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개혁’과 ‘조국 가족 의혹’ 수사를 둘러싼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은 11일 김오수 차관 등 법무부 고위 간부가 검찰 측에 장관 가족 등과 관련해 윤석열 검찰총장을 제외한 특별수사팀을 구성하자고 제안한 것에 대해 “몰랐다”고 해명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법무부의 제안 자체가 ‘검찰농단’이고 조 장관 발언도 믿을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조 장관은 검사 비리 척결과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 등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검찰농단이냐” 반발조 장관은 11일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수사팀 제안과 관련한 보고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며 “예민한 시기인 만큼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차관 등은 지난 9일 조 장관 일가 수사와 관련해 강남일 대검찰청 차장과 한동훈 대검 반부패부장에게 “윤 총장을 배제한 특별수사팀을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2017년 설치된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을 예로 들며 총장을 보고 지휘 체계에서 빼내 ‘수사의 공정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윤 총장은 곧바로 거절했다. 11일에는 “추석 기간에도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법무부 고위 간부들의 제안은 여당의 시각을 반영했다는 게 법조계 일각의 설명이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 장관 의혹 수사에 대해 ‘속도 조절과 절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윤 총장이 ‘(당시) 조국 후보자를 낙마시켜야 한다’는 뜻의 말을 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검찰 수사가 조 장관을 정조준하는 하명 수사라고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다.
검찰은 공식 발언을 자제하고 있지만 사견을 전제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차관이 정권에 공을 세우려는 차원에서 독자행동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솔직히 조 장관이 이런 현안에 대해 몰랐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검찰총장의 주요 역할 가운데 하나는 수사팀을 정치적 외압으로부터 보호하는 ‘방패막이’”라며 “법무부 제안대로라면 검사 인사권을 쥔 법무부 뜻대로 수사가 굴러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검사는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의 판결을 좌지우지한 것을 ‘사법농단’이라고 한다면, 법무부가 검찰수사를 좌지우지한다면 ‘검찰농단’이라고 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수사팀이 조 장관을 수사할 수 없는 이유나 사정이 없는데도 법무부가 특별수사팀 구성을 제안한 것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감찰 후 인사태풍 부나조 장관은 취임 사흘째인 이날 검찰 인사와 지휘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지시를 법무부에 하달했다. 조 장관은 “검사 비리와 위법 사항에 대해서는 더 엄정한 기준을 적용해야만 지금까지의 관행과 구태를 혁파할 수 있다”며 “공석인 대검 감찰본부장의 임명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하라”고 강조했다. 검찰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대대적인 검사 인사를 위한 명분 쌓기라고 해석한다. 전방위적인 감찰을 한 뒤 조 장관의 검찰개혁에 미온적이거나 가족 수사에 적극적인 인물들을 숙청하는 명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조 장관은 법무부 지시사항으로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 △형사부 및 공판부 강화와 우대 △기타 검찰제도 개선 방안 수립 등을 거론했다. 특히 검찰 내 대표적 ‘내부고발자’인 임은정 부장검사를 언급하며 다양한 검찰개혁 관련 의견을 수렴하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추석 연휴에도 관련자들을 비공개 소환하며 조 장관 관련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은 조 장관 딸에 대한 소환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해 클럽 버닝썬 사건 연루 의혹을 받는 윤규근 총경과 조 장관 5촌 조카인 조모씨, 특수잉크제조업체 큐브스의 전 대표 정모씨 등의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다.
안대규/박종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