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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첫눈 같은 배우 김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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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희 기자] 겨울 한파가 끔찍하지마는 첫눈만큼은 누구에게나 설렌다. 첫눈이 채 녹지 않은, 손끝이 시리게 추운 겨울 배우 김재영을 만났다. 첫눈의 설렘을 얼굴에 담아낸 듯 차가우면서도 부드러운 분위기가 공존한 그는 점차 함께한 시간이 흐를수록 예상과는 사뭇 다른 반전을 선사하기도 했다.

모델로 런웨이를 장활하게 거닐던 그가 배우로 전향한 지 벌써 5년 차가 됐다. 2013년 영화 ‘노브레싱’을 시작으로 드라마 ‘마스터-국수의 신’, ‘블랙’, 그리고 높은 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둔 ‘백일의 낭군님’까지. 현재는 Olive 드라마 ‘은주의 방’에서 여자들의 워너비 남사친 서민석 역으로 분하며 필모그래피를 탄탄히 쌓아가는 중이다.

차가우면서도 부드러운 매력의 김재영. 그를 진정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연기에 대한 진심 어린 고민과 사람 냄새 나는 진짜 배우라는 것.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설지, 그의 다음 모습이 궁금해졌다.

Q. bnt와 세 번째 화보 촬영을 진행한 소감

“bnt는 항상 예쁘게 찍어주는 것 같다. 야외에서 화보를 찍은 것은 처음이라 더 재미있었다. 사진이 잘 나올 것 같아서 기대된다”

Q. ‘은주의 방’ 촬영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것 같은데, 요즘 근황은 어떤가

“‘은주의 방’ 촬영이 앞으로 10일 정도 남았는데, 집중해서 남은 촬영에 임하고 있다. ‘백일의 낭군님’ 포상 휴가를 갈 예정이다. 또 다음 드라마 작품 준비 중이다”

Q. ‘백일의 낭군님’ 종영 후 연이어 ‘은주의 방’에 참여하며 배우로서 입지를 다져나가는 중인데, 소감이 어떤가

“점차 비중 있는 역할을 맡다 보니까 짊어져야 할 부분도 많아진 것 같다. 부담도 되지만 스스로 발전해나가는 부분이니 그만큼 내가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첫 사극 연기를 소화하면서 어려움도 있었겠다

“사극이다 보니 말투도 어려웠고, 캐릭터 자체가 묵묵하고 감정을 잘 내보이지 않는 사람이라 표현하는 데 힘든 점도 있었다. 극 중 무연은 자신의 목표만 보고 사는 캐릭터다 보니 기분이나 모습을 많이 감추는 편이다. 감독님과 의견을 나누면서 무연이라는 인물을 연구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인물의 성격에도 변화가 나타나는데, 그런 변화를 자연스럽게 이어가기 역시 쉽지만은 않았다”

Q. 세자빈 김소혜 역을 맡은 한소희와 러브라인을 형성했는데, 결말에 대해 아쉬움도 남을 것 같다

“처음에 감독님이 로미오와 줄리엣이라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우리가 보기에는 그렇게 받아드릴 수 있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이기적인 커플이라는 생각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러브라인이지만 서로 사랑하는 감정을 많이 보여드리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움도 든다. 세자빈과 무연의 서사를 좀 더 풀어냈다면 시청자들이 보시기에도 몰입도를 높일 수 있지 않았을까”

Q. ‘백일의 낭군님’ 배우들과 연기 호흡은 어땠나

“많이 배우기만 했던 것 같다. 극 중 남지현 씨의 오빠로 나왔는데, 어렸을 때부터 연기해서 내공이 대단하더라. 잘 이끌어주고 연기에 대한 도움을 많이 받았다. 도경수 씨와 액션신에서 붙게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액션신을 소화하는 것도 남다르더라. 조성하 선배님을 비롯해서 다른 선배님들한테 연기적으로 조언도 많이 들었다. 함께했던 배우들 덕분에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Q. 다른 배우들은 시청률 공약으로 엑소의 ‘으르렁’ 댄스를 선보이기도 했는데, 촬영으로 참여하지 못해 아쉽기도 하겠다

“‘은주의 방’ 촬영으로 아쉽게도 참여하지 못했다. 포상휴가를 가서 한 번 더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함께하고 싶다. 춤을 잘 춘다기보다는 자신은 있다. (웃음) 댄스에 소질이 조금 있는 것 같기도. (웃음)”

