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재 기자] 8일 개봉작 ‘조선명탐정3’ 김민 役
“‘조선명탐정’ 시리즈가 제게 어떤 의미냐고요? ‘진지하다’란 편견을 한 꺼풀 벗겨준 영화죠. 대중에게 친근히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준 작품입니다.” 배우 김명민은 2월8일 관객을 만난 영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감독 김석윤/이하 조선명탐정3)’에서 명탐정 김민을 연기했다. 이번작까지 그는 김민 역할만 세 번째 맡는 진기록을 세웠다.
‘조선명탐정3’는 괴마가 범인으로 추정되는 연쇄 살인을 파헤치기 위해 김민(김명민)과 한서필(오달수) 그리고 괴력의 여인 월영(김지원)이 힘을 합치는 이야기를 다룬다. 1편과 2편 모두 그해 설 연휴 극장가를 겨냥해 각각 누적 관객수 약 478만 명, 약 387만 명을 모았다. “예상 관객수는 아직 모르겠어요. 하지만 트리오 댄스를 출 준비는 되어 있습니다. 지원이, 달수 형, 저. 이렇게 셋이서 500만 넘으면 같이 춤추기로 공약했어요.”
언론시사회에서 접한 ‘조선명탐정3’는 전작과의 차별성이 돋보였다. 먼저 주인공의 변화를 물었다. 1편과 2편에서 김민은 관객의 웃음을 모으는 호색한이었다. 하지만 3편의 그는 어딘지 모르게 점잖아졌다. “이번엔 (김)지원이와의 어부바 멜로가 나오잖아요. 받아주는 사람이 생겼죠. 눈빛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다만 관계성이 생겼으니까요.”
월영의 존재는 ‘조선명탐정3’를 전작과 구분 짓는 가장 큰 요소다. “1편, 2편과 다르게 3편은 드라마가 탄탄해졌어요. 여주인공이 사건의 중심축입니다. 전작 여주인공은 김민과 (한)서필의 반대쪽에 서있었다면, 월영은 같이 움직이면서 사건을 풀어나가요. 그런 면에서 톤과 매너가 달라졌다고 느끼실 수도 있겠네요.”
김명민은 “차분함 속에 강인함이 있는 배우”라는 말과 함께 후배 김지원이 월영을 어떻게 연기할지 기대가 컸다고 했다. “첫 대본 리딩 때부터 캐릭터 정말 잘 잡았다고 생각했어요. 감독님께 말씀드렸죠. 진짜 월영이 같다고요. 몰입력이 대단해요. 천생 배우입니다. 기대치 이상을 해줬어요. 지원이에 의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김명민에게 ‘조선명탐정’ 촬영 현장은 배우의 안식처였다. 특히 그는 김석윤 감독의 지휘와 스태프의 일사불란함이 2편의 70회 차 일정을 44회 차까지 줄였다며, “한 달 여행을 보름 만에 돌아오는 느낌이었다”라고 회상했다.
“제게 ‘조선명탐정’ 촬영은 힐링 그 자체예요. 8년째 같이 호흡을 맞추고 있는 모든 스태프도 다 똑같이 생각할 겁니다. 타 스태프가 어떻게 하면 그 현장에서 일할 수 있냐고 물을 정도예요. 서로가 서로를 치유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의미가 남다른 거 같아요.”
예고편에도 등장하는 김민과 한서필의 사당패 안무는 개그맨 이수근의 작품이다. 이에 JTBC ‘아는 형님’ 출연 계획을 물으니 “없다”라는 짤막한 대답이 돌아왔다. “예능은 잘할 자신이 없어요. 분명 좋은 점도 있겠죠. 하지만 우선은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 조금씩 보여드리는 게 더 좋을 거 같아요. 너무 확 알아버리면 나중에 보여드릴 게 없잖아요.”
이에 취재진은 단어 ‘신비주의’를 꺼냈고 김명민은 “신비주의는 90년대 단어다. 요새 누가 김명민 보고 신비주의라고 하는가”라며 크게 웃었다. “실제로 전 딱 이런 사람이에요. 보시는 대로 가식 없고, 있는 그대로 생각하고, 있는 그대로 내뱉는 사람입니다.”
김명민은 SBS 6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연기 생활 22주년을 맞았다. 솔직한 배우인 그는 스무 해가 넘은 지금까지 연기를 이어온 원동력을 “어려웠던 시절”이라고 답했다.
“마라톤을 좋아해요. 뛰다 보면 지금까지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칩니다. 대학교 시절 어렵게 주인공을 맡았는데 가족 아무도 저를 보러 안 왔어요. SBS는 들어갔지만 단역만 3, 4년 했고요. ‘소름’으로 빛을 보는 듯했지만 그 다음 영화가 세 편 내리 엎어졌어요. 그때의 기억이 제겐 원동력이에요. 연기를 계속 할 수 있도록 돕는 원동력.”
2월1일 서울시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김명민과의 인터뷰는 음악이 함께하는 시간이었다. 여러 노래가 약 1시간여의 인터뷰를 공기처럼 메웠다. 그리고 배우의 솔직한 속내와 취재진의 열띤 질문이 끝을 보일 즈음 가수 김광석의 ‘나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이에게 / 시와 노래는 애달픈 양식 / 아무도 뵈지 않는 암흑 속에서 / 조그만 읊조림은 커다란 빛 / 나의 노래는 나의 힘 / 나의 노래는 나의 삶’
신은 인간에게 고통을 안긴다. 혹자는 감내할 수 있는 고통이라며 등을 토닥이지만, 다가올 미래가 얼마나 찬란하든 지금의 아픔은 변하지 않는다. 고통은 예인(藝人)에게 더 크게 다가오는 듯하다. 그럼에도 김명민은 연기를 계속 했다. 아마 김명민에게 연기는 그의 힘이자 삶이었을 테다. 김광석은 ‘나의 노래’에서 흔들리고 넘어져도 마지막 한 방울의 물이 있는 한 마시고 노래한다고 했다. 김명민도 그러할 것이다. 그의 새 노래는 2월8일부터 상영 중이다. 12세 관람가. 손익분기점 300만 명. 총제작비 110억 원.(사진제공: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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