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지안 기자] 데뷔 20년 차를 앞둔 가수 환희와 만났다. 숱한 가수와 음악이 쏟아져 나오는 가요계에서 그의 울림은 남달랐다. R&B 황태자, 음색 깡패, 국가대표 발라더, 믿고 듣는 보컬 등 하나도 얻기 힘든 수식어를 참 여러 개도 얻었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부터 한결같은 목소리로 아른거릴만하면 찾아와 가슴을 저미는 데는 하여간 1등이다.
브라이언이 아닌 다른 가수와의 호흡도 제법이었다. 베이빌론에 이어 이번엔 아이돌 비투비 멤버 정일훈의 지원사격으로 새 솔로 앨범 ‘뻔해’를 발표했다. 그의 음악에서 좀처럼 들을 수 없었던 달콤한 가사에 요즘 노래답게 직설적이다. 거기에 특유의 소울풀한 보이스가 얹히니 오묘한 색깔의 음악이 탄생했다.
세월이 흘러도 자신의 감성으로 위로하는 법을 아는 가수. 지금껏 해온 음악에 ‘요즘 친구들’의 트렌디함을 넣어 해보고 싶었던 음악을 꾸준히 하고 싶다는 말을 전한 그의 대답은 참 담백하고 기분 좋았다.
Q. 화보 촬영은 정말 오랜만이라고 들었다. 오늘 촬영은 어땠는지 궁금한데
“근래 스케줄 중에 가장 좋았다. 장소도 좋고 힐링하면서 촬영한 기분이었다. 특히 화보 촬영은 너무 오랜만이라 초반엔 떨렸는데 편하게 잘 촬영한 것 같다. 결과물이 기대된다”
Q. 1년 2개월 만에 솔로 싱글 ‘뻔해’ 발표, 비투비 정일훈과의 콜라보 작업을 하며 그동안 했던 음악들과 다른 음악을 선보였는데
“요즘 꼬마들도 많이 듣는 현대판 R&B다. 항상 애절하고 딥했던 발라드만 해오다가 이번 앨범에서는 가사도 쿨하고 달콤한 이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직설적이게 표현한 부분이 많다. 일훈 씨와 하게 된 이유는 아이돌 멤버를 물색하던 중 저와 톤도 잘 맞고 음색이 독특한 친구를 찾던 중 음색도 좋고 톤도 잘 변형해서 하는 친구를 찾은 거다. 사실 아이돌 친구들이 스케줄도 워낙 바쁘고 그래서 같이 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안 했는데 고맙게도 처음 곡을 듣자마자 너무 좋아해주고 만족스러워해서 신기했다”
Q. 래퍼뿐만 아닌 보컬 베이빌론과 작업도 인상적이었다. 협업하는 가수 선정 기준이 있다면
“베이빌론 같은 경우는 먼저 제안을 줬다. 아무래도 목소리가 동떨어지면 이질감이 생길 수 있어서 조금 독특한 음색을 가진 친구들과 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 베이빌론도 저와 상반된 음색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호흡이 상당히 좋았다”
Q. 앞으로도 콜라보 작업은 꾸준히 할 계획인지, 혹시 어떤 뮤지션과 함께 하고 싶은지
“콜라보 작업에는 활짝 열려있는 편이다. 후배 동생들과는 한 번씩은 다 해보고 싶을 정도로 관심도 많고 욕심도 많다. 대중분들이 듣기에도 제 목소리가 누구와도 다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 수 있게끔 시도를 많이 해보고 싶다. 콘서트에서도 후배들 노래를 많이 부르는 편인데 요즘에는 잘하는 친구들이 너무 많아서 트렌디한 음악을 대중적으로 잘 푸는 친구들이라면 누구든 상관없다. 얼마 전 방송에서 함께 만났던 크러쉬와도 해보고 싶더라. 좋아하는 음악 스타일이 비슷하더라”
Q. 트렌디한 음악을 하고 싶은 건가
“원래 좋아하던 스타일들이다. 어렸을 때부터 듣고 해왔는데 아무래도 발라드 곡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워낙 많아서 그 음악을 해왔던 것 뿐이다. 앨범 수록곡 중에는 하고 싶은 음악들을 풀어냈던 곡들도 많다”
Q. 데뷔 초와 거의 다를 바 없는 목소리, 관리 비법이 따로 있는지
“목에 무리 되는 건 하지 않으려고 한다. 한때 헬스를 좋아해서 운동을 많이 했었는데 사실 목에는 좋지 않더라. 아무래도 운동하는 과정에서 목에 힘을 주게 되니까 성대에 좋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살살하고 있다(웃음). 목에 좋다는 걸 챙겨 먹지는 않고 목 건강을 위해서 자기 전에 마스크를 쓰고 잔다. 항상 목 부분은 따뜻하게 하려고 하는데 아마 이 정도의 관리는 다른 가수들도 할 거다”
Q. 가창력으로 우수한 후배 가수들이 많다. 눈여겨보고 있는 후배 가수가 있는지
“베이빌론도 잘하고. 여자 가수 중에서는 에일리. 가창력도 좋지만 원하는 음악을 마음껏 하는 후배 가수들을 보면 부러운 마음도 들더라. 비와이도 그렇고 아무래도 시대가 달라지고 대중분들도 열린 마음으로 봐주셔서 그런지 제가 활동했던 때랑은 또 다른 느낌이라 응원하고 있다”
Q. 2009년 이후로 줄곧 솔로 활동만 해왔는데 플라이 투 더 스카이 활동 계획은
