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6월 준대형 세단 현대기아차 점유율 97.3%
-경쟁차종 노후화 및 브랜드 이미지 상실로 경쟁력 잃어
올 상반기 판매된 국산 준대형 세단 100대 중 97대가 현대기아차 제품이다. 나머지 두 차종, 르노삼성 SM7과 쉐보레 임팔라가 둘이 합쳐 3% 남짓이다. 현대기아차 내수 점유율이 80%를 웃돈다지만 준대형 세단 시장에서의 독점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과거 5년간의 실적을 보면 현대기아차의 입김은 더욱 강력해지는 추세다.
11일 완성차 업계 실적자료에 따르면 2019년 1~6월 준대형 세단 판매대수는 총 7만2,743대다. 이중 현대차 그랜저가 5만3,442대(73.5%), 기아차 K7이 1만6,936대(23.3%)로 양사 점유율이 96.8%에 달한다. 같은 기간 르노삼성 SM7은 2,088대로 2.9%, 쉐보레 임팔라는 277대로 0.4%를 차지한다. 6월 한 달 동안에는 차이가 더욱 벌어져 현대기아차 점유율은 97.3%까지 치솟았다. 그 사이 SM7은 2.5%, 임팔라는 0.5%에 그쳤다. 2017년 이후 현대기아차의 준대형 세단 점유율은 95%를 웃돈다.
준대형 세단은 과거 대형차로 분류되던 차종 중 일부가 떨어져 나와 생긴 차급이다. 세대를 거듭하며 차들이 점차 커지자 중형차보다는 차체나 배기량이 크고 대형차에 견줄 만한 고급 편의품목을 갖춘 차들이 '준대형 세단'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최근의 대형 고급 세단이 쇼퍼 드리븐을 지향한다면 준대형은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직접 운전을 즐기는 오너 드리븐을 위한 고급차인 셈이다.
과거 대형차로 시장을 주름잡던 현대차 그랜저가 대표적이다. 그랜저는 고급 대형차의 지위를 제네시스의 전신인 에쿠스에 내주면서 준대형 세단의 시초를 만들었다. 이후 르노삼성이 2004년 SM7으로 시장에 뛰어들었고 2009년 기아차 K7, 2010년 한국지엠 알페온이 4자 구도를 형성했다. 시작은 대형차에서 분리된 끼인 차급이었지만 점차 준대형 세단으로서 힘을 얻으며 각 제조사의 실적과 이미지를 책임지는 주력 차종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4자 구도는 얼마 유지되지 못하고 현대기아차의 독식 무대가 됐다. 편의성과 고급스러움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대응이 상대적으로 빠를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 SM7의 경우 2011년 출시된 2세대가 몇 번의 부분변경을 거쳐 여전히 판매돼 노후화에 대한 지적이 제기된다. 임팔라는 2016년 연간 1만대 판매를 돌파하며 인기몰이에 성공했지만 다음해 그랜저의 신차 출시, 2018년 GM의 한국 철수설 등 악재를 맞으며 시장에서 잊혀졌다.
업계는 한동안 현대기아차의 광풍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규모의 경제 속에 점차 기술 경쟁력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특히 국내 소비자 입맛에 맞춘 다양한 편의품목과 엔진 라인업을 따라가기 어려울 것이란 설명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준대형 세단 차급은 판매 볼륨이나 이윤 창출 측면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제조사가 예의주시하는 시장"이라며 "당분간 그랜저와 K7의 인기를 견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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