Q. ‘백일의 낭군님’ 출연 전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고

“‘백일의 낭군님’ 하기 전에 3개월 정도 공백 기간이 있었다. 그 시간 동안 캐스팅이 됐다가 떨어지는 상황이 계속해서 생기더라. 그동안 꾸준히 연기를 해왔지만 내가 배우라는 걸 아무도 몰라주는 기분이었다. 이 길이 맞을까라는 고민을 하던 중 운 좋게 ‘백일의 낭군님’에 참여하게 됐다. 덕분에 연기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고, 이어서 ‘은주의 방’에 참여하면서 많은 경험을 쌓게 됐다”

Q. ‘백일의 낭군님’이 배우로서 전환점이 된 것 같다. 작품이 흥행하면서 알아보는 팬들도 늘지 않았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많이 알아보시지는 못하더라. SNS 팔로워는 꽤 많이 늘었다. (웃음) 작품이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나를 많이 알릴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 같아 감사하다”

Q. ‘백일의 낭군님’에 이어서 ‘은주의 방’에 곧바로 참여하게 됐다. 캐릭터 변화가 커서 몰입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극 중 서민석은 실제 내 성격을 많이 반영한 캐릭터라 어려움은 없었다. 감독님과 의견을 나누면서 오히려 더 편하게 소화할 수 있었다”


Q. 첫 주연작이라 감회가 남다른 만큼 부담감도 클 것 같다

“연기에 대해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초반에는 고민도 많고 부담감도 느꼈지만, 극에 몰입할수록 무거운 짐을 털어낼 수 있었다. 은주 역을 맡은 류혜영 씨와 호흡이 잘 맞아서 덕분에 안정감을 느낀 것 같다. 물론 수치로 나타나는 시청률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연기에 집중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Q. 극 중 여사친이자 짝사랑 상대인 류혜영과 실제 친구 같은 케미스트리를 보여주더라

“류혜영 씨를 만나기 전에는 전 작품 속의 걸크러시한 이미지를 떠올렸다. 만나서 대화하고 연기 호흡을 맞출수록 극 중 은주와 닮아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호흡을 맞출수록 점점 연기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친구다. 많은 걸 배울 수 있어서 이런 친구를 또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Q. 19년간 짝사랑한 은주 곁에 저돌적으로 다가가는 연하남이 등장했다. 본격적인 삼각관계에 돌입하면서 연기지만 라이벌 의식도 들 것 같다

“정말 짜증 났다. (웃음) 가끔 극 중 재현이와 더 잘 어울린다는 댓글을 보면 상처받는다. 민석이는 19년 동안 짝사랑 해오면서 고백을 하면 친구 관계마저 무너질까 얼마나 고민이 많고 두렵겠나. 그런데 저돌적인 연하남의 등장이라니. (웃음) 만약 내 상황이라도 선뜻 용기 내기 어려울 것 같다”

Q. 친구에서 연인으로, 본인이라면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가능할 것 같다. 왜냐하면 난 여자인 친구가 없거든. 가능해지고 싶어도 불가능한 건가. (웃음) 사실 힘들 것 같긴 하다. 좋아하는 데 친구로 계속 둘 수 있나. 좋아하는 이성과 19년이라는 오랜 세월을 친구로 지낼 수는 없을 것 같다”

Q. 실제 연애 스타일은 어떤 편인가

“극 중 민석이와 닮은 부분이 많다. 나도 일적인 부분에 대한 관여를 힘들어하는 편이다. 각자 하는 이에 대해 집중하고 서로의 일을 존중해주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상대방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같이 힘이 나지 않나. 의지하는 건 좋지만 서로에게 너무 기대는 관계는 오래 지속하기 어려운 것 같다”

Q. 그렇다면 이상형은?

“어렸을 때는 얼굴이 하얗고, 긴 생머리의 여자분을 좋아했다. 이제는 좀 바뀐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외모적인 부분은 신경 쓰지 않게 되더라. 서로 정신적으로 이끌어주고 도와줄 수 있는 사람. 그게 가장 큰 것 같다”

Q. 배우 김영광과 많이 닮은 것 같다

“모델 활동하실 때부터 워낙 멋있었던 선배님이다. 닮았다는 말을 들으면 그저 죄송하다. (웃음)”

Q. 본인의 매력 포인트를 꼽자면

“상황에 따라 다른 것 같다. 꼽자면 웃을 때 입모양. 무표정일 때는 기분이 안 좋아 보인다는 말을 듣기도 했는데, 웃을 때 반전되는 부분이 있다. 모델 할 때는 날카롭게 찢어진 눈매를 좋아해 주시더라. 배우로 전향한 후에는 눈매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역할에 제약이 있을 수 있으니까. ‘은주의 방’을 통해 외모에 대한 생각의 틀을 깰 수 있었다”


