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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규리 “나의 30대, 배우로서 무언가 이뤄놓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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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채림 기자]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걸그룹 리더이던 그녀에게 이제는 짙은 배우 향기가 난다. 언뜻 걸그룹 카라로 데뷔한 것 같지만 사실 박규리는 1995년 MBC ‘오늘은 좋은 날’ 소나기 코너를 거쳐 2001년 SBS 드라마 ‘여인천하’에서 배우 김정은의 아역인 어린 능금 역을 맡으며 연기를 시작했다.

성우인 어머니와 함께 대본 연습을 하며 자연스레 연기에 흥미를 느끼게 됐다는 박규리. 가수의 꿈을 꾸게 된 것 또한 무대 위에서 멋진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선배 가수들을 보며 노래를 통해 연기를 선보이는 듯한 느낌을 받은 후부터 였다고.

바쁜 걸그룹 시절, 오로지 일에 집중하느라 스스로에 대한 탐구가 부족했다는 박규리는 걸그룹이라는 이름표를 내려놓고 다시 배우의 길을 걷고 있는 지금,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했다.

Q. 화보 촬영 소감 부탁드려요.

“오랜만의 bnt 촬영이었어요. 매번 콘셉트들을 다양하게 주셔서 만족스러웠는데 이번에도 찍기 전부터 분위기가 좋아 기대됐어요. 결과물이 좋을 것 같아요”

Q. 최근 어떻게 지냈나요?

“최근 영화 들어가려던 게 연말로 미뤄졌어요. 그동안 해외 스케줄 위주로 움직였어요. 계속 일본 스케줄이 있었고 필리핀 봉사활동도 다녀왔어요. 한국에서는 여행을 다니고 있어요”

Q. 웹예능 ‘여우들의 은밀한 수다 S/S’에서도 뷰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뷰티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는 특별한 비결이 있나요?

“걸그룹 활동 때에는 메이크업을 진하게 하는 방법을 많이 알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내 본연의 얼굴을 어떻게 하면 잘 살릴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색조를 많이 쓰지 않는 대신 스킨케어에 관심이 많아요”

Q. 자신만의 뷰티 노하우는 뭔가요?

“환절기인 만큼 보습 쪽에 가장 신경을 쓰게 돼요. 내추럴한 게 잘 어울린다길래 데일리 메이크업은 가볍게 하고 있어요. 색조를 덜어내는 대신 베이스 메이크업에 집중해요. 그전에 기초 스킨케어, 보습에 신경을 많이 쓰고요”

Q. 데뷔 이래 다양한 장르의 예능에 출연했어요. 가장 잘 맞는 예능은 무엇이었나요?

“개인적으로 가장 편안했던 건 여행 버라이어티에요. 새로운 장소에 가면 꾸미지 않은 저의 새로운, 날 것의 모습이 나오기 때문에 뭔가를 억지로 만들어내지 않아도 돼서 마음이 편안하죠. 저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잘 담기는 게 여행 예능인 것 같아서 마음에 들어요”

“지금은 예능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진 않아요. 연기 활동을 할 때에 있어서 기존에 쌓아왔던 이미지들이 전부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니까요. 그냥 인간 박규리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자연스러운 예능이라면 괜찮을 거 같아요. 어떤 프로그램을 맡더라도 최선을 다하겠지만 굉장히 힘을 줘서 과하게 해야 하는 예능프로그램 제안이 온다면 지금은 삼가는 게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에요”

Q. 카라로 데뷔해 배우로 전향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사실 MBC ‘오늘은 좋은 날’ 소나기 코너로 데뷔했죠. 또 2001년에는 여인천하에서 아역을 맡으며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어요.

