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에 대비해 가습기 살균제 관련 증거자료를 인멸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고광현 애경산업 전 대표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23일 서울중앙지법은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 전 대표에게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 증거인멸을 실행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양모 전 전무는 징역 1년을, 애경산업 현직 팀장인 이모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300시간을 각각 처분했다.
재판부는 "고 전 대표는 하급자들이 자신에게 보고한 당시의 구체적 상황이나 말과 행동 등을 명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상식에 반하는 변명을 하고 있다"며 "자신의 유죄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하며, 수사단계에서부터 하급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큰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 살균제 생산 및 유통 과정에서의 증거가 인멸돼 진상규명을 위한 실체적 발견에 큰 지장을 초래했다"며 양형 이유를 제시했다.
고 전 대표는 2016년 초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애경산업 및 산하 연구소 등 직원들이 사용하는 업무용 PC와 노트북에서 가습기 살균제 관련 파일을 삭제토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같은해 10월 국정조사가 종료되자 2차로 가습기 살균제 관련 자료를 폐기하고, 핵심자료들은 은닉하는 등 증거를 인멸한 혐의도 있다.
애경산업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 당시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낸 제품인 '가습기 메이트'를 판매했다. 판매사지만 문제됐던 원료 물질들의 유해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책임을 피해갔다. 이후 환경부가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의 유해성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지난해 말 검찰이 재수사에 들어갔다.
검찰은 홍지호 SK케미칼 전 대표, 안용찬 애경산업 전 대표 등 34명을 기소했으며, 이들에 대한 1심 재판이 현재 진행 중이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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