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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정도 정의도 가면이었나" 국민 분노에 뭐라 답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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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요식행위나 다름없는 국회 인사청문회가 되고 말았다. 어제 여야 국회의원들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공방은 감싸기로 일관하거나, 이미 제기된 의혹의 재탕 수준에 머물렀다. 급조된 청문회에서 조 후보자의 낙마를 벼르던 야당도, 그를 결사옹위한 여당도 국민에게 또 한 번 정치혐오와 깊은 실망감을 안겼다. 조 후보자는 기자간담회(2일) 때와 마찬가지로 “국민께 송구하다, 가슴 아프다”고 고개 숙이면서도 “검찰 개혁이 저의 책무”라며 변명과 부인을 되풀이했을 뿐이다. ‘청문회만 끝나면 그만’이라는 인상마저 풍겼다.

하지만 국민 과반은 여전히 그가 법을 관장할 장관 자격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 상식선에서 당연히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는 특권과 반칙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고등학생 딸이 의학논문의 제1 저자가 되고, 신청한 적도 없는데 장학금을 받고, 있지도 않은 총장 표창을 받고, 공공발주를 기웃거리는 사모펀드에 거액을 투자하는 등 드러난 의혹들 하나하나가 단순치 않다. 더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여당, 정부 인사들이 앞다퉈 수사 중인 검찰을 성토하고 조 후보자를 무조건 감싸고 나선 것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국무총리가 검찰에 대해 ‘정치행위’라고 공개 비난하고, 청와대에서는 ‘내란음모’ 운운하는 발언이 나오고, 여권 인사들이 동양대 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압력을 넣은 일까지 드러났다. 사실과 책임, 성찰과 반성 등의 보편적 가치는 사라지고 진영논리와 정치공학만 남은 듯하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경구에 빗대면 “모든 국민은 법앞에 평등하다. 우리 편은 더욱 평등하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청년세대를 비롯한 국민이 좌절하고 분노하는 것은 좌우, 여야 대립 차원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 이 정부가 내건 ‘공정과 정의’라는 구호가 실상은 가면을 쓴 위선 아니었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입으로는 가장 정의로운 척 행세하던 이들이, 실제 행동은 ‘기득권 꼰대’ 이상도 이하도 아니란 데 대해 청년들은 깊이 절망한다. 여느 공직 후보자였으면 진작 사퇴하고도 남을 의혹들을 ‘송구하다’는 한마디로 넘기는 조 후보자의 ‘강철 멘탈’에 놀라고, 수오지심(羞惡之心)이 실종된 후안(厚顔)과 무치(無恥)에 또 한 번 경악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청문회라는 법적 절차까지 거쳤으니 남은 절차는 문재인 대통령이 조 후보자를 임명하든지, 아니면 지명 철회 또는 후보자의 자진 사퇴뿐이다. 세간에서는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대부분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청문회는 끝났어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사상 초유의 검찰 수사대상이 된 사태는 진행형이다. 앞으로 ‘대통령의 시간’이 될지, ‘검찰의 시간’이 될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다.

한 달간 우리 사회를 뒤흔든 ‘조국 사태’가 남긴 상처와 좌절이 너무도 크고 깊다. 무엇보다 옳고그름의 잣대가 형해화한 아노미 상태를 어떻게 극복할지 아득하다. 청년들의 분노와 좌절은 헤아리기도, 회복하기도 어려운 국가적 손실로 귀결될 것이다. 법치와 민주주의의 위기이고, 대한민국의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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