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부문에서 일본차 넘어야 자동차 극일(克日)
최근 한일 갈등에 따른 일본차 불매운동이 벌어지며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국내 자동차 부품 중소기업의 하이브리드 기술 개발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조언이 잇따르고 있다. 이는 일본차 불매운동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수요가 늘어나는 점에 비춰 국산차의 하이브리드 대항마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국산 하이브리드는 현대차 아이오닉과 쏘나타, 그랜저, 코나와 기아차의 니로, K5 및 K7이 준비돼 있다(PHEV 제외). 그랜저와 K7을 제외하면 대부분 중소형차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탑재된 셈이다. 상대적으로 프리미엄 차종에도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된 일본차와 비교하면 중대형 차종의 제품군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전 제품에 골고루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탑재된 일본과 달리 국내 완성차기업들이 중소형 차종에 하이브리드를 집중한 이유는 명확하다. 중소형 제품일수록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선택할 때 효율에 민감한 만큼 하이브리드를 효율 상승 방안으로 여겼던 탓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프리미엄 브랜드의 중대형 하이브리드의 흐름은 효율 외에 전기가 뒷받침하는 성능 욕구도 포함돼 있다. 고효율 외에 ‘고성능’ 또한 하이브리드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부문에서 국산차는 마땅한 제품이 없어 경쟁력이 높지 않은 게 약점으로 꼽힌다.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에 향후 하이브리드 동력계가 탑재될 예정이지만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없지 않다는 뜻이다.
물론 하이브리드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있다. 어차피 하이브리드에서 전력의 역할이 점진적으로 오르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배터리 전기차로 재빨리 전환하거나 수소전기차로 서둘러 갈아타는 게 글로벌 시장의 선점을 이뤄낼 수 있다는 목소리다. 그러나 우리가 만든 자동차가 내수 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도 공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각 나라의 수준과 여건에 맞는 동력 또한 적절히 활용될 필요성은 농후하다.
실제 글로벌 전문가들은 현재 주력인 내연기관의 시대가 점차 저물겠지만 하락 속도는 점진적으로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BMW는 자체적인 미래예측을 통해 2050년 정도면 내연기관을 더 이상 생산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내다봤고, 국내 최고 자동차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동차공학회 또한 지난 3월 열린 ‘자동차 기술정책 개발 로드맵’을 통해 2030년 순수 내연기관차의 점유율이 현재 96% 수준에서 65%대로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내연기관이 줄어드는 대신 하이브리드차 28%, 순수전기차는 7%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하이브리드의 시대가 당분간 득세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함을 역설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모비스가 최근 친환경 부품 공장을 짓겠다고 나섰다. 전기차 등에 필요한 배터리팩을 중심으로 주변 부품을 공급받아 모듈을 제조하는 역할이지만 내부적으로는 하이브리드에 필요한 부품 개발에도 나서겠다고 설명했다. 중국 내 현대기아차의 완성차 판매가 사드 보복으로 위축되자 다시 한국으로 발길을 돌렸지만 무엇보다 친환경 부품 시장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복안을 드러낸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단순히 부품을 모듈화하는 것에 머물면 곤란하다. 기술을 갖춘 소규모 협력사를 적극 키워야 한다. 대표적으로 하이브리드 부문에서 앞서 있다는 토요타의 경우 대부분의 원천 기술은 협력사가 만들어내고 있다. 모터 코일의 단위를 나노 수준으로 감아 전력 손실을 20%나 줄인 것도 토요타가 아니라 협력사가 해낸 결과다. 따라서 내연기관이 고개를 숙여가고 있어도 이동 수단의 동력이 완전히 바뀌는 데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하이브리드에 적극 대처도 간과해선 곤란하다. 하이브리드 기술에서 일본을 앞서는 것 자체가 자동차 부문의 극일(克日)이니 말이다.
권용주 편집위원(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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