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정 기자] 누구나 첫인상만으로 상대방을 판단하고 선입견을 품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새침해 보이는 인상이나 도도해 보이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순간 움츠러들게 되는 것이 사실. 하지만 한껏 새침해 보이고 도도해 보이는 사람이 소탈하게 웃어 보이고 쾌활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때, 그 반전된 이미지에서 오는 매력은 그 사람에게서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늪을 만들기도 한다.
20여 년이 넘게 우리와 함께 한 배우 채정안을 본, 그리고 지금 이 인터뷰를 읽고 있는 당신은 그녀에게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나. 천생 배우, 도도하고 세련된 이미지의. 다수 대중이 채정안에게 가지고 있던 이미지 아닐까.
4시간여 그녀와 화보 촬영을 하고 인터뷰를 한 에디터의 생각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물론 첫인상에 국한된 이야기다. 인터뷰까지 모두 마치고 그녀를 촬영 현장에서 떠나보낸 후 남은 소감은? 아, 저 여자 정말 멋있구나. 멋있는 여자 채정안과 나눈 대화의 한 자락.
Q. 화보 촬영 소감
“평소에 여러 매체의 화보들을 접하는데 bnt는 bnt만의 색깔이 있더라. 트렌디한 따르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게 사진을 보면서도 느껴졌다. 그래서 기대를 하고 화보 촬영장에 올 수 있었고 많은 포토그래퍼를 만나봤지만, 오늘 bnt와의 촬영 현장에서 만난 포토그래퍼분의 집중력에 감명 받았다. 오랜만에 진행한 화보 촬영에서 좋은 에너지를 얻고 가는 거 같아 좋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촬영을 했다”
Q. 근황
“작년에 KBS 드라마 ‘슈츠’를 끝내면서 법정 드라마가 굉장히 어렵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이번에도 법정 드라마에 들어가게 됐다. 지금 한창 촬영 중인데 곧 있으면 방송이 시작한다. JTBC 드라마 ‘SKY캐슬(이하 스카이캐슬)’의 후속이다. 개인적으로 ‘스카이캐슬’을 굉장히 재미있게 보고 있다. 다른 드라마를 보면서 내 드라마도 촬영하는, 드라마로 정신없는 근황을 보내고 있다(웃음)”
Q. 한창 JTBC 드라마 ‘리갈하이’를 촬영 중인데. 현장 분위기를 전하자면
“법정 드라마지만 굉장히 유쾌하고 통쾌한, 사이다 같은 요소가 있는 작품이다. ‘현실에서 이런 이야기가 정말 있을까’라고 생각이 들 수 있는 정도의 판타지 요소도 조금 있다. 실은 우리가 생각했던 일반적인 변호사분들의 이야기도 있지만 가끔은 우리가 비현실적이지만 이런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들도 있지 않나.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좀 대변해주고 해결해 줄 수 있는 이야기를 보여줄 캐릭터들이 나오는 작품이다. 현장에서는 무조건 작품을 잘 만들어야 한다는 열정과 노력이 넘치고 있다. 김병옥 선배님을 필두로 굉장히 유쾌하신 분들이 많아서 항상 웃음이 넘치는 현장이다. 졸릴 틈이 없다(웃음)”
“주인공인 진구 씨의 힘도 엄청나다. 현장에서 같이 연기하는 배우지만 진구 씨의 촬영을 구경할 때도 있다(웃음). ‘아 저렇게 할 수 있구나’를 느끼게 되는 배우더라. 대본 리딩 때부터 느꼈던 것 같다. 처음이라 다들 서먹서먹한 와중에도 힘을 보여주는 배우들이 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진구 씨, 김병옥 선배님 등이 그런 힘을 보여주더라. 나는 아직 좀 누르고 있다(웃음). 다 보여주지 않으려고. 작품이 끝나기 전까지는 나오지 않을까(웃음)”
Q. 배우 채정안이 ‘리갈하이’에서 보여주고 싶은 모습은
