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자청한 '기자간담회'가 2일 국회에서 열렸다. 당초 예정된 2~3일 인사청문회가 여야 이견에 무산되면서 더불어민주당 주관으로 마련된 자리다. 장관급 이상 후보자가 청문회 대신 기자간담회 형식의 소명 자리를 진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오후 3시 30분에 시작된 간담회는 약 11시간 뒤인 3일 새벽 2시 16분 마무리됐다. 중간 휴식 시간을 제외한 500분(8시간 20분)간 이어졌다. 조 후보자는 기자간담회와 관련해 "시간도 주제도 제한 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100번째 질의를 마지막으로 기자간담회가 종료됐는데 조 후보자는 "몰랐다"는 취지의 답변을 50여차례 했다.
기자간담회 시작과 동시에 조 후보자는 "국민 여러분께 죄송합니다. 과분한 기대를 받았음에도 큰 실망을 안겨드렸습니다"고 사과했다. 다만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불법'은 없었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딸 논문과 사모펀드 투자 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20~30대 젊은층의 공분을 산 딸의 논문 제1저자 등재와 관련해 조 후보자는 "저도 좀 의아하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다만 "당시에는 1저자와 2저자 판단 기준이 느슨하고 모호하거나 책임교수의 재량에 많이 달려 있었던 것 같다"며 어떠한 청탁과 절차상 불법은 없었다고 못 박았다.
딸의 서울대 환경대학원 800여만원 장학금 수령에 대해서는 "제가 청탁한 사실이 없다. 아이도 동창회 측으로부터 선정됐다고 (먼저) 연락을 받았다. 누가 장학금을 신청했는지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청서가 있으면 책임을 지겠다"며 "신청했는데 제 아이가 받아서 받지 못한 다른 학생에게는 송구하다. (장학금 수여) 기준과 사유를 알지 못한다"고 했다.
다양한 특혜가 딸에게만 반복된 것에 대한 기자들의 거듭된 의문 제기에는 "(언론이 제기하는) 합리적 의심을 저도 알고 있다"며 "제가 해소를 다 못하는 것은 각 기관의 공적 절차를 지켜봐주고, 또 검찰에서 조사하면 진실이 나올 것"이라 답했다.
아내와 자녀가 투자한 사모펀드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했다"는 답변을 이어갔다. 조 후보자는 "펀드 구성이나 운영 과정에 대해 몰랐고 일절 개입하지 않았다"며 "(펀드 소유자로 알려진 5촌 조카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지 못한다"고 했다.
해당 펀드에 74억5500만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정해 놓고 실제로는 10억5000만원만 납입한 것에 관련해서는 "투자 약정금은 신용카드 한도액 같은 것이라고 한다. (카드) 한도액을 정해 놓는다고 다 쓰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5촌 조카가) 빨리 귀국해서 그 돈을 어떻게 운용했는지 검찰에서 밝혀주길 바란다"고도 했다. 가족 펀드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처남 가족이 펀드에 투자했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고 했다.
조 후보자는 이날 시종일관 차분한 어조로 자신감 있게 답했다. '여야 의원'이 아닌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인 만큼 긴장한 모습보다는 망설임 없이 답하면서 때로는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딸 관련 언급을 하면서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조 후보자는 "심야에 혼자 사는 딸의 집 앞에서 남성 기자들이 찾아가며 문을 두드리면서 나오라고 한다. 그래야만 하는 것이냐"고 말한 뒤 수초간 말을 잇지 못했다.
조 후보자의 기자간담회에 대해 야당을 중심으로 날선 비판이 나왔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주권자의 권리에 대한 명백한 테러다. (국회를) 일방적인 변명, 기만, 선동의 장으로 전락시키겠다"고 비판했고,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관련 법령들을 검토해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관계자 전원을 권한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 조치하겠다"고 했다. 정의당은 기자간담회가 인사청문회를 대신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고, 평화당 역시 명분 없는 간담회라고 논평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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