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20 WRC 랠리카, i30 N TCR, i30 N 프로토타입 총 출동
현대자동차의 고성능 브랜드 'N'의 탄생은 불과 5년이 채 되지 않았다. 벤츠 AMG, BMW M, 아우디 RS의 수 십년의 역사에 비하면 아직 시작 단계인 셈이다. 회사는 WRC와 WTCR 등 세계적인 모터스포츠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N의 기술력을 꾸준히 축적하고 있다. 이런 경험을 통한 기술은 고성능차에는 물론 향후 양산차에도 접목될 계획이다.
현대차가 23일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새롭게 꾸민 N 전시관을 대중에 공개했다. 'N 체험존'은 레이싱 트랙을 테마로 단장했으며 프로토타입의 차가 양산차로 이어지는 과정을 흥미롭게 구현해 N의 탄생부터 현재, 미래로의 여정을 담아냈다. 현장에는 2014년 WRC 대회에서 첫 우승을 안겨준 i20 WRC 랠리카를 포함해 WTCR 대회에 출전 중인 i30 N TCR, 2017년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에 도전한 i30 N 프로토타입 등이 관람객을 맞이했다.
'N'은 현대차 글로벌 R&D센터가 위치한 '남양'과 주행성능 시험센터가 있는 독일 '뉘르부르크링'의 영문 머릿글자(N)를 따서 지었다. 남양에서 태어나 뉘르부르크링에서 치열한 검증과 단련을 거쳐 완성된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N의 시작은 지난 2012년 9월 파리모터쇼다. 회사는 i20 WRC 컨셉트카를 발표하고 WRC 참가를 선언했다. 당해 12월 유럽에 현대모터스포츠법인을 세우며 WRC 참가를 구체화했으며 이듬해 3월 제네바모터쇼에 i20 WRC 경주차를 선보인다. 그리고 2014년 WRC에 당당히 출사표를 던졌다. 처녀 출전한 현대차월드랠리팀은 독일랠리에서 1,2위를 휩쓸며 이변을 연출했다.
WRC에 참가하는 이유는 양산차 기반의 대회여서다. WRC 경주차는 연간 2만5,000대 이상 생산되는 대중차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마그네슘이나 세라믹 등 특수 재료를 사용할 수 없으며 변경 가능한 범위가 엄격히 제한된다. WRC는 자동차회사에게 양산차의 성능과 품질을 가늠하는 시험의 장으로 여겨진다.
2016년 현대차는 자동차의 무덤으로 불리는 독일 뉘르부르크링 24시에 도전장을 내민다. 당시 출전한 2세대 i30의 심장에는 N을 위해 개발 중인 2.0ℓ 터보 엔진이 탑재됐다. 24시간 동안 91랩을 달리며 총 158대 중 90위를 기록했는데, 높은 순위는 아니었지만 참가 차중 40%가 경기 도중 탈락하는 대회의 특성을 감안하면 N의 도전은 분명 의미 있는 족적이었다. 2017년에는 남양연구소연구원 4명이 i30 N으로 완주에 성공하며 출시 전 마지막 담금질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그해 N의 첫 양산차 i30 N이 유럽에 정식 데뷔한다.
N의 고성능은 i30N TCR을 통해 WTCR(월드투어링카레이스)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WTCR 자동차 제조사의 직접 출전은 금지하고 제조사의 경주차를 구매한 프로 레이싱팀만 출전할 수 있는 커스터머 레이싱 대회다. 지난해 첫 출전한 i30N TCR은 팀과 드라이버 동반 우승과 더불어 2위까지 독차지 하는 기염을 토했다.
현대차는 '고성능 N'을 개발하는데 있어 3가지 원칙을 세웠다. 운전자 의도에 따라 즉각적으로 정확하게 반응하며, 단순한 힘이 아닌 조화로운 성능을 구현하고, 숫자보다 운전자가 느끼는 감성적인 즐거움을 먼저 생각한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N의 미래 방향성을 제시하는 'N 2025 비전 그란 투리스모'도 고양 스튜디오에서 만나볼 수 있다. 현대미국디자인센터의 디자인과 남양연구소의 고성능차 기술, 환경기술센터의 친환경 기술, 사운드디자인 리서치랩의 사운드 디자인 기술 등 현대차의 모든 역량이 집결된 차다. 파워트레인은 차세대 동력원인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적용했다. 고성능 듀얼 연료전지 스택에서 발생하는 500㎾와 제동 시 발생하는 회생에너지를 저장 후 활용하는 슈퍼 캐퍼시터의 150㎾를 통해 총 650㎾의 출력을 뿜어낸다.
현대차는 지난 2017년 i30 N을 출시한 후 지난해 두 번째 제품인 '벨로스터 N'을 국내에 이어 올해 북미에도 판매에 돌입했다. 올 상반기 까지 N 제품군의 국내 누적 판매대수는 1만8,705대로 2만대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50년 후 현대차 N의 역사는 어떻게 쓰일 것인지 기대해 본다.
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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