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에서는 살아있는 랍스터(바닷가재)를 끓는 물에 바로 넣으면 벌금형에 처해진다. 전기충격 등으로 랍스터를 기절시킨 뒤 조리해야 한다. 무척추 동물인 갑각류도 고등 신경계를 가지고 있어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받아들여 지난해 1월 개정한 동물보호법에 따른 것이다. 최훈 강원대 철학과 교수는 <동물 윤리 대논쟁>에서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 도덕적 지위의 기준이 된다”며 “그것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고통을 인지한다면 인종이나 성별뿐만 아니라 종에 상관없이 똑같이 대우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최 교수는 10년 넘게 집중적으로 동물 윤리를 연구해 왔다. <철학자의 식탁에서 고기가 사라진 이유> <동물을 위한 윤리학> 등의 전작을 통해서도 동물권에 대한 철학적 담론을 펼쳐왔다. 저자는 “동물 윤리 논쟁에서 철학 논증의 특성이 첨예하게 잘 드러난다”며 추상적인 철학적 사유가 현실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동물 윤리를 통해 풀어낸다.
책은 도덕적 지위와 평등의 원칙, 기본권 등 기본적인 개념을 정리하고 원리를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인간은 인종, 성별, 지적 능력에 관계없이 평등하게 대해야 하고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동물도 종이 다르고 지능이 인간에 비해 낮지만 고통을 받으면 괴로워한다. 고통을 피하고 싶고,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며 불필요한 간섭을 받고 싶지 않은 것은 동물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저자는 ‘동물이니까’라고 별 의미 없이 취한 행동과 생각들을 보편적 법칙과 윤리적 논증을 통해 조목조목 지적한다.
책은 인간이 동물을 먹는 ‘육식’과 동물이 동물을 먹는 ‘포식’을 다루면서 동물을 고통 없이 기르고 고통 없이 죽일 수 있다면 육식도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인지 생각해볼 거리를 던져준다. 동물실험에서 나아가 인간에게 동물의 장기를 이식하는 이종 이식 연구, 동물에게 인간의 세포나 조직을 주입해 인간의 장기를 키우는 방식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반려동물 양육인구 1000만 명 시대’에 5부에서 다루는 ‘감금과 공생의 윤리’도 눈길을 끈다. ‘반려동물’이 아니라 ‘애완동물’이란 단어를 쓰는 저자는 학대나 유기가 아니라 애완동물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윤리적으로 옳은지를 짚어본다. 동물원과 애완동물의 윤리를 비교하면서 애완동물이 살아가는 방식이 동물들에게 이익이 되는지를 묻는다. “애초부터 평생토록 의존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 태어나게 하는 것은 그 존재가 혼자서는 살 수 없고 유기의 가능성을 언제나 내포하고 있다는 뜻”이라는 저자의 지적이 아프게 다가온다. 귀여움이 극대화되도록 선택적으로 교배되고, 안락한 실내 생활에 익숙해져 버린 애완동물이 ‘폐기’되지 않고 남을 수 있는 방법도 제시한다.
‘동물이 자연 상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고 본래의 습성을 존중받으면서 살 수 있게 하는 것’이 동물의 기본권이다. 먹는 동물과 가족 같은 동물이 공존하는 현실과 이에 대한 인간의 합리화를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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