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DC의 연방지방법원이 최근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중국 대형 은행 세 곳이 지난 4월 법정 모독죄로 기소됐다고 한다. 이는 미·중 무역마찰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는 위험 요인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중국 3개 은행이 1년 반 전의 소환장에 응하지 않았던 것과 관련한 이번 결정에서 각 은행은 하루 5만달러(약 5400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하지만 이들 은행에는 벌금 부과가 가장 큰 문제가 아닐지 모른다. 이번 사례는 이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 은행들을 달러 거래의 국제 시스템에서 제외하는 제재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조치의 이행이 법원 자체가 아니라 미 재무부와 사법부 수장 몫이긴 하다. 그래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소중한 정치적 무기로 작용하고 있다. 결정적으로 중국은 그에 상응하는 무기를 갖고 있지 않다.
中 은행 벌금보다 제재가 문제
미 법무부는 2017년 중국 상하이푸둥발전은행과 교통은행, 자오상은행이 대북 제재를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결정은 그 제소의 연장선이다. 3개 은행은 미국의 제재를 둘러싼 어떤 조사와도 관련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은행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유동자산으로 처리하기 힘든 3개 은행의 채무 전액을 보증하기 위해 중국 인민은행이 제공할 수 있는 여신 한도는 최대 1750억달러에 이른다. 이는 중국 공식 외환 보유액의 약 6%에 해당한다. 물론 고액이기는 하지만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액수다.
소규모 은행인 바오샹은행의 사례도 투자자들의 판단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중국 금융당국은 심각한 신용위기에 처했던 바오샹은행을 5월 실질적으로 국유화했다. 투자자들은 평가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사법부의 소송에 어느 기관이 연루됐느냐보다 신규 조치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가 더 큰 의미를 지닐지 모른다. 중국은 미국 은행에 보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지 않고 있다. 원래 미 은행은 위안화 표시 거래 및 결제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
위안화 국제화는 아직 멀어
위안화 국제화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세계 금융거래에서 위안화가 본격적인 역할을 맡는 건 아직도 꿈같은 이야기다. 국제은행 간 통신협회(SWIFT) 시스템에서 처리된 국제 통화 거래에서 위안화 비중은 5월 기준 1.95%로 4년 전의 2.12%보다 떨어졌다. 홍콩을 통계에서 제외하면 국제 거래에서 차지하는 위안화 비율은 폴란드 즐로티화의 0.53%를 약간 밑도는 정도에 불과하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중국 기업이 자국 내에서 발행하는 부분을 제외하면 국제 시장에서 약 1070억달러의 위안화 채권이 발행되고 있다. 이는 세계에서 발행된 달러화 채권 11조3000억달러의 1%에도 못 미친다.
미국과 중국은 무역과 하이테크 분야에서 맞대응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국제금융 분야에서는 미·중의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다. 미 정부는 중국 은행들이 접근을 필요로 하는 달러 결제 시스템의 최종 권한을 갖고 있다. 이것이 모든 걸 말해준다.
정리=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이 글은 마이크 버드(Mike Bird)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가 기고한 칼럼 ‘Trump’s Most Powerful Weapon in the US-China Trade Fight’를 정리한 것입니다.
한국경제신문 독점제휴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