Q. 모델로 활동할 때 힘들었던 점

“공허함. 배우도 비슷한 것 같은데, 열심히 일하다가 혼자일 때 느껴지는 공허함이 있다. 또 한편으로 백수로 지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컸지. 연기하게 된 이유로 그 불안감도 영향이 있었다. 모델이란 직업은 비교적 수명이 짧으니까”

Q. 모델에서 배우로 전향하게 된 계기

“신인 모델 시절 ‘꽃미남 캐스팅, 오! 보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프로그램을 통해 연기를 배우면서 재미를 느꼈다. 모델이란 직업은 내면보다는 외면을 보여주지 않나. 모델의 성격이나 감정 표현은 파악하기 어렵거든. 그런데 배우라는 직업은 나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Q. 배우로 활동한 지 5년 차가 됐지만, 신인 배우로 알고 있는 대중도 많다. 꾸준히 활동했지만 인식에 대한 아쉬움도 있을 것 같다

“아쉬운 점도 있지만, 누군가 알아봐 주길 바라서 연기한 것이 아니기에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백일의 낭군님’에 대한 애틋함이 남다르다. 덕분에 알아봐 주시는 분들도 늘었으니까. 예전에는 기사가 나도 아무 반응이 없었는데, 지금은 악플도 있고 좋은 말씀도 많아서 그런 모든 관심에 행복함을 느낀다”

Q. 영화와 드라마 등 여러 작품에 쉬지 않고 참여했다. 다작 통해 느낀 점도 많을 터

“처음에는 무작정 했다. 연기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거든. 그때는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던, 그 순간만큼은 내가 살아있다고 느꼈다. 그런데 요즘에는 생각이 바뀌었다. 작품에 참여하고 연기를 할 때는 고민을 많이 해야겠다고. 인물에 상관없이 무작정 연기를 하는 건 그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없이 그저 척만 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제는 정말 그 인물로 분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민을 거듭하고 이해하고 분석해야겠지”

Q. 5년이란 시간이 결코 녹록지만은 않았겠지

“일을 할 때만큼은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에 그리 힘들지 않았는데, 올해 초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던 것 같다. 작년에 참여했던 ‘블랙’이라는 드라마를 끝으로 활동이 없었다. 그 기간 동안 캐스팅이 됐다가 안 되길 반복하고, 촬영 이틀 전 갑자기 하차 소식을 전해 듣기도 했다. 그때는 정말 힘들더라. ‘내가 부족했기 때문이겠지’, ‘뭐가 부족했던 걸까’라는 생각만 반복했다. 아무것도 믿을 수 없고 배우라는 직업에 회의감도 들었다”

Q.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당연히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리고 평범한 사람인 배우. 특별한 걸 보여주기 위해 척하는 배우가 아닌 나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 그게 목표이자 바람이다”

Q. 활동 계획

“‘은주의 방’이 1월에 막을 내린다. 남은 촬영도 열심히 해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그리고 류준열 선배님, 유지태 선배님, 그리고 조우진 선배님과 함께 촬영한 영화 ‘돈’이 내년 3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열심히 홍보해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싶다”

Q. 영화 ‘돈’ 촬영하면서 선배 연기자들에게 배운 점도 많았겠다

“영화가 드라마보다 짧지만, 함께 호흡을 맞추는 기간이 긴 만큼 현장에서 많은 걸 보고 배울 수 있다. 특히 류준열 형한테 많이 배웠다. 류 씨들이 연기를 잘하나 보다. (웃음) 처음 만났을 때 서먹함도 있었는데, 극 중 친한 형, 동생 관계를 몰입하기 위해서 촬영 전부터 연락도 많이 하고 식사도 하면서 편해졌다. 가슴에서부터 진심으로 연기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

Q. 얼마 남지 않은 크리스마스, 계획이 있나

“아마 차기 드라마 작품 촬영을 하고 있을 것 같다. 바람은 친구들과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고 싶다. 여행을 떠나서 해외에서 맞이하는 크리스마스도 좋고. (웃음)”

Q. 올해 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연이어 드라마에 참여하면서 의미 있는 한 해로 남을 것 같다

“올해 초 연기를 그만둘까 하는 생각까지 했지만, 결국 좋은 결과를 만들었고 김재영이라는 배우를 알릴 수 있었던 한해라 감사하다. 사람이 너무 힘들다가 좋은 일이 생기면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하지 않나. 딱 그런 느낌인 것 같다”

에디터: 황소희
포토: 권해근
의상: FRJ Jeans, 오디너리 피플, 디앤티도트
선글라스: 프론트(Front)
슈즈: 나이키, 엑셀시오르
백: 토툼(TOTUM)
헤어: 살롱드뮤사이 진서 실장
메이크업: 살롱드뮤사이 수지 실장
장소: 펜션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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