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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없는리뷰] ‘너의 결혼식’, 1992년에 윤종신이 부른 노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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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재 기자] 8월22일 ‘너의 결혼식’이 개봉했다. 물론, 결말 ‘스포’는 없다.

★★☆☆☆(2.6/5)

‘빅(Big)4’라는 말이 있습니다. 유의어로는 ‘4강(强)’이 있고요. 줄 세우기는 관심을 한 데 모으는 잣대입니다. 2018년 여름 극장가 ‘빅4’는 영화 ‘인랑’ ‘신과함께-인과연’ ‘공작’ ‘목격자’였죠. ‘유명 배우 출연’ ‘대자본 투입’ 등이 그들을 ‘4강’으로 만들었어요.

이 가운데 ‘너의 결혼식(감독 이석근)’은 ‘빅4’가 지나간 자리에 찾아온 달콤하면서 쌉싸름한 로맨스 영화입니다. 1020의 여름 방학이 끝나면, 때는 곧 추석입니다. 둘 모두 성수기죠. 그리고 ‘너의 결혼식’은 두 성수기 사이에 개봉해 나름의 승부수를 띄웁니다.

결과가 나쁘지 않아 보여요. 작품은 개봉일부터 30일까지 아흐레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누적관객수 138만 364명(8월31일 기준)을 기록 중입니다.

분명 제작부터 모객까지 이 영화의 중심은 배우 박보영입니다. 영화 ‘늑대소년’, tvN ‘오 나의 귀신님’, JTBC ‘힘쎈여자 도봉순’ 등 그간 배우는 장기가 장르 ‘로맨스’에 있음을 알려왔죠. 하지만 ‘너의 결혼식’은 남주인공 우연(김영광)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영화입니다.

서울서 강릉으로 전학와 “서울내기 다마네기 맨날 놀림만 당”한 과거를 가진 고등학교 3학년 우연이 주인공이에요. 그의 눈에 “전주에서 강릉까지” 전학 온 승희(박보영)가 눈에 들어옵니다.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예쁜 승희에게 반한 우연은, 학교 불량배의 추근거림에 곤란을 겪는 친구에게 “나랑 사귄다고 그러면 더 이상 괴롭히지 않을 걸?” 하며 가짜 연애를 제안합니다. 세상 가장 순수한 시절의 두 사람은 바닷가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죠.

그러나 어느 날 승희는 “잘 지내”란 말만 남기고 우연 곁을 떠납니다. 인연이 이대로 끝날 거라고 생각한 이는 없을 겁니다. ‘첫사랑 연대기’를 표방한 ‘너의 결혼식’이니까요.

우연은 승희의 흔적을 쫓아 명문대 ‘한국대’에 입학합니다. 그리고 드디어 승희를 만나죠. 하지만 승희 곁에는 남자 친구 윤근(송재림)이 있고, 승희는 우연에게 일명 ‘3초론’을 설파합니다. “너 3초 얘기 들어봤어? 사람을 보고 ‘아, 이 사람이구나’ 싶은 순간이 3초래.” 불쑥 나타난 승희 때문에 우연은 인생 걱정에 사랑 걱정까지 이중고를 겪습니다. “결국 사랑은 타이밍”인데 이어질 듯 안 이어지는 두 사람을 보며 관객의 마음은 애가 탑니다.


‘너의 결혼식’의 장점은 구성에 있어요. 작품은 우연의 독백으로 시작하는데, “내 인생은 불가능의 연속들이었다. 하지만 불가능이란 사실이 아니라 하나의 의견일 뿐”이란 그의 대사는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서도 만났던 적 있는 복서 알리의 명언이죠. 불가능이 없다는 듯 이석근 감독은 우연과 승희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러닝 타임을 조직(組織)합니다. 과거, 현재, 과거, 다시 현재에 갔다가 과거. 첫사랑을 다루는 작품이 대개 그렇지만, 얽히고설킨 서사는 타 작품과의 차별점이죠. ‘첫사랑 연대기’를 재밌게 하는 힘이고요.

‘연대기’라는 건 연대적 순서의 역사적 사실과 사건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때문에 박보영과 김영광은 고등학생부터 대학생, 사회인까지 승희와 우연이 겪어낸 약 10년 세월을 연기로 표현해야 했죠. 배우의 연기에 대단한 건 없습니다. 말이 10년이지 미술과 분장이 더해진다면 배우는 변곡점마다 달라지는 인물의 감정선만 따라가면 됐으니까요.

