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택 기자] 숱한 남성들의 동경의 대상임과 동시에, 아직은 편견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가 많은 직업 레이싱모델. 허나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걷고 당당한 모습으로 잘못된 편견을 깨려 노력하는 이영. 올해로 3년차 신입이라는 그녀는 21살 나이에 서울로 상경해 산전수전 겪으며 지금의 자리에 섰다.
늘 밝은 성격의 소유자인 그녀는 본인의 그런 점이 장점이자 단점이라 말하기도 했다. 꿈을 이루고자 서울에 발을 디뎠지만 그리 녹록지 못했던 나날에 상처도 입었지만, 더욱 성장할 수 있던 발판으로 삼아 오뚝이처럼 일어섰다고.
어릴 때부터 공효진이 롤모델이었다던 이영. 이유를 묻자 ‘자신만의 색이 가장 또렷한 사람이라서’라고 답했다. 본인 역시 무슨 일을 하든 ‘이영은 이영’이란 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나만의 색을 발견하고 표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Q. 촬영 소감
“며칠 동안 운동을 많이 못 하는 바람에 살이 많이 쪄서 하루에 한 끼도 제대로 못 먹었다. 심지어 어제부터는 한 끼도 먹지 않았는데 긴장까지 더해져 쉽지 않았다. 다행히 촬영 때 예쁘다는 말을 많이 해주셔서 자신감이 생겨 긴장이 많이 풀렸다”
Q. 가장 마음에 들었던 콘셉트
“청바지에 흰 티만 입었던 첫 번째 콘셉트가 가장 좋았다. 평소 즐겨 입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편해서 포즈 취하기도 수월했다. 좀 더 활기차게 하고 싶었는데 끼를 참느라 힘들었다(웃음)”
Q. 최근 근황
“비수기가 길었다. 레이싱모델은 행사도 많이 한다. 의전을 할 때도 있고 서킷에서 트랙 주행 같은 행사가 있으면 고객분들이나 VIP 응대를 돕기도 한다. 대부분 그런 일들은 겨울에 하는 편인데, 작년 11월부터 행사가 너무 없다. 여름이 되기 직전 혹은 겨울이 오기 직전 봄, 가을에는 일이 많다. 근데 이번 해에는 선배들도 말씀하시길 예전엔 페이도 높고 할 수 있는 일도 많았는데 우리 때부터 그렇지 않다고 한다. 평소 먹는 걸 즐기는 편이라 최근에는 계속 먹거나 게임을 하면서 보냈다. 그러다가 모터쇼를 기준으로 좀 풀리면서 일이 많아지고 있다. 이제 많이 해야 한다. 곧 여름도 오니까 몸매 관리는 필수다”
Q. 뮤지컬을 전공했고 패션모델로도 활동했었다. 지금의 레이싱모델이 되기까지 과정이 궁금하다
“사실 중간에 엔터테인먼트 쪽에서 연기도 했었다. 정말 짧게 하다가 사기꾼들에게 4~5번 사기를 당한 적도 있다. 결국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해 모델 일을 하게 됐다. 근데 패션 전공이 아니다 보니 무시도 많이 당하고 텃세가 심했다. 게다가 패션쇼에 서기에는 키가 모자란 편이었다. 그렇게 지내다가 레이싱 모델 제안을 몇 번 받았다. 당시에는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는데 갑자기 기회가 닿았다. 패션 후배가 먼저 데뷔를 하면서 제안을 해줬고 그렇게 시작하게 되었다. 심지어 첫 오디션에선 떨어졌었다. 근데 데뷔하게 된 팀의 자리에 원래 뽑혔던 모델이 갑자기 빠지게 되면서 실물 면접 한 번 없이 급하게 투입됐다. 운이 정말 좋은 케이스였다. 그리곤 데뷔 후부터 승승장구했다. 아직은 3년차라 신인이다”
Q. 레이싱모델과 패션모델의 차이점
“데뷔 당시엔 차별화가 분명히 있었다. 근데 요즘은 패션모델들도 카모델을 많이 한다. 그리고 경기장에도 패션모델을 뽑는 경우가 있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하는 일은 단순히 차 옆에서 서서 포즈를 취하는 게 아닌, 선수들을 케어하는 일이다. 그저 차 옆에서 야한 옷 걸치고 서있는 직업이라는 편견이 있는 건 사실이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우산을 들고 있는 것도 선수들 눈 보호 차원에서 하는 일이다. 하루는 담당했던 선수가 경기장을 20바퀴 정도를 돌아야 했다. 케어를 해야 하는데 차가 있는 방향으로 갔더니 차가 없더라. 정말 깜짝 놀라 땡볕에서 경기장 다섯 바퀴는 돌았던 것 같다. 그러다 어느 구석에서 그늘 아래에 탈진해서 쓰러져있는 선수를 발견했다. 사람들이 물 떠다가 나르며 몸을 식혀주는데 정말 이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닫고 더욱 사명감을 가지게 되었다”
Q. 평소 자동차에는 관심이 많았는지
“차는 잘 모른다. 처음부터 사실 잘 모르긴 했다. 경기 방식이나 이런 건 많이 물어보고 공부했다”
