 피해자 4명 중 1명은 18~24세 남성이었다. 피해자의 25%는 흑인이었다. 특히 이달 들어서만 런던에선 3건의 칼부림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칼부림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원인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마약 조직이 활개를 치고 있다는 분석과 함께 경찰 인력이 줄어들면서 치안 공백이 생겼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보리스 존슨 총리가 지난 7월 취임 후 발표한 핵심 정책에 경찰 2만명 증원이 포함된 것도 칼부림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영국 정부는 칼부림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불심검문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주로 흑인들에게 불심검문이 집중된다는 비판이 나오는 등 또 다른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엔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칼부림 범죄도 잇달아 발생했다. 주영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지난달 런던 람베스 지하철 역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한국인 여행객이 강도로부터 흉기로 위협 및 폭행당해서 휴대폰을 강취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달 레스터 지역 학교 근처 공원에선 한 유학생이 조깅 중 강도로부터 흉기에 찔려 부상을 입는 사건이 일어났다.
대사관은 영국 내 흉기를 이용한 강도 피해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영국 여행시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밤늦은 시각에 인적이 드문 곳을 다니는 건 반드시 삼가야 한다는 것이 대사관의 조언이다. 대사관 관계자는 “만약 강도를 만나 과도하게 저항할 경우 강도가 휘두른 흉기에 상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며 “가급적 강도가 요구하는 사항을 들어줘 위기상황을 벗어난 후 신속히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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