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지안 기자] 데뷔작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을 시작으로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의 야망 있는 아나운서 최지연, ‘저글러스’의 현실적인 비서 마보나까지 늦은 시작이 무색하게 호연을 펼치고 있는 차주영과 만났다.
20대 중반까지 평범한 유학생으로 살아왔던 그는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용기 있는 도전을 택했다. 시작과 동시에 굵직한 세 작품에 연달아 캐스팅되며 초심을 다졌고 무조건 잘하자는 마음은 그를 견고하게 만들었다.
전문적인 연기를 배워본 적도, 연예계에 큰 꿈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던 탓일까. 차주영의 연기는 날 것 그대로의 신선함이 베여있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다작을 꿈꾸는 올 한 해, 20대의 마지막을 연기로 가득 채우고 싶다는 그의 말은 조급함보다는 설렘으로 다가왔다.
Q. 오늘 화보 촬영 어땠어요?
화보 촬영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기회는 몇 번 있었는데 쑥스럽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해서 항상 미뤄왔었거든요. 이렇게 자유분방하게 촬영해 본 건 처음이라 너무 좋았어요. 사진 찍을 때 카메라가 좀 무섭고 어색했는데 재밌었어요(웃음).
Q. 미국 유타대 경영학과 전공후 배우로 데뷔했더라고요. 연기는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된 건가요?
시기가 잘 맞물렸던 것 같아요. 연예계 쪽으로는 전혀 생각이 없었어요. 제안은 몇 번 받았는데 아버지가 많이 보수적이어서 아예 생각지도 못했던 분야였죠. 졸업하고 직장을 구하는 데 더 늦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막연히 들어서 무작정 덤볐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예술 쪽으로는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지금 생각해보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해왔던 것 같아요.
Q. 어찌 보면 남들보다는 늦은 시작이라 혼란스럽기도 했을 것 같아요. 전공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나요?
초반에 시작할 때는 ‘이게 내 길이 맞나?’라는 생각도 들었고 미국 생활도 많이 그리웠어요. 비교적 늦은 나이에 데뷔를 해서 평범하게 살아온 생활이 남들보다는 길었잖아요. 당연하게 처음엔 혼란스러운 부분도 있었고요. 전공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또 다른 경험을 해본다는 열린 마음으로 도전을 하게 됐어요. 모든 일을 시작할 때 최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하는 편이거든요. 연기도 철저하게 일로 생각을 했고 잘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거예요.
Q. ‘엄친딸’이라고 할 만큼 흠잡을 데 없는 커리어, 부모님 반대는 없었나요?
반대가 심했어요. 특히 아버지께서 반대가 심하셨는데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 촬영 들어가고 나서 죄송하다고 통보를 했어요. 진작 말씀드렸다면 아마 일을 못 했을 거예요. 바쁘지 않았었을 때라 몰래몰래 촬영 왔다 갔다 했는데 말씀드린 후에는 거의 쓰러지실 뻔하셨어요. 기가 차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웃음). 딸에 대한 배신감도 크셨나 봐요. 절대 안 된다고 했던 일 중에 하나가 이거였거든요. 위약금도 물어주시겠다며 말리셨는데…. 저는 서른 살까지만 시간을 달라고 했어요. 남은 20대는 제 선택을 존중 해달라고 겨우겨우 설득을 했죠. 연기하는 것만큼은 제 의지로 시작을 한 거죠. 아직도 대놓고 응원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이번에 ‘저글러스’하면서 많이 지켜봐 주시려고 하는 것 같아요.
Q. 가족들이 주영 씨 출연 작품은 봤을까요?
워낙 TV를 잘 안 보는 분위기인데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는 제가 나쁜 캐릭터로 나오다 보니 아무래도 마음이 아프셨던 것 같아요(웃음). 욕먹는 역할이기도 했고요. 그래도 ‘저글러스’ 때는 응원받는 느낌이 들었죠.
Q. 데뷔작 ‘치인트’, 웹툰으로 워낙 유명했고 시청자들의 관심이 많았던 작품인데 첫 작품이니만큼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아요
남주연 역을 주셔서 너무 감사했죠. 저는 이윤정 감독님과 미팅만으로도 설레고 신기했거든요. 방영 전부터 관심 상당히 부담스러웠어요. 카메라 앞에서 연기해보는 것도 처음이라 많이 긴장했었고 뭐가 뭔지도 몰랐었어요. 알려주는 사람도 없이 대본 혼자 읽고 가서 맞는지 틀리는지도 모르고 제멋대로 했던 것 같아요(웃음). 현장 용어도 전혀 못 알아듣고 감독님만 의지하고 연기했었죠. 많이 부족했었을 때라 아쉬움이 많아요.
