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재 기자 / 사진 bnt포토그래퍼 윤호준] “다양한 것을 경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연예계를 꿈으로 지향하지 않았다. 어중간하게 준비하면 안 되는 곳 아닌가. 그저 관심만 가졌을 뿐이다. 연예계의 무엇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우연의 반복 속에 지금 이 일을 하고 있다. ‘스타가 되고 싶다. 무언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은 없다. 현재의 변화는 갑자기 일어난 일이다. 그렇기에 지금을 즐기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다.”
방송인 김현주를 보면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로 바뀔 정도로 몰라보게 바뀌는 변화를 이르는 말 상전벽해. 김현주는 2017년 2월 채널A ‘도플갱어쇼 별을 닮은 그대’를 통해 난생 처음 방송에 출연했고, 3월 tvN ‘SNL 코리아’ 시즌9 크루로서 활동을 시작했으며, 8월 대형 기획사와 전속 계약을 체결한 신인이다. 한 달 만에 tvN 간판 프로그램의 고정을 꿰찼고, 이후 약 반 년 만에 대형 기획사에 적을 두게 되었다.
인터뷰는 타인을 탐구할 수 있는 합법적 절차다. 과거 기자가 인터뷰 그 자체를 어려워할 때 한 선배 기자는 인터뷰이에게 진정 물을 것이 없는지, 궁금한 것이 없는지 인터뷰의 원론을 고민케 했다. 세종대학교 무용과에 재학중인 현대 무용가이면서, 동시에 ‘박소담 닮은꼴’이기도 하고, 에스팀엔터인먼트와 SM C&C의 선택을 받은 신인 김현주. 물어볼 것이 많은 그를 bnt뉴스가 만났다.
앞서 언급했듯 김현주는 배우 박소담과 놀랍도록 흡사한 외모를 지녔다. 그는 스타의 닮은꼴을 찾는 프로그램 ‘도플갱어쇼 별을 닮은 그대’에 출연해 MC 신동엽을 비롯한 모두의 탄성을 모았다. “망설임은 없었다. 그저 ‘재밌겠다’ 싶어서 출연했다”라는 그에게 박소담과의 연결 고리가 선사한 에피소드를 물었다. 방송에서 그는 “친구랑 교수님에게도 박소담으로 통하는”이라며 본인과 박소담과의 유사성이 타인에게도 통하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카페 같은 곳을 가면 물어보시더라. ‘박소담 씨 맞나요?’라고. 아니라고 말씀드려도 굳이 지인들에게 확인을 하시고, 다시 오셔서 여쭤보시고, ‘어디 이야기 안 할 테니 사진만 찍어주면 된다’라고 하시고. 지인 결혼식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기쁨이 컸겠지만, 후에는 짜증이 날 법하다. 하지만 그는 그럴 때마다 박소담을 만나고 싶었다고 답했다. “‘그렇게 닮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꼭 만나 뵙고 싶다’라는 생각도 함께 스쳤다. 나는 사실 쌍커풀이 없는 점이 닮았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의 생각은 다르니까. ‘꼭 만나 뵙고 싶다’라는 생각만 든다.”
하지만 그를 ‘박소담 닮은꼴’에만 매어 두기에는 그의 경력이 이채롭다. 김현주는 여섯 살 때부터 무용을 전공했고, 현재 세종대학교 무용과에 재학 중인 재원(才媛)이다.
“어렸을 때 다리에 통증이 너무 심해서 병원을 갔다. 하지만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시더라. 대신 운동 권유를 받아서 부모님께서 처음에는 태권도를 시키셨다. 어디 한 군데가 부러져서 왔다. (웃음) 다음에는 언니를 따라서 검도 학원을 다녔다. 또 다른 데가 부러져서 왔다. 찾고, 또 찾아서 선택된 것이 무용이었다. 부모님은 그때 무용 시킨 것을 제일 후회하신다.”
부모님이 후회하는 이유는 무용의 고됨 때문이라고. “많이 다치고 이러니까 후회하신다. 아프고, 다치고, 치료는 잘 안 되고. 무용은 뼈가 부러지진 않는다. 하지만 연골이 닳는다. (웃음)”
김현주는 “내 멋대로 할 수 있다. 이거 하고 싶으면 이거 하면 되고, 저렇게 하고 싶으면 그렇게 해도 되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제일 큰 매력이다”라고 무용의 매력을 설명했다. 그는 현대 무용 시니어 부문에서 ‘2016 제13회 서울국제무용콩쿠르’ 4등을, ‘코리아국제현대무용콩쿠르’ 3등을 차지한 능력 있는 무용가다. 무용가로서 언제 가장 가슴이 벅찼을까.