연기가 특별하지 않다면 남는 건 이야기죠. ‘첫사랑 연대기’의 강점은 감독이 쓴 시나리오에서 발견돼요. 작품에서 우연은 승희를 위해 욕을 두 번 합니다. 한 번은 흔한 위로의 욕이지만, 두 번째 욕은 흡사 관객이 두 사람 역사에 깊이 개입돼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죠. “똥간”, “신데렐라” 등도 착각을 돕습니다. 등장인물 전사(前史)가 관객과 배우가 인물에 몰입할 근거라면 ‘너의 결혼식’은 서사에 그 근거를 합리적으로 녹여낸 셈입니다.

멋있고, 달콤한 장면도 몰입을 부추깁니다. 얼굴에 우유를 닦아주고, 비온 후 거리를 함께 달리고, 방송실을 점거하고, 떠나는 이를 쫓아 운동장을 달리고, 왜 빨리 키스 안 하냐고 부추기고, 백 허그로 힘겨움을 나누고. 로맨스 영화잖아요. 멍석은 이미 준비됐습니다.

그 위에서 배우는 제 몫만 하면 되죠. 그리고 아마 관객은 ‘로맨스 퀸’과 공연한 김영광에게 마음을 빼앗길 가능성이 높아요. 언론시사회서 취재진은 그를 향해 굉장히 매력적인 모습을 2시간여 동안 보여줬다고 칭찬을 건네기까지 했죠. 박보영이 연기를 못했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우연 시선의 영화잖아요. 게다가 사랑의 초심을 유지하는 순정까지. 앞으로 관객은 다수 로맨스 영화에서 배우 김영광의 이름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어쩌면 우연은 승희의 스토커예요. 그러나 배우의 웃음은 집착을 순정으로 뒤바꿉니다.

제목이 ‘너의 결혼식’이에요. 언론시사회서 감독은 10년 전 이야기를 언급하며 단어 “어른”을 꺼냈습니다. “‘결혼식이란 말이 기혼과 미혼을 구분 짓는 거 외에도 다른 의미가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했죠. 다시 말해 ‘너의 결혼식’은 어른의 이야기예요. 적어도 20대 중반은 되어야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가 후반부서 펼쳐집니다. 때문에 비슷한 인연을 겪어온 관객이라면 십분 이해할 수 있는 일명 ‘현실적 대사’가 비처럼 쏟아져요.

“나 네가 생각하고 바라는 어릴 때 그 여자애 아니라고.” 예고편에도 나온 승희의 대사입니다. 남자는 기억 속 여자를 좇고, 여자는 그와 나는 다르다고 항변하죠. 또 다른 신에서 두 사람은 연인 간의 용서를 두고 논쟁합니다. ‘너의 결혼식’은 준비 운동이 필요한 영화예요. 비슷한 연애사가 있는 관객만이 ‘깊은’ 공감을 표할 수 있거든요. “공감 가는 이야기”를 의도했다는 감독의 변(辯)처럼 마음을 콕콕 건드리는 게 여간 예사롭지 않습니다.

가수 윤종신의 노래 중 ‘너의 결혼식’이란 곡이 있습니다. ‘몰랐었어 네가 그렇게 예쁜지 웨딩 드레스 / 하얀 네 손엔 서글픈 부케 / 수줍은 듯한 네 미소 / 이해할게 너의 부모님 말씀을 / 지금 보니 네 옆에 그 사람은 널 아마 / 행복하게 해줄 거야’로 시작되는 노래서 가수는 “마지막을 함께 하자고” 한 맹세를 잊을 수 있냐고 묻죠. 촛불을 켜고 눈물로 맹세한 순간을 언급합니다. 전 연인의 결혼식에 우는 자신의 모습을 보지 말라고 한 그는, “촛불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합니다. 잠시 뿐인 세상에 “널 맡긴 거야” 하죠.

윤종신의 노래처럼 영화 ‘너의 결혼식’은 달콤하지만 끝은 쌉싸름한 어른의 사랑을 다루는 작품입니다. 성적 농담이 주를 이루는 전반부의 유머는 지저분하고, 특정 세대에게 영화 속 ‘현실 공감’은 그저 ‘흔한 로맨스’로 치부될 가능성이 높아요.

그래서 ‘너의 결혼식’은 연인이 ‘데이트 무비’로 소비하기엔 버거운 작품입니다. 신기한 건 그럼에도 흥행 중이란 사실이죠. 아마 이유는 하나일 거예요. ‘특기대’부터 ‘살인자에게 쫓기는 회사원’까지 그간 너무 무겁고 자극적인 것만 넘실대던 한국 극장가였습니다. 알게 모르게 피로가 쌓인 관객에게 박보영과 김영광은 그 존재가 힐링이었을 테죠.

하지만 ‘라라랜드’ 같은 영화입니다. 배우와 이야기는 예쁜데, 영화관에 함께 간 이는 울음을 터뜨리는 영화요. 영화관에 불이 켜질 때를 조심해야 하는 영화입니다.

(사진제공: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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