Q. 감독님께서는 어떤 모습을 주영 씨를 선택했을까요?
저 역시 신기해서 촬영 끝날 때까지도 어안이 벙벙했어요. 아마 생각하셨던 이미지와 부합하지 않았을까요(웃음). 아무래도 연기를 배워본 적 없고 틀에 박히지 않은 연기 때문에 감독님들도 같이 만들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신선한 부분이 있어서 캐스팅이 됐던 것 같아요.
Q. ‘치인트’ 촬영장 분위기는 어땠어요?
이윤정 감독님, 해진 선배, 고은 씨 다 너무 좋았어요. 배려가 깔려있던 촬영장이었어요. 저는 모든 게 처음이니 많이 굳어있었죠(웃음). 주어진 것에 피해 가지 않도록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아마 경험이 있었더라면 현장에서 즐기며 했을 텐데 정작 제가 얼어있어서 그 부분은 아쉽죠.
Q. 박해진 씨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워낙 유쾌하신 분이라 편하게 대해주셨죠. 진짜 대학교 선배처럼 말 걸어주시고 대본과 실생활의 대화들을 잘 섞어가며 긴장을 풀어주셨어요. 오래 본 선후배처럼 친절하게 챙겨주셔서 감사했죠.
Q. 두 번째 작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는 야망 있는 아나운서 최지연 역을 맡았어요. 호흡이 길었던 드라마인 만큼 배운 점도 많을 것 같은데요
‘치인트’ 때와 마찬가지로 제가 맡은 바 피해 주지 말자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초반에 A4용지 1-2장 정도의 아나운싱하는 씬이 있었는데 조명이 다 꺼지고 핀 조명 하나만 저에게 켜지는 상황이었거든요. 제 앞에 몇 십 명의 스태프들이 있었는데 핀 조명 하나만 있으니 그분들의 발만 보이는 거예요. 대본을 달달 외워서 갔는데도 그 순간에는 너무 긴장돼서 대사가 꼬이더라고요. NG를 많이 내서 감독님께 나중에 해도 되겠냐고 양해를 구하고 마음을 다시 가다듬고 촬영했던 적이 있어요. 다들 감사하게도 기다려주시고 조언해주셔서 고마웠죠. 그때 정말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Q. 주말드라마 악역, 평소에 사람들이 알아보기도 했었나요?
한 번은 식당에 갔는데 아주머니들께서 반신반의 하시더니 ‘월계수’의 아나운서 맞느냐고 하시더라고요(웃음). 맞는다고 하니 오히려 예쁘다고 해주셨어요. 마냥 악한 캐릭터는 아니었기 때문에 시청자분들도 현실적인 캐릭터로 봐주신 것 같아요.
Q. ‘저글러스’에서는 고졸 출신 비서 마보나 역할로 지상파 첫 주연을 맡았죠. 주영 씨에게 ‘저글러스’는 어떤 작품인가요?
우선 촬영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스태프, 배우진 모두 완벽했던 드림팀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많이 배운 작품이고 자신감을 얻게 된 작품이 됐어요.
Q. 어떤 점에서요?
촬영 현장 분위기를 무시 못하겠더라고요. 제가 스태프, 배우 합해서 경력으로 따졌을 때도 가장 막내 축에 속했을 거예요. 연기하는 걸 바로 옆에서 보니까 좋은 에너지가 고스란히 느껴졌어요. 서로서로 배려해주는 분위기에서 편하게 했던 것 같아요. 다니엘 오빠, 교진 오빠, 혜정 언니 같은 경우는 워낙에 경력도 오래됐고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역할을 했잖아요. 자연스레 옆에서 배울 점이 많았어요. 저에게도 실질적인 조언을 많이 주셨는데 단순히 해답을 던져주는 것이 아닌 여러 가지 대안책을 던져주고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죠.
Q. 종영 후에도 친분을 유지하고 있나요?
최근에는 스키장에 다녀왔어요. 배우들도 스케줄이 없으면 무조건 참석해요(웃음). 얼마 전에는 원근이가 출연한 영화가 개봉해서 응원해주러 다 같이 시사회도 갔다 왔어요. 원근이 덕에 ‘저글러스’ 또래들이랑 뭉칠 수 있었죠. 진희랑 혜인이랑은 실제로도 동갑내기 친구예요. 진짜 친구네 집 놀러 가는 거처럼 촬영장 가는 걸 기다렸어요. 감독님께서 그 부분까지 배려해주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어요.