“기존에 내가 주로 소비되던 이미지인 ‘차도녀’, ‘패셔니스타’ 등의 이름이 나 역시 익숙했었다. 오랫동안 일을 했기 때문에 나에 대한 이미지가 좀 고정된 경향이 있는데 그 틀을 굳이 깰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끔은 그렇게 고정적으로 나를 보는 대중들의 생각에서 채정안이라는 사람이 더 궁금해지게 만들고 싶기도 했다. 내 안에 있는, 그렇게 차갑지만은 않고 어느 부분에서는 좀 뜨거움이 있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번 작품을 통해서 보이는 것만이 아닌, 캐릭터의 힘이 있고 그 이면을 좀 궁금해할 수 있는 그런 모습을 좀 보여 드리고 싶다”
Q. 어떤 캐릭터인지 간략하게 소개한다면
“변호사가 된 것부터가 좀 일반적이지 않은 캐릭터다. 법조인의 길을 걷는 이들에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공부의 길만 걸어온 그런 캐릭터가 아니다. 과거에는 좀 어둠의 세계에 있는? 그런 여자다(웃음). 그 와중에 머리가 굉장히 좋았던 거지. 그러던 중에 누군가의 조언 아닌 조언으로 좋은 머리를 정의를 위해 써보자는 생각으로 변호사가 된 역할이다. 액션 아닌 액션을 보여 드릴 수도 있을 것 같고. 어느 정도 반전이 있는 역할이다”
Q. 작품을 선택할 때 기준이 있다면
“사실 작품을 고를 때 어떤 큰 기준이 없는 게 일을 하면서의 내 마인드 때문인 것 같다. 나는 기본적으로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나는 연기가 일이니 무엇이든 꾸준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러면서 삶의 원동력을 얻는다고 생각한다”
“또 내가 하고 싶은 작품이나 캐릭터가 저 위에 있다면 거기에 도달하기 위해 최대한 다양한 작품으로 경험을 쌓으며 내실을 다져놔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지 특별한 기준은 없다. 재미있는 요소는 좀 따진다. Fun이 중요하더라. 재미”
Q. 번외지만 ‘스카이캐슬’을 즐겨본다고 하시니 그런 여자들이 주축이 되는 작품에 대한 욕심이 여배우로서 있을 것도 같은데
“당연하다. 그렇게 여자들이 주축이 돼 이야기를 끌어가는 작품을 당연히 하고 싶다. 많은 분이 알고 계시겠지만, 영화나 드라마나 남자 배우들이 아무래도 주축이 되고 여자 배우들은 할 수 있는 걸 찾아서 겨우겨우 해내는 경우가 많지 않나. 이번에 ‘스카이캐슬’이 시작될 때부터 그 멤버들이 굉장히 부러웠다. 아마 나처럼 생각하는 배우들이 많았을 거다. 나 혼자 상상도 했었다. ‘저기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었을까’ 이런 생각들. 그런데 오히려 방송을 보고 나니 시청자로서 보게 된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배우 한 사람, 한 사람의 연기가 뛰어나더라. 그러면서 부럽고(웃음)”
Q. 배우로서 전환점
“데뷔를 좀 일찍 해서 지금은 소통되는 시대지만 당시에는 그런 것이 불가능했다. 일이 들어오면 무조건 해야 했고 모든 시스템이 약간 주먹구구식이었다. 원하든 원치 않든 무언갈 만들어야 한다는 강제적인 방식이 좀 힘들었다. 사고에 자유가 없다고 해야 할까”
“그 와중에 2007년에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에 출연하면서 이윤정 PD를 만나게 됐는데 그때 처음 뭔가 다른 걸 느끼게 됐다. 현장에 가는 게 놀러 가는 거 같았다. ‘일을 하는 게 이렇게 즐거울 수 있구나’라는 감정을 데뷔한 지 10년이 넘어서야 알게 됐다. 그때 이후로는 현장에 올 때 내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현장에서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지부터 모든 것이 조금 어렵고 버거웠다면 ‘커피프린스 1호점’을 기점으로 새로운 배우들과 작품을 만들어 가고 관계를 맺어 가는 것에 재미를 느끼게 됐다. 소통하는 법을 알게 된 것 같다. 내가 일하는 이 작업 현장이 그렇게 무미건조하지만은 않다는 걸 알게 된 거지”