“사실 가수와 배우,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원래 배우로 데뷔했지만 가수의 꿈을 꾸게 된 것도 엄정화 선배님, 이효리 선배님, 마돈나 등 무대 위에서 멋진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가수들의 모습을 보고 난 후부터 거든요. 그런 무대를 보며 ‘이것 또한 무대 위에서 노래를 통해 일종의 연기를 하는 거구나’라고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이러한 방식으로 연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가수를 목표로 하게 된 거죠. 그래서인지 저에게는 그 두 가지의 장르가 크게 구분되지 않아요. 방법만 다를 뿐 감정을 표현한다는 건 동일하거든요. 지금은 나 혼자만의 일을 하고 있어 집중도나 책임감에 따른 차이가 크다는 게 달라진 점이겠네요”

Q. 아역배우로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부모님의 권유였나요?

“어머니께서 성우를 하시니 만화나 더빙 드라마를 계속 보면서 자연스레 흥미가 생겼어요. 그게 뭔지 정확하게 알지도 못하면서 집에서 매일 엄마 대본 연습을 맞춰드렸죠. 집에서 연습을 했던 게 큰 동기 부여가 됐던 것 같아요. 저에게는 일종의 놀이였지만 알고 보니 그게 연기였던 거예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오디션을 봤는데 이미지가 잘 맞아서 운이 좋게 시작하게 됐어요. 당시 저는 연기 학원을 다니지 않고 데뷔를 한 특이 케이스였죠. 연기라는 걸 인식하고부터 점점 틀을 잡아가게 됐어요. 지금은 정확히 제가 뭘 해야 하는지 인식을 하고 있죠”


Q. 작년에 드라마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 출연했어요. 차기작 계획은 어떤가요?

“원래는 올여름과 가을쯤에 들어가야 할 영화가 두 편 있었는데 미뤄졌어요. 아마 연말에 촬영을 시작하게 될 것 같아서 기다리고 있어요. 아마 내년쯤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Q. 앞으로 어떤 연기를 선보이고 싶나요? 해보고 싶은 캐릭터나 장르에 대해 얘기해주세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뭐든 가리지 않고 해보고 싶다는 대답을 했었는데 많은 작품들 보면서 생각이 바뀐 것 같아요. 제가 하고 싶은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봤을 때 이질감이 들지 않는 것도 중요하겠더라고요. 아역을 했지만 계속 TV에 모습을 드러낸 게 아니라 대중분들은 가수라는 이름표를 떼고 새롭게 시작하는 단계로 생각하실 수 있으니까요. 추리물 같은 장르물에 출연해보고 싶어요. 자연스러운 것부터 강한 것까지 조금씩 변주해가며 연기해보고 싶어요”

Q. 연기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배우가 있나요?

“전도연 선배님을 존경해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작품에서 뵐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함께하게 된다면 정말 큰 영광일 것 같아요. 딱 한 분을 롤모델로 꼽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선배님들 저마다의 모습들을 다 닮고 싶어요. 다양하게 닮고, 배우고 싶은 마음이죠. 그러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아요(웃음)”

Q. 당분간 연기에 매진할 걸로 보여요. 앞으로 가수 규리 씨의 모습을 볼 수는 없을까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요. 인생이 마음대로 흘러가진 않더라고요. 그래서 함부로 팬들에게나 대중분들에게나 ‘나는 이걸 안 할 거야’라는 약속을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무대에 오를 일이 아예 없을 거라 말할 수는 없지만 당분간은 연기에 전념하려고요”

Q. 그룹으로 활동했을 당시가 그립진 않나요? 그때와 가장 달라진 점은 뭔가요?

“그립기보다는 여러 생각이 들어요. 카라로 활동할 때는 정말 바쁘고 정신이 없었어요. 그룹의 리더 박규리로서는 뭘 해야 하고 어떤 포지션을 지켜야 할지 정확히 알고 있었는데 인간 박규리일 때는 내가 뭘 좋아하고 무엇을 하면서 즐거움을 느끼는지,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를 하나도 모르겠더라고요.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았고 아직도 그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지만 그때보다는 스스로에게 집중할 시간이 많아졌어요. 많은 생각, 많은 시도를 하기도 하고 마음을 내려놓고 또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즐기고 있죠. 신기하기도, 두렵기도 한 과정인 것 같아요”

Q. 쉴 때도 어떻게 쉬어야 할지 몰랐다는 말이 인상적이네요. 스케줄이 많아서? 아니면 시기의 문제였나요?

“그때는 쉬는 날이 생기면 일을 위해 레슨을 받는 시간을 만들었어요. 분 단위로 쪼개서 많은 스케줄들을 다 소화했던 것 같아요. 제 모든 것은 오로지 일에 집중돼 있었어요. 일을 위한 학습들이었죠. 그렇다고 후회하지는 않아요. 그땐 그게 행복했고 그렇게 10년을 해보니 이제는 다른 걸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거죠. 그때도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해요”

Q.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난관에 봉착하거나 조언을 구하고 싶을 땐 누구의 도움을 받나요?

