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선 기자] 이렇게 멋있는 사람을 왜 자세히 알지 못했을까? 첫 만남부터 보여준 젠틀한 태도, 이어진 화보 촬영에서 콘셉트를 다양하고 완벽하게 표현하는 그의 모습, 그리고 인터뷰를 진행하며 이어지는 진지한 대답을 두루 겪으며 기태영의 매력에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기태영을 자세히 알 수 있는 시간이 조금 부족했던 것 같다. 여러 작품을 넘나들며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배우로서의 열망이 그에게도 있지만 대중들이 그에게서 보고 싶어 하는 모습이 어쩌면 한정적이지는 않았을까, 아쉬움이 절로 들었다. 그래서 화보 촬영에서만큼은 이전까지 그에게서 볼 수 없었던 섹시하고, 와일드한, 마초 같은 느낌을 보여주고 싶었다. 기태영의 재발견이라고 해도 좋다.
아직도 기태영을 단순히 누군가의 남편, 아빠로 알고 있다면 반성해야 할 때. 배우로서, 한 사람으로서 기태영의 진면목을 알고 싶다면 지금도 늦지 않았다. 스펙트럼 넓은 그의 연기와 탄탄한 필모그래피, 그리고 지금도 열연 중인 드라마 속 김우진 役에 녹아들 때다.
Q. 화보 촬영 소감
“언제나 화보는 재미있는 것 같다. 세 가지 콘셉트 다 마음에 들었다. 나중에는 더 퇴폐적인 감성으로도 촬영해보고 싶다. 그런 이미지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이 해보지 않아서 그런지 더욱더 재미있는 것 같다”
Q. KBS2 ‘세상에서 제일 예쁜 우리 딸’에서 편집장 김우진 역으로 출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2015 KBS2 ‘별난 며느리’ 이후 4년 만에 맡은 작품인데 감회가 어땠는지
“연기를 한 지 굉장히 오래됐다. 오랜만에 하는 작품이었는데도 편안하더라. 연기하는 데 정말 즐거웠고, 촬영장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다. 그래서 더욱 긴장 없이 편하게 했다. 또 이번 드라마 캐릭터가 좋았던 이유가 그동안 하지 않았던 캐릭터라 더욱 좋았다. 아무래도 지금까지는 단정하고, 바른 이미지를 주로 맡았으니까. 내 안에 있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달까. 이번에는 조금은 불친절한 역이었던 것 같아 재미있게 했다”
“또 시놉을 봤을 때 내가 떠올리는 캐릭터가 있었다. 내 나름대로 표현하고 싶은 그런 이미지가 그려지더라. 그래서 꼭 하고 싶다고 했다. 겉으로는 차갑지만, 속으로는 아픔도 있는 캐릭터다. 자기방어들이 겉에서 보기에는 철벽이라고 느껴지는 것 같다. 무심한 듯, 절제하는 표현 그런 느낌들이 좋았다”
Q. 주변 반응은 어땠나
“주변 어머니들이 왜 이렇게 까칠하냐고 한마디씩 하시더라. 주변 사람들은 이번 캐릭터 재미있다고 많이 해준다. 와이프는 ‘그냥 오빠야’ 라고 하더라. 처음 캐릭터를 맡게 되고 와이프에게 이야기했을 때도 ‘오빠 그대로 하면 될 것 같은데?’라고 하더라(웃음)”