Q. 그런 사고방식의 변화가 후배들을 대할 때도 스며 나오는 게 아닐까. 후배들과의 관계가 굉장히 돈독하더라. 먼저 다가가는 선배가 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나는 후배들이라고 더 잘해줘야지 라는 생각보다는 내가 생각하는 그맘때의 내 모습이 겹치면서 자연스럽게 후배들을 대할 수 있는 것 같다. 활동은 오래 했지만 그때의 내 모습은 불안했고 성숙하지 못한 면도 있었기 때문에 이 친구들의 마음 상태를 읽게 되더라. 그때를 지나왔던 불완전 했던 내 모습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후배들에게 위로가 돼 주고 싶다. 그래서 벽 없이 잘 스며들 수 있는 것 같다. 술이나 한번 더 사주게 되고, 챙겨주게 되고”
“지나고 보면 별일 아닌, 참 단순한 일인데 그걸 어려워하는 후배들이 많다. 그런 걸 좀 도와주고 쉽게 풀어주려고 이야기해 주는 편이다. 후배 중에 자신이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모르는 친구들이 많다. 참 안쓰럽더라. 나 역시 자존감이 낮았던 적이 있던 터라 그런 친구들에게 오히려 더 다가가려고 한다. 오지랖이지(웃음). 그러면서 쉽게 친해질 수 있는 거 같다”
Q. 그렇다면 반대로 채정안에게 힘이 되는 선배도 있었을까
“작품 할 때마다 많은 선배님을 만나는데 어느 순간 ‘아, 이 선배를 좀 빨리 만났더라면 좋았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분들이 있다. 2011년에 한 작품에서 김남주 선배와 만났었는데 그때 그런 감정을 느꼈다. 사실 나도 (김)남주 언니를 처음 봤을 때 흔한 선입견이 있었다. 차가워 보이고 뭐든 완벽해 보이는. 그런데 언니와 대화를 하다 보니 언니 역시 힘든 점, 본인의 부족한 점에 고민하는 보통 사람 같더라(웃음). 언니와 작품을 하면서 친해져서 나중에 내 작품을 모니터해 주기도 하는데 그런 일들이 참 좋더라. 반면에 나는 남주 언니의 작품에 모니터해 줄 게 없는 게 워낙 노력파에 완벽하다. 존경할 만한 점이 있는 선배라고 할 수 있지”
“남주 언니 외에도 작품을 하면서 그런 선배들을 뜻밖에 자주 만나게 된다. 최근작인 ‘슈츠’에서 만난 진희경 선배도 그렇고. 남자 선배 중에는 박성웅 선배. 현장에서 다 힘든데도 자기가 시간을 내서 사람들을 단합시키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선배들이 좋더라(웃음). 그런 점들을 배우고 도움도 얻고 한다”
Q. 슬럼프를 이겨내는 법
“슬럼프가 있는 기간이 딱히 정해져 있진 않더라. 사실 자주 온다(웃음). 그걸 이겨내는 방법을 어느 날 깨달았는데 어릴 적에는 살짝 기분이 업 돼 있었다. 항상 신 나고 즐거웠는데 지나고 나서 보니 일부러 그런 모습을 연출했던 것 같다. 자기방어였던 것 같다. 괜찮은 척, 센 척하다 보니 항상 텐션이 높아진 모습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느 순간 지치게 된 거지. 항상 업 돼 있었으니 얼마나 힘들었겠나. 그 과정을 거치면서 단순하고 내츄럴한 모습이 더 편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이제는 더 단순하게, 더 내츄럴하게 지내려고 생각한다. 슬럼프가 오더라도 조금 내려놓는 연습을 하면 금방 다시 이겨낼 수 있다”
Q. 연기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
“물론 너무 완벽하게 잘하면 좋은데 가끔 아픈 순간에 촬영한 내 모습을 보게 될 때가 있다. 그때의 연기가 너무 자연스럽더라. 그래서 왜 그럴까 생각을 하다 보니까 힘을 빼면 되겠더라. 힘이 들어갔다는 게 뭔가 하면 과도하게 긴장을 하게 되는 순간이다. ‘내가 이 신 완벽하게 잘 해내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너무 긴장하고 힘이 들어가 부러질 거 같은 거다”
“내가 맡은 역할들이 좀 자연스럽고 여유로운 느낌을 보여줘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유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좀 힘을 뺀, 자연스러운 부분을 어필하는 연기를 하고 싶다. 그러려면 연기에 힘을 좀 빼야 한다는 걸 깨달았고 그런 포인트를 잃지 않으려고 생각 중이다”
