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재 기자 / 사진 bnt포토그래퍼 윤호준] “‘제2의 누구’에 거부감은 없어요”
배우 조혜주의 매력은 외모다. 이건 그를 ‘여배우’에 한정시키는 허튼 단언이 아닌, 얼음은 차갑고 불은 뜨겁다고 하는, 단순하고 사실적인 발언이다.
웹 드라마 ‘한입만(극본 방유정, 연출 백민희)’에서 그는 전희숙을 공연했다. 전희숙은 일평생 연애를 경험했던 적 없는 일명 ‘모태 솔로’. 미용실 손님은 그에게 “멀쩡한데 왜 연애를 못 할까요?”란 말을 버젓이 하고, 친구 하은성(김지인)은 “얘는 멀쩡하게 생겨서 왜 연애를 못 하지?”란 질타로 그의 마음을 후벼 판다. 희숙의 진가를 알아보는 이는 하태성(박선재)뿐이다. “누나한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누나가 맨날 쓰레기 같은 남자를 만나니까 그런 거야” 하는 태성에게 희숙은 같이 영화를 보고픈 연정의 대상이다.
“실물이 더 낫다”는 홍보팀 직원의 ‘제 눈에 안경’이 없더라도 조혜주 얼굴엔 뭇 여배우가 있다. 태성의 마음에 희숙이 있듯, 미래의 다수는 조혜주에게 연정을 품을 듯하다.
“제 매력이요? 코에 있는 점 얘기도 많이 듣고, 눈빛이 초롱초롱하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더불어 “좋은 에너지를 준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하는 그다.
밝은 에너지는 조혜주의 장점이다. “희숙과 비슷한 점이 있다면 털털한 성격이다. 의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비슷하다”고 말한 그는 마지막 연애에 관해 선의의 거짓말을 했다. “모태 솔로 아니고, 연애를 글로 배우지도 않았고, 연애는 하면서 배웠어요. (홍보팀을 바라보며) 말하면 안 되나요? 마지막 연애는 중학교 때였습니다. (웃음)”
또한, ‘연정(戀情)’이라는 단어가 언급되자 “제일 친한 친구 이름이 연정”이라며 “TMI(과한 정보)”를 전했다. 유학 간 친구 이야기로 별안간 수다 꽃이 활짝 폈다.
“(친구) 연정이가 심지어 남동생이 있어요. 저는 (극중) 희숙이랑 다르게 친구 동생한테 연정을 품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고요. 사실 연하보다는 연상한테 매력을 느끼는 편이에요. 은성이 마음에 공감이 갔어요. 전 친구 가족과는 어지간하면 연애는 하지 않을 거예요.”
배우가 생각하는 희숙이 친구 동생 태성에게 끌린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외로움, 둘은 그가 겪어온 이상한 남자들. 극중 임수지(서혜원)는 “자기 차 키 올려두고 한 시간 동안 차 자랑하던 놈” 등을 열거하며 희숙의 잔혹 연애사를 화면 건너 시청자에게 전했다.
“외로움을 느끼는 찰나에 멋있는 사람이 나타난 거죠. 게다가 그동안 희숙이가 이상한 사람을 많이 만났잖아요. 개중에는 온수 매트 팔러 나온 사람도 있었고요. 근데 태성이는 달라요. 과거를 다 알고 있음에도 희숙이를 신경 써주죠. 희숙이는 타인이 그를 챙겨주는 것에 덜 익숙한 사람이죠. 멋있는 동생 태성의 관심에 마음이 흔들렸을 듯해요.”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은성은 친구 희숙에게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이하 밥누나)’를 의식한 ‘밥 잘 먹는 예쁜 누나’를 언급한다. 그리고 동생과의 만남을 숨긴 것에 불같이 화를 낸다. ‘밥누나’에 손예진이 있다면 ‘한입만’에는 조혜주가 있다. 손예진(윤진아 역)과 친구 장소연(서경선 역)이 정해인(서준희 역)을 두고 진실과 의리에 관한 공방을 벌였다면, 조혜주와 김지인 역시 박선재 때문에 각자의 일상과 이별한다.