Q. 극 중 강미혜(김하경)과 결혼 문제로 다투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미 결혼을 하긴 했지만 결혼 전 결혼관이 어떻게 됐는지?
“극 중 우진이는 그동안의 트라우마가 많고, 미혜와의 관계가 얼마 안 되지 않았나. 그래서 더욱 진지하게 시작하려고 한 것 같다. 나 역시 확신이 들지 않는데 초기 단계부터 그런다면 거부감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우진은 서투른 것이 아니라 더욱 신중하게 하기 위해 그런 것 같다”
“나 같은 경우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연애를 할 때 첫눈에 반하는 것은 없다. 첫눈에 반한다는 것은 단순히 외모만 보고 반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런 적은 없다. 이야기를 나눠보고, 그 사람에 대해 알아가면서 좋아지는 성격이다. 좋아지고, 사람이 괜찮고, 이 사람이 파악됐을 때 ‘이 사람이라면 믿을 수 있겠다’ 싶을 때 결혼을 전제로 만나자고 이야기하는 스타일이다”
Q. 본인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보자면
“어렸을 때는 선배들이 자신을 내려놓고 편해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그때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어린 배우를 보면 딱 각이 있지 않나. 정형화된 느낌? 그 느낌이 나에게도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아이도 낳고 가정도 꾸려보니 그 말이 이해가 가더라. 요즘에는 생각하는 것 자체가 경직되어있지 않고 많이 편해졌다. 그 안에서 나오는 작품에 대한 선택이라던가 캐릭터를 바라보는 눈, 연기를 표현하는 방식 등도 예전과는 정말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오히려 쓸데없이 지나치게 생각이 많았다. 그러면서도 틀을 벗어나지를 못했다. 지금은 조금 더 열어놓고, 있는 그대로 편안하게 할 수 있는 것 같다. 중견 배우님들, 선배님들을 보면 ‘아 저런 것이 연륜이구나’라는 것들이 보인다. 살면서 감정이 쌓이면 깊이감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경험치가 쌓였달까. 앞으로 내가 어떤 캐릭터를 맡든지 이제 즐기면서 할 수 있을 것 같다”
Q. 추후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 장르
“배우라는 직업을 가졌다면 모두 변신을 꿈꾸지 않나. 새로운 것이 하고 싶기도 하고. 나는 지금까지 어떤 하나의 캐릭터로 각인을 시키지는 못한 것 같다. 사실 세월이 흐른 연기자라면 하나의 캐릭터만 하고 싶다기보다는 여러 가지 장르를 다 하고 싶다. 코믹 멜로는 해봤지만, 깊이감 있는 멜로 연기는 욕심이 난다. 액션이나 스릴러도 도전하고 싶다. 그리고 사이코패스?(웃음). 사실 20대 때 사이코패스 배역이 들어왔다. 그때 왜 그 역을 하지 않았을까. 그때 그 역을 했으면 정말 재미있었을 것 같다. 20대 때 갇혀있던 생각 때문에 거절했던 것이 조금 아쉽다”
Q. 가장 애정이 가는 캐릭터
“지금 맡은 우진이라는 캐릭터. 내면에 나와 비슷한 점이 많고, 이해 가는 부분도 굉장히 많으니까. 드라마 속에 여러 사람이 나오다 보니 충분히 표현되지 않는 점이 있다. 비슷한 역을 다음에 또 맡는다면 조금 더 여러 가지의 면을 표현하고 싶다. 여러모로 특별한 작품이다”
Q. 배우 생활을 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과거 드라마 촬영을 할 때 상대 여배우에게 맞는 장면이 있었다. 한겨울 강바람이 부는 곳이었다. 열대 넘게 맞은 것 같다. 너무 빨개져서 한참을 쉬었다가 다시 촬영을 재개했다. 쉽지 않은 촬영이었다(웃음)”
Q. 과정 중에 한 번쯤은 슬럼프를 경험했을 것 같은데
“20대 초반에 정말 많이 겪었다. 연예계를 아예 떠났던 적도 있다. KBS 단막극 ‘외등’으로 다시 복귀했었다. 그리고 내가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남들이 볼 때는 아니었던 것 같다. 어렵더라도 좋은 길로 가려고 했는데, 주변에서는 내가 못나서라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 슬럼프를 정말 많이 겪었다. 누군가에게 알리기 위해 사는 건 아니지만, 내가 잘못된 길을 걷고 있나?하는 그런 심리적으로 정말 힘들었던 시기였다. 그때 작품이 두 개가 들어왔었는데, 원래는 미니시리즈를 하려고 했다가 결국에는 주말드라마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 드라마에서 와이프를 만났다. 원래 주말드라마를 선택할 수 없던 상황이었는데, 운명인가보다(웃음)”
Q. 하나의 역에 완벽하게 빠진다면, 종영 후 후유증도 있을 것 같은데
“과거 ‘스캔들’ 촬영할 때는 후유증이 있었다. 너무 빠져서 예민해졌다. 그래서 유진 씨가 정말 힘들어했다. 하지만 그 작품은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런 경우에는 시간이 약이다. 가족과 함께 여행가고, 책보고 일상생활을 하는 게 답이다. 후유증, 스트레스 등 그런 것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하던 내 일상을 하면 된다. 맛있는 음식 먹고 산책하고, 그러면서 보내는 스타일이다”