Q. 인생 작품이 있다면
“주변 친구들이 제각기 좋은 작품을 만나서 인상 깊은 이미지를 남기는 걸 보면서 어느 순간 부러움을 느꼈던 적이 있다. 그런데 누군가는 나에게 ‘너에겐 한유주가 있잖아’라고 말해주더라. 그러면서 나도 깨달음을 얻은 것 같다. 배우 중에 흔한 말로 전성기라던가 대중들의 기억에 오래 남는 캐릭터나 작품을 아직 만나보지 못한 이들도 많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한유주라는 캐릭터가 있다는 게 어떻게 생각하면 버거울 때도 있었지만, 다시 생각하니 감사하다”
“어느 때는 한유주라는 캐릭터를 뛰어넘고 싶어서 참 열심히, 미친 듯이 달렸던 순간도 있었다. 지금은 한유주를 만나면서 많은 걸 얻었고 깨달았고, 지금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밑거름을 만들어 준 것 같아서 감히 인생 작품, 인생 캐릭터라고 칭할 수 있다. 지금도 2007년의 작품, 캐릭터를 기억해 주시고 다시 언급해 주시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러면서 당시의 한유주에게서 지금의 채정안을 기억해 주시는 거니 마냥 감사하다. 앞으로 열심히 하면 또 ‘리갈하이’가 인생 작품이 될 수 있지 않은가. 열심히 해야지(웃음)”
Q. 앞으로 맡고 싶은 캐릭터나 작품
“내가 주로 맡았던 역할들이 항상 힘이 있는 여자였다. 돈이 많거나 권력이 있는 캐릭터. 그러면서 누군가를 지지해주고 서포트 해 주는 역할이었는데 그래서 극 중에서 항상 외로웠던 것 같다. 전작 ‘슈츠’에서 장동건 씨를 위해 모든 걸 다 감수하는 비서 역할이었는데 한 장면에서 주인공을 위해 힘쓰다가 퇴사까지 당해 짐을 들고 퇴장하는, 그런 장면을 촬영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순간 정말, 실제로 눈물이 쏟아지더라. 내가 맡은 캐릭터가 그렇게 안 될 수가 없었다. 그때 참 서러웠다. 외롭다는 감정을 느낀 거 같다. 그래서 그런지 앞으로는 진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캐릭터를 한 번 연기해 보고 싶다. 정통 멜로에 목이 마르다(웃음). 여자들의 진한 우정을 담은 워맨스도 환영이다”
Q. 그럼 가장 채정안다운 캐릭터가 있었을까
“KBS 드라마 ‘슈츠’의 홍다함이 그나마 내 모습이 좀 보였던 것 같다. 단편적인 부분이긴 하지만 분위기가 다운되면 좀 띄우려고 노력하는 그런 모습? 그런 적극적인 모습들이 나와 좀 비슷하다고 느꼈었지. 어떻게 보면 오지랖일 수 있지만(웃음)”
Q. 연예계에 오래 몸담으면서 서로 힘이 되는 동료도 있을 것 같은데
“많이들 아시겠지만 한지민 씨, 윤소이 씨, 이지혜 씨, 이미도 씨 등과 서로 힘이 돼 주는 사이다. 최근에 더욱 친해진 오나라 씨는 사실 10여 년 전에 한 작품에서 만났었고 그 후로 스치듯 몇몇 작품에서 호흡을 맞추다가 JTBC 드라마 ‘맨투맨’에서는 친구 역할로 만나서 본격적으로 친해졌다. 그 후로 언니가 ‘나의 아저씨’부터 시작해서 ‘스카이캐슬’로 굉장히 잘 됐지 않나. 사실 연예계란 곳에서 일하면서 누군가의 성공을 보고 진심으로 축복하고 잘됐다고 느낀 경우가 별로 없는 거 같은데 언니가 잘됐는데 정말 기쁘더라. 언니의 성실함, 재능, 선함을 내가 아는데 그런 언니의 성공에 내가 다 좋았다. 작년에 한지민 씨가 상을 휩쓸었을 때도 정말 대견하고 내 일처럼 좋았다. 오나라 씨도 그렇고. 최근에 ‘내가 참 이 사람들을 아끼고 좋아 하는구나’라고 느낀 일인 것 같다”
Q. 일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
“가장 행복한 걸 느끼는 순간은 좀 편안할 때인 것 같다. 아무래도 일을 하면서 사람들을 만날 때는 항상 긴장해 있지 않나. 사실 평상시에 집에 있을 때도 좀 가만히 있는 스타일이 아니다. 혼자 되게 바쁘다. 가만히 못 있는 스타일이라 이것저것 분주한 스타일인데 어느 날 좀 일찍 침대에 강아지와 함께 누워서 아무 생각 없이 TV를 보고 있는데 참 그 순간 행복하다는 걸 느끼게 되더라. 거창하고 대단한 건 아닌 거 같다. 그냥 내가 가장 편안할 수 있는 순간에서 오는 소소한 행복을 이제는 알게 됐다”
