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대표 상품' 아이스크림이 올해는 울상을 지었다. 올 여름 상대적으로 폭염이 짧았고, 긴 장마까지 이어지면서 아이스크림 판매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7월부터 지난 20일까지 A 대형마트의 아이스크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8% 하락했다. B 대형마트의 아이스크림 매출은 15% 감소했다. 같은 기간 B 편의점에서 판매량은 3.5% 소폭 올랐다.
B편의점 관계자는 "지난해 아이스크림 매출 성장률은 10% 수준이었다"며 "올해는 한 자릿수 성장세로 판매가 부진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빙과류 판매가 작년보다 부진한 배경으로는 '덜 더웠던 여름'이 주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수도권 평균 폭염일수는 3일로 지난해 7월(11.3일)보다 8일이나 적었다. 이달 들어선 입추가 지나면서 낮 기온은 30도를 웃돌지만,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지난해 8월초 기온은 41도를 웃도는 폭염이 이어졌다. 1일엔 강원도 홍천의 최고기온이 41도를 기록하면서 76년 만에 대구의 폭염 기록도 깼다. 같은 날 서울도 39.6도까지 올라가면서 기상 관측 111년 만에 최고기온을 찍었다. 밤에도 최저기온이 30도를 넘으면서 그야말로 '초열대야' 현상까지 발생했다.
여기에 길었던 장마도 아이스크림 판매의 걸림돌이 됐다. 올해 장마는 지난해보다 2배 이상 길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장마 시작일은 6월26일이었으며 7월29일에 끝났다. 반면 지난해 6월26일 전국 동시에 시작된 장마는 장마전선이 빠르게 북상, 7월11일에 종료됐다. 지난해 장마 기간은 1973년에 이어 두 번째로 짧았다.
이에 관련 업체들의 3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빙그레에 대해 "냉동 부문은 비우호적인 날씨 영향으로 매출액이 전년 대비 1.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실제로 장마 기간이 예년보다 길었고, 잦은 소나기 영향으로 7월 빙과류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를 나타낸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아이스크림 시장이 구조적으로 줄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아이스크림 소매시장 매출은 최근 3년간 16.6% 감소했다. 2016년 1조9618억원에서 지난해 1조6291억원으로 400억원 넘게 규모가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카페에서 아이스크림을 즐기거나 아이스크림 전문점에서 프리미엄 제품을 즐기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소매점 아이스크림 시장이 갈수록 작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짚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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