Q. 팬카페도 있으시더라. 팬들과는 어떻게 소통하는지
“친한 분들과는 SNS 주고받고 가끔 게임하면서 인터넷 방송을 한다. 블로그에 댓글을 달거나 행사장에서 주로 소통한다, 먹을 것도 많이 사다 주시고 사진도 찍고 나면 메일로 보내주시곤 한다. 너무 감사하다”
Q. 약 1년전 한 매체(PLAYBOY)에서 레이싱모델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여전히 그 생각엔 변함없는지
“당연하다. 처음 레이싱모델을 하겠다고 했을 때는 주위 반응이 정말 안 좋았다. 레이싱모델에 대한 인식이 그저 나빴기 때문이다. 노출도 워낙 심할뿐더러 원래 내가 이런 이미지가 아니어서 괜찮겠냐는 우려를 많이들 했다. 근데 지금은 되려 친구들은 레이싱모델이 이렇게 멋진 직업인지 몰랐다고 말할 정도로 인식이 이미 많이 바뀌었다. 그래서 좀 뿌듯하다”
Q. 여자로서 큰 키가 콤플렉스 였던 적은 없는지
“전혀. 오히려 더 크고 싶다. 175~176cm정도까지 크면 좋겠다. 실제 키는 172cm다”
Q. 본인의 가장 큰 장단점
“밝은 성격이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밝은 성격이 가끔은 실없어 보일 수 있지만 사실 눈치는 빠른 편이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은 좋지만 간혹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봐질 때가 있더라.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가만히 앉아있는데 화난 줄 알 때가 있다(웃음)”
Q. 블로그를 운영 중이더라. 의류 사업도 했던건지?
“스물한 살 때 처음 서울에 달랑 30만 원만 갖고 친한 여자 후배와 같이 올라왔다. 명지대 근처 좁은 단칸방에서 지내면서 열심히 일하며 강남구에 입성했다. 엔터의 꿈은 어렸을 때 아픔을 많이 겪어서 일찍 접었지만 모델 활동하면서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 당시 그러다 블로그로 쇼핑몰을 잠깐 했다. 근데 사업장 주소가 간이과세 기준에 따라 반년 후 다음 해로 넘어가니 일반과세로 넘어갔다. 일반과세일 경우 내가 그만큼 벌어드린 돈이 없어도 세금을 많이 내야 한다. 터무니없는 세금 폭탄에 곤란을 겪게 된 셈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인데 예기치 못한 상황에 결국 접어야 했다”
Q. 몸매 및 피부 관리 비법
“몸매 관리는 따로 안 한다. 원래 마른 체질이고 어릴 때 핸드볼 운동을 5년간 해서 줄곧 몸에 근육은 있었다. 20대 중반에 접어들어 조금씩 근육이 빠지자 3년 전 즈음 살을 찌우려고 PT를 받기도 했다. 최근에도 다시 받으려고 고민 중이다. 피부는 1일 1팩 한다. 예민한 피부이기도 해서 피부과도 한 번씩 가는 편이다. 야외 활동 때는 매 시간마다 선크림을 덧바른다”
Q. 연애관 및 이상형
“남자다운 스타일을 좋아한다. 옷 입는 스타일도 깔끔하고 남자다운. 회사에서 딱히 연애를 못하게 하진 않는다. 회사는 1년에 한 번씩 바뀌는데 팀 소속이라 프리랜서에 가깝다”
Q. 롤모델이 있다면
“어렸을 때부터 줄곧 공효진이 롤모델이었다. 그냥 자연스러운 그 사람의 색이 너무 좋다. 공효진은 딱 공효진이지 않나. 게다가 그분도 모델 출신이었다. 만약 내가 연기를 다시 하게 된다면 공효진 같은 배우로 성장하고 싶다. ‘이영은 그냥 이영이다’ 이런 느낌”
Q. 또 다른 관심 분야는?
“지금은 없다. 방송 일을 조금 하고 싶을 뿐. 유튜브 같은 1인 방송매체가 아닌, TV 방송에 내 모습을 비추고 싶다. 근데 안타깝게도 그런 쪽으로 아직 루트를 잘 모르겠다. 어릴 땐 겁이 없어서인지 오디션도 막 보러 다니곤 했는데, 지금은 정말 모르겠더라. 레이싱모델이란 직업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기회가 올 거라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나를 많이 노출시키고 싶다”
Q. 올해 목표
“올해는 이렇다 할 목표를 아직 못 잡았다. 작년은 인지도를 쌓아 올리는 걸 목표로 했는데 그 부분은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최대한 일만 하면서 지내고 싶다”
에디터: 박홍택
포토: 천유신
의상: bnt collezione(비앤티 꼴레지오네), 피나콜라다
주얼리: 위드란(WITHLAN)
선글라스: 스텔라 마리나(STELLA MARINA)
헤어: 살롱드뮤사이 다온 실장
메이크업: 살롱드뮤사이 채아 실장
장소: 펜션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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