Q. 아쉬웠던 캐릭터
“KBS TV문학관 ‘외등’이라는 단막극. 그 당시 내가 어렸다. 원작이 굉장히 유명한 소설이다. 박범신 작가님 작품이었는데 그 주인공 남자의 30년의 사랑을 표현하는 내용이다. 나중에 여자를 위해 눈을 기증하려고 얼어 죽는 내용인데, 그 다양한 장면들을 아쉽게 표현한 것 같다. 연륜이 필요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지나고 보니 굉장히 아쉽다”
Q.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지
“어렸을 때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부터 알파치노 같은 배우를 좋아했다. 눈빛 하나로도, 대사 없이도 감정이 표현되더라. 어릴 적에 봤는데도 깊이감 있고 힘이 있게 느껴졌다. 묵직한 배우, 깊이감 있는 배우다. 또 손현주 선배님을 좋아하는데, 그분이 가지고 있는 느낌과 카리스마가 좋다. 가벼운 역, 깊이 있는 역 모두 다 완벽하게 소화하신다”
Q. 최근 관심사가 있다면
“요즘 관심사는 연기? 우진에게 정말 푹 빠졌다. 특히 표현을 절제하는 연기를 한다. 보통 로맨틱코미디는 애드립도 하고 장난도 치겠지만, 우진이가 되어 절제하는 부분도 정말 재미있다. 최근에 몇 번 대본 리딩을 못 갔는데, 다른 배우 분이 나에게 ‘다른 사람이 우진이 부분을 읽으니까 느낌이 안 산다’고 하시더라. 그 말을 듣고 기분이 좋았다”
Q. 2012 ‘오 나의 요정’ 등 3장의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다. 또 앨범 발매 계획은 없나
“하면 안 될 것 같지 않나?(웃음). 음악을 좋아하고 잘해서 냈다기보다는 와이프에게 무언가를 해주고 싶어서 만들었다. 근데 주변에서 앨범을 내라고 해서 그 노래 그대로 낸 것뿐이다(웃음)”
Q. 오래전 이야기지만 유진과 결혼을 결심할 수 있었던 계기가 있나
“난 드라마 촬영할 때 깊이 있는 친밀감을 유지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아무래도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 그런 것 같다. 당시 스태프들과 다같이 밥을 먹는데, 아무래도 주변에 앉아 있다 보니 하는 얘기가 들리지 않나. 연예인답지 않게 털털하고 시원시원하고 꾸밈없는 성격이란 것을 알게 됐다.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꼈다. 그 당시 와이프도 그렇게 느꼈더라. 그 뒤에 서로 이야기하다 보니 이 사람이면 내 아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나는 결혼을 생각한다면 내 아내이기도 하지만, 아이의 엄마로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느낀다. 엄마와 아빠로서의 모습이 가정에 영향을 미치고, 아이에게도 영향을 미치니까. 내 아이의 엄마라면, 내 아이의 아빠라면 어떨까 하는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진씨는 ‘내 아이의 엄마라면 정말 지혜로운 사람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혼을 전제로 교제해보자고 이야기를 했다”
Q. 2011년 결혼 이후 쭉 신혼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행복한 결혼 생활의 비결은?
“살다 보면 감정이 생길 수도 있고, 싸울 수도 있지 않나. 그럴 때 뒤로 묻어놓는 것이 아닌 서로 좋게 풀고, 화해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 옆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더욱 막 대하면 안 된다. 포인트는 존중이다. 존중을 잃으면 섭섭해하게 되고 골이 생기고 멀어지게 된다. 나는 그런 틈을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Q. 앞으로의 활동 계획
“앞으로는 깊이 있는 연기도 해 보고 싶고, 연기 쪽에 조금 더 집중하고 싶다. 영화든 드라마든 여러 분야에서 활동할 예정이다. 그리고 나의 일 중에 연기를 가장 사랑하지만 그 전에 가정이 더 중요하다. 가족과 함께 하면서 일도 열심히 하는, 진정한 워라밸을 지켜가며 일하는 것을 추구한다. 밸런스 있게 일과 가정 모두 다 집중하고 싶다”
Q. 팬들에게 한마디
“이번에 맡은 우진이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다. 항상 감사하고, 제 안에 다른 모습들을 보여드리고 싶다. 기태영이 표현할 수 있는 여러 작품으로 만나 뵙고 싶다”
에디터: 오은선
포토그래퍼: 권해근
의상: 디올, 논메인스트리머, 뷔엘, 옴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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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 이유 선애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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