“아무래도 부모님께 가장 의지하는 것 같아요. 또 무엇이든 얘기할 수 있는 친한 언니가 있는데 그 언니에게도 조언을 많이 구해요. 힘들 때 주변에 내 사람들이 있다는 데에 위로를 받아요”


Q. 휴식을 취할 땐 주로 뭘 하나요?

“아직 면허를 못 따서 그런지 잘 걸어 다녀요. 걷는 걸 너무 좋아해 얼마 전에는 강남에서부터 청계천까지 걷다 왔어요. 성수대교를 건너 세 시간 정도 걸었던 것 같아요. 산책하면서 사람들을 보고 음악을 들으며 낯선 것들을 느끼는 게 저에게는 가장 큰 힐링인 것 같아요. 또 요즘에는 영화를 보며 휴식을 취하기도 해요”

Q. 외모가 화려해서 많이 알아보실 것 같은데

“생각보다 못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아요. 얼마 전 청계천까지 걸었을 때도 너무 배고파서 막창집에 들러 막창에 청하를 마셨거든요. 사람들이 ‘설마 얘가 여기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시는 것 같아요. (웃음) 제가 열렬한, 굉장한 반응을 받을 나이와 대상은 지난 거 같기도 하고요. (웃음) 알아보시더라도 있으면 있나 보다 생각해주시는 것 같아요. 생활을 존중해주셔서 감사해요”

Q. 술을 자주 마시나요?

“자주는 아니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먹는 편이에요. 혼술도 좋아해요. 집에서든 혼자 가는 바(bar)에서든 혼자 술을 즐겼는데 관리를 위해 줄이려 하고 있어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걸 좋아하니 혼자 해먹으면서 혼술하고, 밖에 나가서도 맛있는 게 있으면 어울리는 와인 한 잔을 하는 식으로 마셨는데 그러다 보니 힘들여 다이어트를 해야 되더라고요(웃음)”

Q. 올해도 벌써 반절이 지나가요. 하반기 계획은요?

“연말에 들어갈 작품이 있고요. 아마 일본에서 팬미팅을 진행하게 될 것 같아요. 앞으로 한국과 일본을 오갈 일이 많아질 것 같은데, 구체적인 건 정해지면 말씀드릴게요”

Q. 연초 계획은 어땠나요, 잘 지켜지고 있나요?

“남들은 어떤 계획을 세우는지 잘 모르겠어요. 저는 자잘한 계획보다는 ‘내 30대는 이래야지. 내 40대는 이랬으면 좋겠다’ 생각하며 큰 산을 바라보는 느낌이에요. 올해는 생각보다 일을 많이 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으로 50점 깎고 그 시간을 나름대로 의미 있고 즐겁게 보냈으니 20점을 더할게요. 70점 정도 주고 싶어요(웃음)”

Q. 30대 계획이 궁금해요.

“20대 때는 가수로 많은 활동을 하며 바쁘게 보냈어요.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알찬 시간을 보냈죠. 30대만 따졌을 때는 이제 한 살이잖아요. 앞으로 십 년을 바라봤을 때 배우로 열심히 활동하며 뭔가를 이뤄놓길 바라요. 많은 분들이 저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이 사람이 이런 연기를 하는구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또 녹아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에디터: 마채림
포토: 권해근
영상 촬영, 편집: 정인석
의상: bnt collezione(비앤티 꼴레지오네), 르이엘
슈즈: 바이비엘
양말: 보타
주얼리: 바이가미
워치: 클라쎄14, 미사키
헤어: 샵753 손은희 원장
메이크업: 샵753 최란 원장
장소: 펜션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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