Q. 촬영장 분위기 메이커는 누구였나요?
교진 오빠랑 붙는 씬이 많아서 그런지 교진 선배가 하드 캐리 했다고 봐요(웃음). 모든 면에서 내공이 대단하신 분 같아요. 유쾌하고 배려가 넘치는 분이신데 또 연기할 때는 프로답게 엣지 있게 하시거든요. 다양한 매력들을 봤던 것 같아요. 사람으로서, 배우로서 참 대단한 사람이라고 느꼈어요. 촬영장의 카멜레온이셨죠(웃음).
Q. 아나운서, 비서 등 전문직 여성 역할을 맡아왔어요.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많은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은 물론 있었어요. 하지만 간접적으로 공부도 하고 준비를 하면서 짧게나마 그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 살아볼 수 있다는 점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오더라고요. 기회가 된다면 전문직 여성 역할을 또 해보고 싶어요. 스튜어디스, 은행원, 경찰, 군인, 검사 등 무지 많네요(웃음).
Q. 지금껏 맡아온 캐릭터들 중 주영 씨와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캐릭터가 있을까요?
저는 판타지를 꿈꾸는 사람이기는 한데 결정적인 순간에서는 굉장히 이성적이에요. 감성적이고 공상하고 상상하며 살고 있거든요(웃음). 세 캐릭터 모두 현실적인 캐릭터였어요. ‘저글러스’에서 맡았던 보나 역할은 이해가 가장 많이 됐고 충분히 공감됐던 캐릭터에요.
Q. 연기하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인가요?
카메라 앞에서 뻔뻔해져야 할 때요(웃음). 아직 어색한 게 있어요. 당장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시작하면 아무 생각도 안 들고 그 인물이 되기는 하는데 직전까지는 너무 긴장되고 여전히 떨려요.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카메라 울렁증이 있는 것 같아요.
Q. 앞으로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매력적인 캐릭터에 스토리가 있는 인물이면 뭐든 하고 싶어요(웃음). 기본적으로 멜로 장르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 역할도 해보고 싶고요.
Q. 멜로 연기라면 어떤 거요?
‘미안하다 사랑한다’ , ‘올인’ 등 옛날 드라마를 감명 깊게 봐서 그런 정통 멜로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Q. 연기함에 있어서 롤모델이 있을까요?
사실 롤모델을 정해 두진 않았지만 작품을 함께 했던 박준금 선생님을 보면서 참 배울게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에너지가 대단하시거든요. 제가 작품을 많이 해보지는 않았지만 여러모로 도움도 많이 주려고 하시고 현장에서는 NG 한번 없으시거든요. 대사도 토시 하나 틀리지 않으시고 완벽하게 준비해오세요. 그런 부분은 제가 추구하는 바이기도 하거든요. 제가 선생님 연배가 됐을 때도 철저한 준비와 자기 관리, 흐트러짐 없는 모습으로 연기할 수 있을지 새삼 느꼈어요.
Q. 피부 관리나 몸매 관리 비결이 있다면요?
피부 관리는 피부에 손을 닿지 않게 하려고 노력해요. 스케줄이 없는 날에는 화장도 거의 하지 않고요. 요즘 세안법도 다양한데 저는 클렌징 워터랑 폼으로 해결해요. 미니멀하게 관리하는 게 제 방식인 것 같아요. 성격상 홈 케어는 잘 못해요(웃음). 운동도 일 년에 한두 번 몰아서 해놓고 그걸로 유지하는 스타일이에요. 꾸준히 못하는 게으른 타입이죠.
Q. 출연하고 싶은 예능 프로그램이 있나요?
사람들과 친해지는 데 시간이 걸리는 타입이기는 한데 ‘아는 형님’ 출연해보고 싶어요. 애청자거든요.
Q.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요?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감정 표현들이 보시는 분들에게도 그대로 느껴지게끔, 공감을 살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배우로서는 여운이 짙게 남아 궁금증이 생기는 배우요.
Q. 2018년 한 해 목표가 궁금해요
일 열심히 하는 거요. 좋은 작품을 많이 하고 싶어요. 풍성한 필모를 쌓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타이틀만 가지려고 시작한 것도 아니고 잘하고 싶어서 시작한 거라 쉬지 않고 연기하려고 해요. 그리고 제가 했던 작품들에 애정을 가지고 응원해주신 분들께 감사해요. 좋은 작품에서 찾아뵐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