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을 생각하지 않았더니, 우승이 따라왔네요.”
‘피지컬’과 ‘멘탈’은 현대 골프의 양 날개다. 올해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메이저대회 2승을 포함해 3승을 거두며 세계랭킹 1위에 올라 있는 고진영(24·사진)은 요즘처럼 멘탈의 위력을 실감한 적이 없다고 했다. 1일 개막한 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AIG여자브리티시오픈(총상금 450만달러)에 출전한 고진영은 “올해는 항상 매 대회 ‘톱20’ 안에 드는 게 목표였고 이번 주에도 같은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LPGA투어에는 세계 최고 선수들이 모여 있다. 거의 매주 종이 한 장 차이로 우승자가 가려진다. 이미 2017년 한국에서 열린 KEB하나은행챔피언십에서 비회원 자격으로 우승한 고진영도 실력이나 기술면에서 이미 최정상급에 다다른 상태에서 지난해 LPGA투어에 데뷔했다.
하지만 올해 결과는 180도 다르다. 이전까지 우승만 바라보고 달려왔다면 올해부턴 매주 ‘톱20’이라는 현실적인 목표를 세운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우승 부담에서 자유로워지니 잠재력이 폭발했다. 멘탈 코치로 함께하는 ‘퀸 메이커’ 정그린 그린에이치알디컨설팅 대표의 도움도 컸다. 고진영은 골프 연습만큼이나 정 대표와 대화를 중요하게 여기며 멘탈 코칭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껌을 씹는 것 역시 고진영이 주로 하는 ‘멘탈 단련’의 일부분이다. 국내에선 아직 생소하지만 야구나 골프 등 외국 프로 선수들에게선 껌 씹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껌 씹기가 불안감과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학술적 연구 결과도 있다.
고진영은 “캐디가 항상 껌을 들고 다니면서 내가 긴장한 것으로 보이거나 긴장할 상황에 놓였을 때 자주 권한다”며 “껌을 씹으면 입 근육이 풀어지면서 웃는 것도 자연스러워지는 것 같고 긴장감도 풀리는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또 “바로 씹을 수 있도록 길쭉한 껌이 아니라 네모난 모양의 큐브껌을 선호한다”고 했다.
고진영은 이번 주 우승할 경우 2013년 박인비 이후 6년 만에 한 해 메이저 3승을 따내는 선수가 된다. 지금까지 1년에 메이저 3승을 거둔 선수는 박인비 외에 1950년 베이브 자하리아스, 1961년 미키 라이트, 1986년 팻 브래들리까지 4명이 전부다.
외국 베팅업체 윌리엄 힐과 벳(Bet)365는 고진영을 이 대회 우승후보 1순위로 꼽았다. 그는 1라운드에서 넬리 코르다(미국), 스즈키 아이(일본)와 한 조로 묶였다. 대회장은 밀턴킨스 워번GC(파72·6585야드)다.
고진영은 전반 9개 홀에서 버디만 4개를 잡고 4타를 줄이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오전 조였던 박성현(26)은 버디 6개와 보기 1개를 묶어 5언더파 67타를 적어내며 리더보드 상위권에서 1라운드를 마쳤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