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재 기자 / 사진 백수연 기자] 한국과 일본이 한 데 뭉쳤다.
영화 ‘막다른 골목의 추억(감독 최현영)’의 언론시사회가 3월25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개최됐다. 최현영 감독, 최수영, 다나카 슌스케가 참석했다.
영화 ‘막다른 골목의 추억’은 사랑을 잃고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주인공이 낯선 도시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상처를 치유하는 이야기의 영화. 단편 영화 ‘그 후’로 다마국제영화제 그랑프리, 아시아태평양대학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최현영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이날 그는 “저기 제일 구석 기둥 옆에서 항상 영화를 보던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이었다”며, 학생에서 감독으로 성장한 씨네큐브 키드의 감격을 전했다.
일본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단편 소설 ‘막다른 골목의 추억’이 원작이다. 감독은 “작가님 소설이 워낙 유명하다”며, “때문에 처음 제안 받았을 때 신인 감독인 나에겐 위험한 선택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작품에 깊이가 있기 때문에 부담이 많이 됐다’고 했다. 그가 희망하는 것은 영화 ‘막다른 골목의 추억’을 본 관객이 한국에 지난 2012년 출간된 원작 소설에까지 관심이 미치는 것이다. 그는 “내가 20대에 서점에 앉아 책을 읽었을 때의 감정을 제대로 전달해 관객 분들께서 원작을 찾게 하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감독은 “한국과 일본의 벽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사람을 통해 이별의 아픔을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게 된 건강한 행복의 순간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연출 주안점을 밝혔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막다른 골목의 추억’은 대학 동창인 남녀의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재회의 순간을 그린 ‘유령의 집’부터, 독극물 테러를 당한 여성의 후일담인 ‘엄마!’, 어린 시절 동네 친구와의 안타까운 추억을 담은 ‘따뜻하지 않아’, 같은 건물 사람을 5년간 짝사랑한 여성의 심경을 다룬 ‘도모 짱의 행복’, 약혼자와의 이별에서 일어서기 위한 기묘한 여행을 그린 ‘막다른 골목의 추억’까지 다섯 이야기를 엮은 단편 소설집이다.
특히 제작사가 ‘바나나가 가장 사랑하는 소설 영화화!’란 문구를 메인 포스터 하단에 삽입, 더 많은 관심이 이번 영화화에 쏠린다. 또한, 제작사 측은 “이 이야기를 쓸 수 있었기에 소설가가 되어서 다행”이라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발언을 인용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이날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요시모토 바나나는 단편 ‘막다른 골목의 추억’이 아닌 소설집 ‘막다른 골목의 추억’을 그의 ‘최애’ 작품으로 꼽았다.
“책이 아닌 다른 일로 한국에 온 게 처음”이라고 방한 소감을 밝힌 작가는, “‘막다른 골목의 추억’은 내가 17년 쯤 전에 쓴 소설이었다. 그때의 난 임신 상태였고 ‘아이가 태어나면 이제는 잔혹하거나 무서운 얘기를 쓸 수 없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다. 그래서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그 이야기를 다 써버려야겠다는 생각에 한 번에 다 모아서 쓴 책이 그 책이었다. 그래서 나에게 굉장히 깊은 의미가 있는 기념비적 책”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팬들에게 소설 ‘키친’ ‘도마뱀’ 등으로 잘 알려진 요시모토 바나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함께 국내 독서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인기 작가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전 세계에 열성 독자를 거느리고 있다. 앞서 소설 ‘키친’ ‘아르헨티나 할머니’ ‘바다의 뚜껑’이 책에서 스크린으로 그 무대를 옮겼던 바 있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내 소설을 영화화 해주실 때면 응원과 격려를 받는 기분”이라며, “그래서 영화화는 항상 기쁘다. 내가 소설로 썼을 때와 다른 시각에서 작품을 바라볼 수 있어서 그것도 좋다”고 간접적으로 이번 영화화를 호평했다.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에서 배우로 전업한 최수영이 여주인공 유미 역을 맡았다. ‘막다른 골목의 추억’은 그의 첫 영화 주연작이다. 이날 그는 “첫 주연 영화고 대표작”이란 말 뒤에 살짝 웃은 뒤, “대표작이라고 하기엔 개인적으로 내 연기에 부족한 점을 너무 느껴서 쑥스럽다”고 했다. 이어 “여태껏 출연한 작품 중 이야기나 세계관이 내 개인 정서와 가장 맞는 작품”이라고 출연 배경을 설명한 그는, “내가 이 작품을 통해 치유 받았듯 여러분도 힐링 받고 가셨으면 한다”고 ‘치유’와 ‘힐링’을 이번작과 연관시켰다.
최수영은 그가 이번 영화에 출연하기 전 어른으로서의 사춘기를 겪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참 하고 있던 와중에 ‘막다른 골목의 추억’을 핑계로 낯선 땅 일본에서 스스로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가졌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너는 그냥 그 자리에서 큰 원을 그려 나가면 돼. 그 사람이 그 원에서, 네 인생에서 뛰쳐나갔을 뿐이야’란 문장이 나온다”며, “내가 하는 일이 사실 모든 사람에게 사랑 받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는 일이다.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하지 않아도 나는 괜찮다는 것을 깨닫는 게 참 어렵더라”고 연예인 최수영이 겪고 있는 고충을 알렸다.
하지만 최수영은 그들을 외면하는 법을 ‘막다른 골목의 추억’으로 배웠다. 그는 “소설을 통해서, 촬영을 하면서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과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에게 의연해질 수 있는 계기가 생겼다”며, “그게 곧 치유였다”고 마음을 치료한 최수영을 알렸다.
일본어 연기가 꽤 자연스럽다. 과거 최수영은 소녀시대 데뷔에 앞서 12살 나이에 일본에서 데뷔했다. 그는 “운 좋게 일본어를 그냥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며, “그때부터 막연히 ‘언젠가 일본어로 연기할 날이 오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왔다”고 했다. 이어 “일본어를 어색하게 구사하는 사람이었다면 조금 더 연구가 필요했을 듯하다. 하지만 작품 속 캐릭터도 워낙 일본어를 잘하는 한국 여성으로 등장해 그 덕을 봤다”고 덧붙였다.
카페 ‘엔드포인트’의 점장 니시야마 역에는 배우 다나카 슌스케가 출연했다. 그는 일본에서 ‘보이스 앤드 맨(BOYS AND MEN)’의 멤버로 활동 중에 있다. 그는 “매일 한 편씩 볼 정도로 영화를 좋아한다. 한국 영화도 좋아한다”며, “이 시점에 수영 씨와 같이 주연을 맡게 돼 기쁘다”고 출연 소감을 남겼다. ‘막다른 골목의 추억’은 영화사조아가 제작을 맡은, 다시 말해 한국에서 제작된 영화다. 이에 관해 다나카 슌스케는 한국어로 이야기가 오가는 경우가 많아 어떤 때는 한국 영화 현장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일화를 전했다.
마지막 인사에서 원작자 요시모토 바나나는 ‘막다른 골목의 추억’이 관객 마음 한편에 어떤 감정 하나를 남기는 작품이 되길, 또 그 감정이 1년 혹은 2년 후에 두 주인공을 만나고 싶어 하는 마음으로 발전되길 희망했다. “영화 보신 후 바로 입소문이 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것보단 오랜 기간 반복해서 볼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영화 ‘막다른 골목의 추억’은 4월4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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