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의 목표는 무엇인가? 지난 수십 년간 밀턴 프리드먼이 주장하고 기업과 시장이 주문처럼 떠받들어 온 것이 ‘주주이익 극대화’였다. 이런 인식이 소득격차가 확대되고 민주주의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바뀌고 있다. JP모간의 제이미 다이먼,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애플의 팀 쿡, GM의 메리 바라 등 미국 200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참여하는 모임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은 기업이 주주이익만을 최우선으로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최근 선언했다. 주주이익과 동등하게 소비자, 직원, 협력업체, 사회 등과의 이해관계를 살펴야 한다고 했다.
기업은 전통적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성장을 통해 지구촌의 빈곤을 해소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소득격차 확대, 4차 산업혁명 등 시장경제의 구조적 변화에 따라 기업은 더 많은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세계적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CEO 래리 핑크는 주주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정부가 효과적으로 다루지 못한 민감한 사회·정치적 문제와 관련한 기업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특히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 은퇴 준비가 되지 않은 근로자가 늘고 있는 것을 지적하며 기업이 근로자 은퇴를 돕는 데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로써 기업은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지역사회도 경제적으로 안정될 것으로 진단했다.
경제적 불평등 논란도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에 심각한 도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미국 갤럽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18~29세 밀레니얼 세대 중 51%가 사회주의를 지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른바 ‘밀레니얼 사회주의’ 현상이다. 경제 불평등으로 미래세대가 정부 정책을 부정하고 급기야 민주주의를 불신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유럽에서 포퓰리즘이 유행처럼 번지고 극우정당들이 각종 선거에서 10~30%까지 득표하는 것도 같은 원인이다. 기존 정치체제가 도전받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의 정치·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파리경제대학이 201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을 대상으로 소득상위 1%와 10%의 소득점유율을 분석한 결과, 2012년 말 한국은 각각 12.23%, 44.87%를 기록했다. 상위 10% 기준, 한국보다 부의 편중이 심한 국가는 미국(48.16%)밖에 없다.
미·중 무역분쟁을 비롯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기업의 경영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들도 소득분배, 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기업 가치와 역할에 대한 고민과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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