“플라이 투 더 스카이 활동은 사실 가을 겨울 시즌에는 줄곧 하고 있다. 겨울 때 한 번씩은 앨범을 내고 있고 공연도 하고 있다. 발라드 장르다 보니 날씨가 좀 추워지면 항상 투어 콘서트를 한다. 앞으로도 겨울 시즌에는 항상 하지 않을까…. 내년에는 데뷔 20주년이라 더 특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색다른 무언가를 해보려고 계획 중이다”
Q. 어느덧 데뷔 20주년을 앞뒀다. 어떤 기분인지
“그러고 보니 정말 오래 했구나 싶다(웃음). 후배들이 많이 생겼고 지금까지 활동할 수 있게 해준 이수만 선생님께 감사하고 대중분들과 팬들에게 참 감사하다. 10년이면 강산도 바뀐다는데 지금까지 오래 할 수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가요계도 많이 바뀌었는데 제가 시작할 때보다도 음악적으로 무언가를 더 많이 보여줄 수 있게 돼 좋은 것 같다”
Q. 플라이 투 더 스카이 멤버 브라이언과는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브라이언은 가수 되기 전부터 숙소 생활할 때부터 함께 살았으니까 벌써 22년 된 친구다. 이제는 가족이라 하는 게 맞다. 워낙 자주 같이 있었다 보니 요즘에는 평소엔 거의 안 만난다(웃음). SNS로 소통하다가 앨범 작업 할 때만 만나고 있다”
Q. 가수 활동하면서 지금도 잊지 못할 순간이 있었다면
“노래를 하는 사람이다 보니 콘서트를 할 때 몸이 불편하거나 가족 혹은 친구들과의 불화가 있었을 때 제 노래를 듣고 위로 받는다는 피드백을 들었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 또 가수라는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선행들이 있는데 ‘내가 노래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좋은 일에 동참할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도 들고…. 이런 직업을 가졌기 때문에 베풀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오랫동안 노래를 해오다 보니 지쳤던 적도 많다. 근데 제 노래를 듣고 힘을 얻는다는 말 한마디에 정말 힘이 나고 그동안 제대로 해왔구나 싶다는 생각이 든다”
Q. 오랜 가요계 활동, 친하게 지내는 가수 친구들이 있다면
“원래는 제 또래 친구들과 친했었다. 휘성, 린, 거미 등 많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각자의 생활이 생겨버려서 막 불러내서 놀지 못하겠더라. 결혼한 친구들도 있으니까 프라이버시도 지켜줘야 하고 예전과는 생활이 아예 달라졌다. 그래서 지금은 연락을 자주 하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연예인이 아닌 평범한 친구들이랑 만나거나 가끔 작업 함께했던 동생들과 만나는 정도다”
Q. 그럼 쉬는 날에는 어떻게 시간 보내는지
“가끔 여행도 가고 집에서 작업하고 영화 보고 그런다. 쉬는 날에는 하루 종일 몇 편이고 영화 본다. 예전부터 집에 있는 걸 좋아해서 집돌이다. 부모님과 함께 살게 되면서는 더욱더 집 밖으로 나가지 않게 되더라. 집에만 있어도 시간이 금방 가던데…(웃음)”
Q. 수많은 발라드곡 중 가장 애착 가는 곡을 꼽는다면
“‘그래’라는 곡. 작년에 혼자 냈던 곡인데 그 당시엔 활동을 못 했는데 이 곡을 좋아해 주시는 마니아층이 있다. 제가 만든 것도 있지만 이런 스타일의 음악이 보통 발라드와는 다른 느낌이라서 많은 분에게 들려드리고 싶었는데 활동을 못 해서 여전히 아픈 손가락이다. 100% 실화는 아니지만 제 이야기를 가미해서 쓴 부분도 있고”
Q. 가슴 절절하게 만드는 발라드, 가슴 아픈 사랑 경험이 유독 많을 것 같은데
“다들 그런 경험은 있지 않나(웃음). 나 또한 있다. 몰입할 때는 모든 노래가 내 이야기는 아니니까 내 상황을 상상하면서 부르지는 않는다. 가사 속의 스토리에 빠져서 부르려고 한다. 사실 이 질문은 굉장히 많이 받는다. 워낙에 슬픈 노래를 많이 부르다 보니 ‘무슨 일 있었어?’라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많긴 한데 사실 곡 자체로 해석해서 부르는 거다”
Q. 연애와 결혼에 대한 질문도 빠질 수 없는데 혹시 지금 연애 중인지
“지금 연애 중은 아니다. 전에는 결혼 안 한다고 말하고 다니고 그랬는데 친구들이 정말 많이 결혼했다(웃음). 벌써 애를 낳은 친구들도 많고. 지금도 무조건 결혼 해야 되겠다는 마음은 아니지만 가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결혼하는 친구들을 보면 부러운 마음도 있다. 예전에는 축가 제안이 들어오면 무조건 가서 불렀는데 지금은 부러워서 못하겠더라. 아마 100번은 훨씬 넘을 거다(웃음)”
Q. 이상형이 있다면 어떤 스타일인지