“무대 위에 올라갔을 때다. 물론 결과가 좋고 성적이 좋으면 더 좋지만, 무대 올라가는 것이 좋으니까 계속 준비했다.”
‘도플갱어쇼 별을 닮은 그대’에서 영화 ‘검은 사제들’의 음악을 배경으로 펼친 그의 현대 무용은 출연진뿐 아니라 시청자들의 이목 역시 집중시켰다. ‘이것이 무용이다’라는 당시의 자막이 무척이나 어울리는 무대였다. 당시 무대의 소감을 묻자 김현주는 “무대가 T자 형태였다. 그것이 당황스러웠을 뿐, 늘 하던 일의 연속이었다”라고 머쓱해했다.
‘도플갱어쇼 별을 닮은 그대’ 출연에 이어 또 다른 기회가 김현주를 찾아왔다. 바로 ‘SNL 코리아’ 시즌9이다. 오디션을 권유받고 제작진 앞에서 콩트와 춤을 선보인 그는 심소영, 강윤, 장도윤, AOA 혜정과 함께 프로그램의 신입 크루가 됐다. 그리고 배우 권혁수의 시그니처 코너인 ‘SNL 더빙극장’을 임시로 맡아 ‘검은 사제들’을 재현했다. 사실 대중이 그를 주목한 것은 ‘도플갱어쇼 별을 닮은 그대’였지만, 그에게 처음 집중한 때는 확실히 ‘SNL 더빙극장’이었다.
“그 콩트에서 제대로 ‘발연기’를 했다. 영상을 보고 들리는 대로 대사를 외웠다. 듣고, 받아 적고, 계속 연습했다. 댓글에서는 오히려 (권)혁수 오빠 더 닮았다고 말이 많더라.”
또한, 그는 “확실히 힘들었던 연기는 ‘더빙극장’을 이길 수 없을 것 같다”라며 가장 힘든 연기로 ‘검은 사제들’의 재현을 꼽았다. “혼자서 세 사람 역을 다 했어야 했다. 남자 역이 유독 어려웠다. 박소담 씨 역은 그래도 같은 여자라서 괜찮았는데, 남자 분들의 표정 연기나 호통 연기는 좀.”
회사로 따지면 ‘SNL 코리아’는 김현주의 첫 직장이다. 그리고 신입은 말 그대로 많이 깨지면서 경력을 쌓아간다. 보이는 모든 것이 성장의 양분이다. 그는 신입 딱지를 떼는 데 큰 도움을 준 인물로 배우 정상훈과 개그맨 김준현을 언급했다.
“아무래도 ‘SNL 코리아’는 개그 프로그램이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과장시켜야 하고, 더 오버해야 되고, 표정도 더 티가 나야 한다. 그런데 그것이 안 되더라. 주로 (정)상훈 오빠나 (김)준현 오빠가 이렇게 해보라고 조언해주신다. 조금씩 배워나가고 있다.”
마침 신동엽은 ‘도플갱어쇼 별을 닮은 그대’부터 현재의 ‘SNL 코리아’ 시즌9까지 김현주와 동행하고 있는 파트너이자 선배다. 김현주라는 신인의 시작과 진행을 옆에서 지켜보는 ‘동엽신(神)’은 그에게 어떤 조언을 전달했는지 궁금했다. “그냥 열심히 해야 된다고 말씀하셨다. ‘무용했던 것만큼 더 관심 가지고, 더 집중해야 된다’라고 하셨다.”
8월23일 김현주는 에스팀엔터테인먼트 및 SM C&C와 전속 계약을 체결했다. 에스팀엔터테인먼트는 모델계의 대표 회사고, SM C&C는 SM엔터테인먼트를 모기업으로 두고 있는 연기와 예능을 아우르는 회사다. 대형 포털 사이트에서 김현주는 아직 방송연예인으로 지칭되는 상황. 다년의 무용 경력이 여전히 김현주를 구성하는 한 요소인 가운데 이제 그의 길은 배우로 정해졌는지 궁금했다.