Q. 패셔니스타로 유명한데. 스타일링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다면
“패션에 대해 돌고 돌아 결국 느낀 건 기본이 가장 예쁘다는 것. 기본적인 심플한 패션을 추구하면서 거기에 나만의 색깔을 좀 추가한다. 기본적으로 봤을 때 뭔가 있어 보이는 사람들이 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그런 느낌은 옷을 잘 안다는 태도에서 나오는 거더라. 내가 입은 옷을 잘 이해하고 옷을 사랑할 때 그런 당당한 자세가 나오더라”
“그러면서도 한 가지 스타일에만 고정되지는 않으려고 한다. 일례로 오버핏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오버핏만 입다 보면 내 몸을 살필 수가 없다(웃음). 그래서 편식하지 않으려고 한다. 안 입어 본 스타일에도 꾸준히 도전해서 두려움을 좀 없애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Q. 이상형
“예전에는 정말 누가 봐도 잘생긴 사람이 이상형이었다. 키도 커야 하고 얼굴도 잘생긴. 그런데 지나고 보니 인성이 좋은 사람이 최고더라. 사람을 볼 때 대화를 많이 해봐야 하는 거 같고. 개인적으로는 첫눈에 나를 빠져들게 하는 사람은 좀 위험한 거 같다(웃음). 금사빠라는 것에 위험함을 느낀달까. 그래서 시간이 갈수록 보고 싶어지는 사람이 이상형이다”
Q. 참 한결같은 모습으로 대중들과 함께하는데. 관리 비법을 소개한다면
“나도 30살까지는 운동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몸이 정말 아파지면서 정말 살기 위해서 운동을 시작한 사롄데 많은 분께 말씀드리고 싶은 건 운동을 하면서 자기의 몸에 집중하게 되면 좀 다양한 것들이 보인다는 점이다. 아파서 치료하려다 보니까 운동을 하게 됐고 그러다 보니 미적인 것도 따라오더라. 내 몸에 관심을 둔 순간 문제점이 눈에 들어온다. 자기 몸을 정말 사랑해서 관찰하다 보면 남을 의식하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이유가 된다. 그러면 관리도 좀 수월해진다”
“피부도 사실 평소에 좀 건조한 편이라 수분을 위해서 홈케어를 굉장히 열심히 하는 편이다. 가장 중요한 건 클렌징이다. 기본이 중요한 데 많은 사람이 간과하는 부분인 것 같다. 나는 술에 취해도 클렌징은 꼭 한다(웃음). 클렌징 했다는 걸 잊고 또 할 때가 있을 정도다. 어릴 적부터 공들인 홈케어는 배신하지 않더라”
Q. 채정안이 걸어온 배우의 길은 어떤 것 같나
“울퉁불퉁하고 못생긴 길을 걸어온 기분이다. 험난한 건 아닌데 아무도 모르는 길을 걸어온 거 같다. 다듬어지지 않은 길을 걸어왔는데 다시 되돌아갈 수는 없지만 이제 내가 가야 할 길은 좀 편안한 길이 될 거 같다. 이제는 좀 내가 가야 할 길이 보인다고 할까. 울퉁불퉁, 못생긴 길을 걸어오면서 느낀 점인 것 같다. 복잡하게 살 필요 없다는 것. 내가 배우라는 일을 한다는 게 참 일상 같다. 지금 당장 큰 인기를 얻으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칸을 가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주어진 작품, 일상에 집중하면서 살아갈 때 행복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내가 갈 방향이 정해진 거지”
Q. 어떤 배우로 남고 싶은지
“조금 유치한 말일 수도 있지만, 채정안이란 배우를 봤을 때 기분이 좋아졌으면 좋겠다. 누군가를 봤을 때 괜히 기운이 안 좋은 사람도 있지 않나. 배우 중에도 메이크업과 어떤 이미지로 감춰져 있지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향기가 다 다르지 않나. 나는 너무 강하고 세고 부담스러운 그런 이미지가 아니라 좀 은은하고 기분 좋은 향이 나는 그런 배우로 남고 싶다”
Q. 목표
“음… 목표가 꼭 있어야 하나(웃음). 목표가 중요하진 않은 거 같다. 앞서 말한 힘을 뺀 연기를 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한 이야기지. 다가오는, 주어진 것들에 온 힘을 다하는 삶. 그거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