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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 거스를 수 없는 물결 위의 선봉장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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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재 기자 / 사진 백수연 기자] 봉준호 감독이 넷플릭스와 손잡았다.

영화 ‘옥자(감독 봉준호)’의 기자간담회가 6월14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그랜드 볼룸에서 개최됐다. 이날 현장에는 봉준호 감독, 틸다 스윈튼, 안서현, 변희봉, 스티븐 연, 다니엘 헨셜,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가 참석했다.

‘옥자’는 비밀을 간직한 채 태어난 거대한 동물 옥자와 강원도 산골에서 함께 자란 소녀 미자(안서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틸다 스윈튼이 글로벌 기업을 이끄는 두 얼굴의 CEO 루시 미란도를, 안서현이 순수와 용기의 결정체 소녀 미자를, 제이크 질렌할이 동물 학자 죠니 윌콕스를, 변희봉이 미자의 할아버지 희봉을 연기했다. 그 외에 폴 다노가 비밀 동물 보호 단체의 리더 제이 역을, 스티븐 연이 단체의 2인자 케이 역을 맡아 힘을 보탰다.

평단과 대중의 마음을 동시에 훔쳤을 뿐더러 해외에서도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봉준호 감독은 “오늘 회견은 시사회 이후의 자리이기 때문에 더 기대가 된다. 리뷰를 이미 많은 곳에서 써주셨기 때문에 흥미롭고, 또 감사하게 읽고 있다”라고 흥분을 드러냈다.

‘옥자’는 ‘봉준호 감독 작품’이라는 한 줄이 눈길을 끈다.

보통 포스터에는 작품을 요약하는 광고 문구가 중앙을 장식한다. 하지만 ‘옥자’는 감독의 이름인 봉준호 석 자만이 동물 옥자를 연상시키는 분홍색으로 영화 팬들을 유혹한다. 봉준호 감독의 파급력이 어떤 배우의 인기나, 영화의 어느 요소보다 대중에게 크게 와 닿는 셈. 이와 관련 영화 ‘살인의 추억’부터 ‘설국열차’까지 수상과 흥행을 모두 품에 안았던 봉준호 감독이 이번에도 모두를 만족시키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지 이목이 집중된다.

또한, ‘옥자’는 한국 감독이 참여한 첫 ‘넷플릭스 오리지널 필름’이라는 점이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필름’이란 인터넷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주도적으로 제작하는 작품으로, 매체를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인 홀드 백 없이 영화관의 스크린과 개인의 N-스크린 모두에서 상영되는 것이 특징. 이 가운데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를 비롯한 멀티플렉스들이 홀드백이 없다는 것을 이유로 이번 영화의 상영을 거부하는 지금 ‘옥자’는 한국 영화계의 어떤 이정표로 남을지 취재진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넷플릭스(Netflix) 그리고 멀티플렉스(Multiplex)


앞서 언급했듯 ‘옥자’는 영화 외적으로 풍파를 만났다. 시작은 ‘제70회 칸 영화제’였다. 경쟁 부문에 초청된 점과 별개로 스트리밍 서비스란 넷플릭스의 속성과 프랑스 극장 협회의 운영 방식이 충돌을 일으킨 것. 결국 영화제 측은 경쟁 부문 출품을 원하는 영화는 프랑스 극장 상영을 약속해야 한다는 규칙을 2018년부터 적용키로 했다.

먼저 봉준호 감독은 “가는 곳마다 논란을 몰고 다닌다. 의도하진 않았는데 그렇게 됐다. 새로운 룰들이 생겨나고 있다. 우리 영화가 외적으로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은 ‘옥자’의 타고난 복이 아닌가 싶다”라며, “하지만 ‘칸 영화제’ 같은 경우는 프랑스 내부에서 미리 법적으로 룰을 정했으면 더 좋았을 테다. 초청해놓은 상태에서 사람을 민망하게 만들고. 넷플릭스 영화 두 편이 있었는데, 영화 만드는 것에 정신없는 감독들이 프랑스 국내법까지 공부하면서 영화 찍을 순 없는 것 아닌가. 그리고 ‘칸 영화제’는 국제 영화제인데 왜 프랑스 국내 영화 산업 룰을 관철시키려고 했는지 의외다”라고 ‘칸 영화제’를 비판했다.

