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부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 지난 4일 전격적으로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일명 송환법) 폐지를 선언했지만 홍콩 시민은 14주째 주말 시위를 이어갔다. 시민들은 홍콩 정부가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 요구 조건을 모두 수용할 때까지 싸우겠다며 거리로 나섰다.
8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이날 시위대는 도심인 차터가든에서 집회를 열고 미국 총영사관까지 행진했다. 경찰이 집회를 허가해 시위대와 경찰 간 큰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전날 저녁엔 검은 옷을 입은 시민 수백 명이 몽콕 지역에 있는 프린스 에드워드 지하철역 앞으로 모여들기도 했다. 이 역은 시위대 사이에서 경찰의 ‘과잉 진압’을 상징하는 곳이다. 홍콩 경찰은 지난달 31일 이곳에 최정예 ‘랩터스 특공대’를 투입해 63명을 체포했다.
이 과정에서 10명이 중상을 입었는데 병원으로 옮겨진 사람은 7명뿐이고 3명이 숨졌다는 소문이 급속히 퍼졌다. 하지만 구급대원이 착오였다고 해명했고, 홍콩 정부도 숨진 시민은 한 명도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홍콩국제공항은 이날 원활하게 운영됐다. 시위대는 당초 공항을 마비시키는 시위를 벌이려 했지만 경찰이 공항버스와 공항철도 역사에서부터 신분증과 항공권 등 여행 관련 증명 자료를 검사하는 등 일대 순찰을 대폭 강화해 공항 봉쇄는 일어나지 않았다. 경찰은 공항으로 향하는 많은 버스에 경찰관을 태워 승객들의 동향을 주시했다.
SCMP는 “이번 주말 시위에 참여한 시민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며 “3개월간 이어져온 시위가 끝을 향해 가는 것인지, 아니면 잠시 소강 상태에 들어간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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