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아파트 단지들이 갑자기 날아든 수천만원대 ‘부가가치세 폭탄’에 쩔쩔매고 있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들이 자체적으로 하는 분리수거·알뜰장터 등으로 거둔 수익사업에 지방 국세청 및 세무서가 최대 7년치 부가세를 내라고 요구한 것이다. 국세청이 그동안 세금을 내라고 고지하지도 않다가 가산세까지 물려 논란이 되고 있다.
수천만원 세금 폭탄에 입주자들 ‘끙끙’
지난 6월 충남 천안시 쌍용동의 A 아파트 단지는 천안세무서에서 약 3900만원의 부가세를 내라는 공문을 받았다. 이 아파트 단지가 2013~2016년 4년간 벌인 수익사업의 부가세 법인세 지방세 등이 그동안 납부되지 않았으니 이를 한꺼번에 내라는 것이었다. 3년6개월간 납부하지 않은 금액은 2226만원. 여기에 가산세 1750만원이 붙어 있었다. 이 단지는 부랴부랴 입주자대표회의를 열어 세금을 내기로 결정했다.
A 아파트 단지와 같은 사례는 지방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역 아파트 단지와 지방주택관리사협회 등에 따르면 올 2월부터 부산 광주 대전 충북 전남 청주 등지에서 아파트 수익사업에 과세가 이뤄지고 있다. 충북지역에서는 약 70개의 아파트 단지가, 광주시에선 아파트 단지 40여 곳이 세금납부 공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에선 150개 단지가 부가세 납부 요청을 받았다. 김종환 부산시주택관리사협회장은 “협회에 과세 사실을 밝히지 않은 곳까지 합하면 전국적으로는 수백 개 단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아파트 단지의 수익사업은 재활용품 수거, 알뜰장터 임대료, 외부업체 광고 전단 부착, 이동통신 중계기 임대 등을 통해 거둬들인 잡수익이다. 일반적으로 입주자대표회의가 사업자등록 또는 비영리법인등록을 거쳐 사업을 대행한다. 아파트 단지 수익사업은 연간 매출이 3000만원 이상이면 영리·비영리법인 여부와 상관없이 부가세 과세 대상에 해당한다. 그러나 일부 아파트 단지가 매출을 신고하지 않고 수익사업을 운영하다가 최대 7년치 매출이 한꺼번에 과세 대상이 됐다.
느닷없는 부가세 과세에 아파트 단지들이 당황하고 있지만 국세청은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라는 반응이다. 한 지방국세청 관계자는 “아파트 단지마다 외부 회계감사와 주택관리사협회 교육을 통해 과세 대상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제때 신고하고 납부했어야 한다”며 “세무서들이 부가세 부과를 사전에 공지할 의무는 없다”고 설명했다.
“제때 내라고 얘기도 없이 가산세 폭탄”
아파트 단지들은 세금 부과가 과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사전 예고도 없이 몇 년치를 한꺼번에 내는 것은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는 얘기다. 미신고분에 대한 가산세까지 붙어 아파트 단지들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국세기본법은 무신고 또는 과소신고된 부가세 대상 매출에 해당 세액의 최대 40%에 달하는 가산세를 매기도록 한다. 여기에 납부불성실 가산세까지 붙으면 배보다 배꼽이 커진다는 게 아파트 단지들의 하소연이다. 쌍용동의 A 아파트 단지는 2013년 부가세의 세금(285만원)보다 가산세(299만원)가 더 많았다.
아파트 단지들은 세금을 낼 방안이 없어 입주자들에게 손을 벌리고 있다. 1000가구 이상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수익사업 매출만 연간 억단위를 넘겨 부가세 합산 규모도 수억원에 달한다. 이상윤 광주시주택관리사협회장은 “보통 단지마다 보유한 예비비가 1000만원 수준인데 수천만원을 내는 것은 무리”라며 “과세 기간에 살던 입주자가 이사한 경우도 있어 현재 입주민의 불만이 상당하다”고 했다.
법적 대응도 마땅치 않다. 2014년 말부터 국민권익위원회가 아파트 수익사업에 대한 세금 미납 시 가산세 추징 등 불이익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는 점을 알려왔기 때문이다. 김흥수 충남주택관리사협회장은 “법적 대응도 검토해봤지만 결국 내야 할 세금이라 다수 단지가 울며 겨자먹기로 내기로 했다”며 “지방세무서들이 제때 내라고 했으면 가산세까지 무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배태웅/조재길/천안=강태우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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