더불어 그는 라스 폰 트리에 감독 이야기를 꺼내며 웃음을 불러 모았다. “그러나 영화제라는 것은 항상 이슈와 논란이 필요하다. 특히, 금년에 라스 폰 트리에 감독님께서 안 계셨다 보니까 우리가 그런 역할을 맡아서 초반 분위기를 달구는 데 조금 공헌을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것도 ‘옥자’가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하면 재밌는 경험이었다.”

‘옥자’ 상영 여부에 관한 국내의 첨예한 대립에 관해 봉준호 감독은 넷플릭스와 극장 모두를 포용하는 자세를 선보였다. “멀티플렉스 측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최소 3주간의 홀드백을 원하고 있는데, 그런 주장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넷플릭스는 스트리밍과 극장을 동시에 하는 것을 원칙 삼고 있는데, 그 원칙도 존중받아야 된다고 본다. 왜냐하면 ‘옥자’라는 영화는 넷플릭스 가입자 분들로부터 거둔 돈으로, 회비로 만들어진 영화인데 ‘극장에 가는 분들 볼 동안 가입자 분들은 기다리세요’라며 우선권을 뺐을 순 없다.”

그는 논란의 원인에 대해 “나의 영화적 욕심 때문이 아닌가 싶다”라고 털어놨다. “보통 넷플릭스 영화는 다른 나라에서는 극장 개봉을 강행하지 않는다. 옥자가 한국에서만 특이한 케이스다. 다리우스 콘지 촬영 감독이랑 영화 찍을 때부터 ‘아, 이 영화 큰 화면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보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미국, 영국, 한국에서 되도록 큰 스크린에 많이 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배급사 NEW 측도 그런 취지를 공감하셨기에 진행했다.”

“룰이란 규칙이 오기 전에 영화가 먼저 도착한 것 같다”라는 말로 현 상황을 요약한 봉준호 감독은 “감독으로서 영화를 넷플릭스의 품질 좋은 스트리밍과 극장 화면 모두에서 보여주고 싶은 욕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라며, “대한극장에서 훌륭하게 시사를 했고, 멀티플렉스는 아니지만 곳곳의 도시에 여러 극장들이 옥자를 준비하고 있다. 서울극장, 대구 만경관, 인천 애관극장 등. 극장을 여기서 다 말하고 싶다. (웃음) 정겨운, 한동안 잠시 잊고 지냈던 극장들을 다시 찾아보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지금 상황 자체가 정말 만족스럽다. 작지만 길게 여러분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현재를 긍정했다.

#채식주의자(菜食主義者) 그리고 옥자(玉子)


봉준호 감독은 과거 고기와 생선은 물론이고 동물로부터 비롯된 모든 것을 거부하는 비건(Vegan)이라는 채식주의를 실천했다고. 하지만 현재는 조류와 가금류를 제외한 모든 음식을 먹는 페스코(Pesco)를 행동한다는 후문. 마침 ‘옥자’는 유전자 조작 동물을 식품화하려는 거대 기업에 맞서 싸우는 강원도 산골 소녀의 이야기다. 연관성이 짙다.

먼저 봉준호 감독은 “남들의 시선이 없는 곳에서 여전히 닭고기, 소고기 등을 먹고 있다”라는 말로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옥자’를 하다 보니까 돼지 고기는 안 먹게 됐다. 페스코 베지테리언이라는 단어가 있다. 붉은 고기는 안 먹고, 치즈나 유제품이나, 달걀, 해산물은 먹는. 거의 그렇게 되고 있다.”

그가 채식주의자가 된 배경에는 도살장이 있었다. “2015년 초 시나리오 쓸 때 미국 콜로라도 도살장을 직접 방문했던 적이 있다. 그 사람들은 ‘비프 플랜트(Beef Plant)’라는 표현을 써달라고 한다. 도살장이라는 뜻의 ‘슬러터 하우스(Slaughter House)’는 싫어한다. 현대적 공장이라는 자부심인데, 그것 때문에 더 섬뜩하더라. 하루 오천 마리 이상의 소를 도살하는 곳이다. ‘옥자’에도 비슷한 시퀀스가 나오는데, 실제는 영화의 20배는 될 것이다. 부드럽게 표현했다. 압도적인 것은 냄새였다. 피, 배설물, 녹여지는 뼈가 뒤섞인 말로 설명하기 힘든 냄새. 자연스럽게 두 달 동안 비건이 됐다.”