그는 잠시 동안의 침묵을 거친 뒤 “배우도 하고 싶다. 욕심이 난다”라며 입을 열었다. “아직은 배워야 할 것이 많고, 부족한 것이 많다. 벌써부터 이런 배우가 되겠다는 것은 욕심이라고 생각한다. 아직은 사진 찍히는 것을 좋아한다. 찍힐 때 재밌고 즐거워서 지금은 모델에 조금 더 관심이 많다.”
희망하는 역할과 장르를 묻자 “악녀하면 잘할 것 같다”라며 꺄르르 웃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여성스럽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는 나랑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오히려 개성 강한 이미지에 끌린다. 김성오 씨와 이엘 씨를 정말 좋아한다. 그런 개성이 부럽다.”
마침 김성오는 ‘SNL 코리아’ 시즌9에 호스트로 출연했던 바 있다. 두 사람은 ‘이미지 세포 연구소’에서 키스 신을 꾸미기도.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궁금해서 둘 사이의 이야기를 물었더니 “좋아서 혼자 뒤에서 쳐다보고 또 훔쳐봤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방송을 통해 많은 연예인을 만났을 법한데 아직 그는 좋아하는 배우 앞에서 가슴 떨려 하는 감성의 소유자였다. “혼자 계속 연습하고 계시더라. 방송에서 좋아하는 배우를 만나서 촬영이 행복하게 끝났다.”
김성오와의 공연 외에도 김현주는 걸그룹 여자친구와 ‘배드 걸즈(BAD GIRLS)’ 코너에서 한 번뿐인 인생 마음대로 사는 걸그룹을, ‘은교’ 코너에서 금교(로이킴)와 은교의 동생 동교를 연기했다. 이 가운데 ‘SNL 코리아’ 시즌9 첫 방송에서 개그우먼 정이랑은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탄핵 심판 최종 선고를 패러디하며 “한편 이번 시즌에는 새로운 원석을 발굴하여 또 다른 스타 탄생의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그러나 탄생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라는 말로 웃음을 모았다.
그렇다면 과연 김현주가 응시하고 있는 미래에는 스타 김현주가 있을까. 단도직입적으로 스타를 꿈꾸고 있는지 신인 김현주에게 물었다. 그는 자신의 미래인지 재차 확인한 뒤, 망설임 하나 없이 “되고 싶다”라고 답했다. “욕심인 것은 안다. (웃음) 하지만 기왕 하는 일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되면 좋은 것 아닌가. 무용할 때도 항상 그런 생각으로 무용했다. 되고 싶다. 그리고 되려면 내가 얼마만큼 노력을 하는지, 그것에 여부가 달려있을 것 같다.” 김현주는 최고를 꿈꾸며 노력하는 한 사람이었다.
김현주는 다양한 것을 경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어떤 환경이든, 어떤 역할이든 모두 소화해내고 싶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롤 모델을 묻자 “없다”라며 단호함을 드러냈다.
“무용할 때 생긴 버릇인데 롤 모델을 만드니까 그 사람을 자꾸 따라가게 되더라. 내 것이 있어야 어딘가에서 나를 찾고, 좋게 보고, 결국 캐릭터가 형성된다. 그런데 롤 모델이 생기니까 그 사람만 따라가고, 그 사람 길이 다 맞다고 생각하게 되더라. 그래서 롤 모델은 없다. 좋아하는 사람은 있지만, ‘내 롤 모델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는 타인에게 간섭 당하지 않는 홀로서기를 주장했다. 그리고 기자는 앞서 수차례 언급한 ‘박소담 닮은꼴’이란 별명을 떠올렸다. 닮은꼴과 롤 모델은 분명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한 쪽은 다른 이와 수동적으로 닮은 것이고, 다른 쪽은 능동적으로 다른 이를 닮길 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중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한 배우와 유사성을 띄는 김현주의 롤 모델 언급은 어딘가 모르게 현실을 타파하고 싶은 그의 욕구처럼 들렸다.
‘욕심’ 대신 ‘욕구’라는 단어를 쓴 이유는 기자의 추측이 사실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짧은 인터뷰 속에서 김현주의 모두를 판단하는 것을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기에 판단의 근거가 누군가에게는 불분명하고 납득 가지 것일 수 있다. 그러나 그간 김현주는 지향하지 않은 꿈을 우연히 반복했고, 이는 미래에도 그에게 우연을 가장한 또 다른 기회가 다가올 짙은 가능성을 풍긴다. 다른 배우의 닮은꼴 대신 온전한 배우 김현주가 될 수 있는. 그때 다시 그를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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