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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치열한데 재판받는 삼성은 투자 엄두 못내" 해외서도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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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대법원이 국정농단 사건을 파기환송한 뒤 삼성전자 IR(투자자관리)팀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해외 투자자의 문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앞으로 삼성전자의 경영이 어떻게 되느냐. 예정된 투자는 제대로 집행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쏟아냈다. 주가 전망을 묻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삼성전자 IR팀은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한 답변을 해줄 수 없었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게 불확실해진 탓이다.

“삼성전자 주식 팔아야 하나”

30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대법원이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면서 해외 투자자의 문의가 이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대법 판결 내용을 좀 더 쉽게 설명해달라”는 요청부터 “삼성의 대응 방향과 주가 전망을 알고 싶다”는 질문까지 다양했다.

해외 투자자는 ‘리더십 공백 사태’를 가장 크게 우려했다. 한 투자자는 “시스템 반도체 투자 등 회사 전체를 아우르는 초대형 사업은 누가 책임지고 결정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사업 투자를 준비하다 2017년 2월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계획을 연기한 적이 있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2월 고법(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약 1년 만에 풀려난 뒤 투자 계획을 재정비해야 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4월 10년간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올라선다는 내용의 ‘반도체비전 2030’ 계획을 내놨다.

한 외국계 펀드매니저는 “한·일 경제전쟁 와중에 경영 공백 사태를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삼성전자 주식을 팔고 다른 주식으로 갈아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영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의사결정이 빠른 삼성전자의 장점이 사라져 경쟁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게 이유였다. 이 펀드매니저는 “삼성의 위기는 곧 한국의 위기일 텐데,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다른 한국 기업 주식을 보유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안팎으로 복합위기에 맞닥뜨린 사이 해외 경쟁사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 칭화유니는 27일 충칭에 D램 반도체 생산공장을 짓는 협약을 충칭시와 맺었다. 올해 말 공장을 착공해 2021년부터 D램 웨이퍼를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국 푸젠진화는 D램을 양산하기 위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력을 대거 영입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자국 반도체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달 말 2000억위안(약 34조원) 규모의 2기 정부펀드를 조성했다.

미국 마이크론은 대만에 차세대 D램 생산라인을 설립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부문 세계 1위인 대만 TSMC도 2위인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벌리기 위해 3000명의 인력을 새로 채용하고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미국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전량 공급받는 아이폰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중국 BOE에서도 받기로 하고 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다.

외신 “전략적인 결정 어려워질 것”

주요 외신도 삼성전자의 위기 상황을 속속 보도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스템 반도체와 5세대(5G) 이동통신 같은 분야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에 이 부회장 재판 같은 법적인 문제가 계속 발생해 삼성전자가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주요 전략적인 결정과 대형 인수합병(M&A)은 이 부회장의 판단 없이는 진행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로이터와 AFP는 “일본의 경제보복 이후 이 부회장이 반도체 소재를 구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일본이 한국 관련 수출관리를 엄격하게 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 리더인 이 부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 구속된다면 한국 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경영상황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삼성의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 해외 투자자의 심리에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정인설/황정수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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