“어렸을 때는 청순하고 머리 긴 여자 등 바보 같은 소리를 하고 그랬는데 요즘엔 진짜 없다(웃음). 말이 잘 통하고 느낌이 중요한 것 같아서 느낌 좋은 사람이 곧 이상형이 된다. 주위에서는 제가 연애하는 걸 보고는 의외라고 하더라. 서른 정도부터는 많이 바뀐 것 같다. 상남자라고들 많이 생각하시는데 사실 올인하는 타입이다. 그리고 굉장히 다정다감하고 기념일도 잘 챙긴다(웃음). 아마 이 인터뷰를 보는 전 여자친구도 다 인정할 거다(웃음). 손편지 쓰는 것도 좋아해서 자주 썼다. 못할 땐 쪽지라도 남겨놓고 그랬으니까. 이런 점이 의외인가(웃음)”
Q. 평소엔 어떤 음악을 듣는지 최근 플레이리스트도 궁금하다
“2000년 초반에 유행하던 R&B 많이 듣는다. 힙합 노래도 좋아해서 켄드릭 라마 노래도 많이 듣는다. 특이한 건 발라드는 거의 안 듣는다. 제가 하고 있는 음악이라 그런지 안 듣게 되더라. 발라드를 제외한 다른 장르들은 가리지 않고 듣고 있다”
Q. 음악이 아닌 최근 관심사는 어떤 게 있을까
“요즘 배워보고 싶은 게 생겼다. 사실 어깨 탈골 때문에 수상 스포츠는 거의 못 하고 있는데 플라이보드는 정말 배워보고 싶다. 영상도 많이 찾아보고 있다. 또 연예인 농구팀 신영이엔씨에 소속돼 있는 데 이번 대회에서 우승했다(웃음)”
Q.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지
“폭넓은 가수가 되고 싶다. 플라이 투 더 스카이의 음악적 색깔 뿐 아니라 어떤 가수와도 잘 섞일 수 있고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할 수 있고, 그게 또 잘 어울리는 가수가 되고 싶다. 하지만 발라드는 놓지 않고 싶다. 이 감성만큼은 요즘 어떤 음악을 하고 있는 가수들보다 제가 잘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조건 계속할 예정이다”
Q. 곧 콘서트를 앞두고 있다고. 이번엔 조금 다른 무대에서 공연 한다고 들었다
“6월 중반에 처음으로 소극장 콘서트를 하게 됐다. 항상 큰 무대에서만 하다가 팬들과 가까이에서 가족 같은 느낌으로 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기회가 됐다. 음원도 꾸준히 낼 생각이다. 물론 플라이 투 더 스카이 앨범도 지속적으로 낼거고”
Q.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 남다른 예능감를 보여줬는데 출연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을까
“일부러 출연하지 않은 프로그램도 있다. 웬일인지 불편할 때가 있더라. ‘런닝맨’처럼 대본에 크게 상관없이 활동적이게 할 수 있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싶다. 주위에서 혼자 살게 된다면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보라고도 하더라. 혼자 가만히 있는 것도 웃길 거라고 하는데 사실 그렇게 코믹한 캐릭터는 아닌데 지인들은 웃긴가보다(웃음)”
Q. 예전 활동할 때랑 많은 것이 바뀌었다. 전에 없었던 SNS도 그렇고, 이런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20년 전에는 인터넷 발달이 지금 같지 않아서 요즘처럼 소통하는 방식은 생각지도 못했다. 사실 더 조심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웃음). 저희 때 가수보다는 요즘 친구들을 봤을 때 조금 안타까운 부분들이 있다. 여러 가지가 많이 발달해서 소통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많아진 건 너무 좋다. 제가 SNS를 하는 건 오로지 팬들을 위해서다. 사진 찍는 것도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팬분들이 좋아 해주시니 하게 되더라. 데뷔하고 7~8년 때까지만 해도 신비로운 부분들이 필요했었는데 지금처럼 동네 오빠같이 친근감 있는 걸 더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 덕분에 어린 팬분들도 생겼으니까(웃음). 또 팬분들이 제가 잠수 타는 걸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는데 앞으로는 더 활발히 활동하도록 노력하겠다”
Q.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
“요즘 활동을 많이 해서 팬분들이 많이 좋아해 주신다. 어렸을 때부터 봤는데 벌써 결혼을 하고 애 낳은 팬들도 많아졌다. 찾아와주지 못해서 미안해하는 팬분들이 있는데 사실 그런 걸 바라고 음악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 마음만 전해주셔도 정말 감사하다. 잊지 않고 계속 응원해주시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하다. 노래 순위는 따지지 않기 때문에 좋아 해 주시는 분들이 있다면 그분들을 위해서 계속해서 콘서트도 할 예정이니 지속해서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