“희숙이는 사랑에 눈이 멀어서 의리를 저버린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연애를 많이 해본 사람이 아니잖아요. 긴가민가했을 거고, 아직까지도 긴가민가 중일 거예요. 그리고 의리를 중요하게 여기잖아요, 희숙이가. 그래서 친구한테 말하기 더 겁났을 거예요. 말을 안 하려고 안 한 게 아니잖아요. 말을 애써 삼켜요. 혼자 마음고생 많이 한 희숙이에요. 그가 가장 사랑하는 친구인데, 은성이 볼 때마다 얼마나 찔렸겠어요. 연민을 느꼈어요.”
사랑과 우정 중 “어떤 사랑은 우정을 택하고, 어떤 사랑은 사랑을 택할 것 같다”고 답한 그는, 시즌2 전개로 반전을 희망했다. 시즌 초마다 상상 이상의 전개가 펼쳐지는 ‘미드’처럼 희숙이 태성을 밀어내고 다른 이와 사랑하는 이야기를 언급한 것. 외형의 반전은 어떨까? 배우 수애도, 손예진도 역할을 위해 단발을 감행했다. “저도 한번 해보고 싶어요. 좋은 작품에서 단발 제의가 온다면 충분히 할 수 있어요. 회사 결정에 달렸죠. (웃음)”
조혜주는 아직 물음표가 많은 배우다. 나이, 학교 등이 모두 물음표였다. 즉답을 요하는 질문도 건넬 수 있는 그와의 인터뷰는, 그래서 시작부터 끝까지 활기를 가졌다.
1995년 4월18일에 서울에서 태어난 조혜주는 현재 중앙대학교 연극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다. 극작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연극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뮤지컬로 각색한 ‘베르나르다 알바’ 아델라 역으로 교내에서 ‘여자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했다.
주 전공이 연기인 그가 모델 회사 YG케이플러스 소속인 것은 제일 큰 물음표다. 좋은 마스크를 가지고 있으니 모델도 같이 해보자고 제안을 받은 조혜주는, 그를 연기자가 모델도 같이 병행하는 경우라고 현재를 설명했다. 그의 상업 데뷔작은 프랑스 웹 시리즈 ‘드래곤 레이스’로, 동양인 여주인공 역을 맡아 벨기에서 약 한 달간 촬영을 가졌다는 후문.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그의 취미는 여행과 넷플릭스다. 때문에 그의 스승 중 하나는 수십 수백 편의 영화다. 국적 가리지 않고 뭐든 많이 보는 그는, 연기를 전공한 덕에 영화 감상이 연기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귀띔했다. “아버지 영향으로 책도 많이 읽는 편이에요. 전자 책보다 서적으로 읽는 걸 좋아해요”. 또한, ‘워라밸’은 좋은 에너지를 발산하고 다니는 조혜주의 근원이다. “쉬는 것도 중요해요. 쉬어야 몸과 마음이 안 지치죠.”
요즘 조혜주의 머릿속은 온통 영화 ‘걸캅스’로 점철돼 있다. 그는 “내년 설에 ‘걸캅스’라고, 라미란 선배님과 이성경 언니가 주연인 영화에 출연한다”며 까르르 웃었다. 마침 ‘걸캅스’ 주연 이성경도 출발은 YG케이플러스였다. 혹시 그는 ‘제2의 이성경’을 희망하는 걸까. “만약 그런 수식어가 붙는다면 너무 감사한 일이죠. 전 ‘제2의 누구’에 거부감이 없어요. 왜냐하면 처음 시작은 누구를 닮았다고 주목 받더라도 저라는 사람은 세상에 한 명이잖아요. 시간이 지날수록 ‘제2의 누구’에서 그냥 ‘조혜주’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SBS ‘괜찮아, 사랑이야’로 연기 신고식을 치른 이성경은 약 4년 만에 모델에서 배우로 우뚝 섰다. 조혜주가 선배 이성경이 이룬 것만큼의 연정(戀情)을 모은다면, 과연 그 시간은 얼마일까. “매력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하기보다 여러 모습을 두루 갖춘 솔직한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한 그의 미래에 기대가 쏠린다. 배우가 인종 중 하나라면, 그들의 언어는 연기(演技)다. 실물이 더 아름다운 배우가 이제 당신에게 연기로 말을 걸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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