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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없는리뷰]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아이언맨 빈자리가 이렇게 커서야…왕관 활용법을 모르는 마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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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재 기자] 7월2일 ‘파 프롬 홈’이 개봉했다. 개봉 후 첫 주말 맞이. 이번 주말 극장을 찾을 관객들의 선택으로 ‘파 프롬 홈’은? 물론, 결말 ‘스포’는 없다.

★★★☆☆(3.2/5)

타노스(조슈 브롤린)는 절반을 죽였고,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은 그 절반을 되살렸다. 숭고한 희생이 피터 파커(톰 홀랜드)와 친구들을 사바세계에 되돌린 것이다. 이에 세상의 관심은 누가 차세대 아이언맨이냐에 쏠린다. 그런데 아직 ‘10대 소년’인 스파이더맨이 그 답을 알 턱이 있나. 부담을 느낀 피터는 닉 퓨리(사무엘 L. 잭슨)의 전화마저 무시한 채 유럽으로 현장 학습을 떠난다. 허나 영웅은 고달프다. 마천루 하나 없는 베니스에서 거대 괴물을 맞닥뜨린 스파이더맨은, 일명 ‘엘리멘탈 크리처스’를 쓰러뜨리기 위해 지구-833에서 온 미스테리오(제이크 질렌할)와 팀을 구성한다. 한편, 아이언맨은 아들 같은 피터에게 “다음 토니 스타크를 위해, 널 믿는다”는 말과 함께 유품 하나를 남기는데….

디제이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노래 하나가 생각난다. “더 빠르게 더 강하게”를 외친 그 노래처럼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감독 존 왓츠/이하 파 프롬 홈)’에는 더 세고 더 강력한 것에 집착하는 속편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됐다.

또한, 아이언맨이 더는 등장하지 않는다. 마블스튜디오(이하 마블)의 두 번째 솔로 스파이더맨 영화인 ‘파 프롬 홈’의 특징은 ‘어벤져스: 엔드게임’과의 연관이 생각보다 깊다는 것. 스파이더맨에게 “슈트 없이 아무것도 아니면 더욱 가지면 안 돼”란 불호령을 내리던 이 ‘유사 부자’ 관계의 실종은 작품을 엔진이 고장 난 자동차에 비유하게 한다. 아이언맨의 힘을 빌려 시리즈를 재(再) 론칭한 일의 부작용이 비로소 수면 위로 드러났다.

샘 레이미 감독이 만든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비하면 마블 ‘스파이더맨’은 깊이가 덜하다. 주인공이 악당과 사투를 벌이나, 액션 활극에 눈이 즐거울 뿐 가슴을 두드리는 카타르시스는 극미량에 불과한 것이다. 또 여러 코미디 요소가 등장하지만 슈퍼 히어로 영화와 하이틴 영화의 괴리감만 부추긴다. 특히 전편과 달리 친구들과의 삶에도 방점을 찍으려는 피터 파커의 모습은 영화 ‘토이 스토리4’의 우디를 보는 듯하다. 모름지기 속편 캐릭터라면 잊지 말아야 할 일관성 및 연관성이 극 전개에 희생된 게 똑 닮았다.

CG만큼은 다른 마블 영화를 압도한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에인션트 원이 멀티버스를 소개하는 것에 필적하는 액션 신 하나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인크레더블2’ ‘주먹왕 랄프2: 인터넷 속으로’ 등을 제치고 제91회 아카데미상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상을 수상한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의 시각적 감성이 실사 영화에 그대로 적용됐다. 환상과 실제를 구분 못하는 스파이더맨의 모습은 ‘배트맨 비긴즈’에서 배트맨이 스케어크로우의 독가스를 마시고 과대망상증에 빠진 것과 유사하나, 그 강렬함만큼은 이번이 압도적.

스위스,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체코 등 전 세계 촬영분 역시 눈을 즐겁게 한다. 타워 브리지, 산 마르코 광장, 리알토 다리 등 각종 랜드마크의 등장도 빼놓을 수 없다.


닉은 ‘왕관을 쓴 머리는 편안히 쉴 수 없다(Uneasy lies the head that wears a crown)’는 문구 하나를 피터에게 인용한다.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사극 ‘헨리 4세’에 등장하는 말로, 시칠리아 왕 디오니시우스가 왕의 부와 권력을 부러워하는 신하 다모클레스를 말총에 매달린 칼 아래 왕좌에 앉힌 고사가 그 기원이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With great power comes great responsibility)’와 일맥상통하는 말이기도 하다.

스파이더맨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합류가 환영받은 이유는 그가 스파이더맨이라서였다. ‘현실’과 ‘슈퍼’가 양립하는 이 역설적 슈퍼 히어로가 마블 세계관에서 어떤 개성과 앙상블을 이뤄낼지가 모두의 관심사였다. 하지만 스파이더맨을 또 아이언맨과 결부시키는 마블을 보면 아직 그들은 왕관의 사용법을 채 깨닫지 못한 듯하다. 그 큰 책임을 모르는 것 같기도. ‘백 인 블랙(Back in Black)’의 등장, 그것은 축포이자 장송곡이었다.

129분. 12세 관람가. 쿠키 2개.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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