봉준호 감독은 “이 영화가 비건을 강요하는 영화는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육식에 반대하지 않는다. 인류는 수천 년간 육식을 해왔고, 동물도 동물을 먹는다. 아연의 흐름 속에서 벌어지는 육식은 자연스럽고,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보는 사람이다”라며, “다만 공장에서 제품을 대량 생산하듯이 하나의 제품으로 동물들을 편입시켜서, 가혹하고 잔인한 금속의 환경 속 파이프라인의 일부분으로 만드는 것은 반대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과 몇 십 년 전에 새롭게 생겨난 양상이다. 사실 다 돈을 위한 것이다. 공장식 축사에 대해서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런 의문을 던져드리고 싶었다.”


‘옥자’에는 다양함이 혼재돼있다. 한국인 감독, 영국인 배우, 이란 촬영 감독, 게다가 극중 기업 ‘미란다 코퍼레이션’처럼 다국적 속성의 제작사 넷플릭스까지. 한 가지 속성으로 작품을 규정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더러, 영화 ‘설국열차’부터 한국 아닌 세계를 필름 안에 담으려는 봉준호 감독의 노력에는 무언가 특별한 이유가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봉준호 감독은 “문화적 경계를 넘어보고 싶다거나, 나라와 문화를 섞어서 영화를 만들고 싶은 의도가 있던 것은 전혀 아니다. 내가 만들고 싶은 스토리에 따라서 그냥 영화 만들기를 계속 하고 있는 것뿐이다”라며, “‘설국열차’ 때는 인류의 생존자들이 기차에 타고 있는 이야기니까 다양한 인류를 실었고, ‘옥자’는 다국적 거대 기업의 이야기니까 배우와 로케이션이 다양해졌다. 자연스럽게 스토리를 표현하기 위해서 그렇게 된 것이지 문화적인 어떤 철학을 생각한 것은 아니다. 나에게는 항상 찍고 싶은 스토리가 우선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경계의 파괴를 언급했다. “이미 전 세계는 인터넷 아래 문화의 국경이 붕괴된 상태다.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이미 문화들은 충돌하고 있다. 야구장과 농구장을 가면 외국 선수들이 뛰고 있지 않은가. 이미 모든 것은 뒤섞여있다.”

애초부터 문화란 개체 간의 간섭과 조화 속에서 꽃을 피우고, 저물어가는 와중에도 다른 존재에게 혼을 전달하며 발전해왔다. 그리고 ‘설국열차’부터 시작된 봉준호 감독의 탈(脫)한국 친(親)세계 기조는 이것의 구체화일 것이다. ‘한국의 세계화’라든지, ‘세계 속의 한국’이라든지 모국이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닌 말 그래도 하나와 다른 하나의 융합. 이것을 통해 관객은 기존을 벗어난 새로움과 더불어 전혀 다른 새로운 문화가 꽃피우는 현장을 경험하게 된다. 더불어 ‘옥자’는 적어도 한국에서만큼은 변화의 선봉에 서는 작품일 테다.

넷플릭스의 현실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스트리밍과 극장이 서로를 간섭하는 단계다. 조화는 멀게 느껴지지만, 답이 무엇이든 결국은 열매를 맺을 것이다. 사실 답은 없다. 비주류 넷플릭스가 주류가 되든, 극장이 지금의 자리를 굳건히 유지하든 결국 찰스 다윈의 자연선택설처럼 어느 하나가 문화를 이룰 테다. 최초의 영사기가 생겨난 것이 1879년이다. 또한, 최초의 상업 영화는 1895년 상영됐다. 길다면 길지만, 짧다면 짧은 문화. 건강한 토의는 좋지만, 의견의 도출이 필요한 토론은 현 상황에는 비적합해 보인다. 문화는 자가적으로 발전해왔고, 이것은 개인의 힘으로는 거스를 수 없는 물결이다. ‘옥자’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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