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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빔]토요타의 미래 예측은 탁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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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젤은 궁극이 될 수 없습니다"

 지난 2004년 토요타 본사 내 글로벌 시장조사팀이 한국을 찾았을 때 했던 말이다. 그런데 당시 한국은 물론 글로벌 시장 자체가 디젤 위주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는 시기여서 이들의 발언은 다소 의외였다. 2000년 전후로 탄소배출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며 디젤이 주목받기 시작했고,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의 유럽 3대 자동차국가는 앞다퉈 디젤 엔진을 승용차에 얹었다. 한국도 비슷한 시기에 같은 이유로 디젤 세단 판매를 허용했다. 

 토요타는 이런 움직임에 동참하지 않았다. 대신 하이브리드를 내세워 탄소배출 저감을 추구했다. 기술 발전으로 디젤의 배출가스 정화율이 오르겠지만 디젤 연료에 포함된 본질적인 탄소함량 등은 결코 줄일 수 없다고 내다봐서다. 차라리 탄소를 적게 태우는 방법을 현실적인 저감대책으로 판단, 오로지 동력의 일부를 전기로 충당하는 하이브리드에 매달렸다.
 

 그리고 13년이 흘렀다. 결론부터 언급하면 토요타의 당시 미래 예측은 정확했다. 그 사이 디젤은 연료 자체의 특성을 지적받으며 '계륵'으로 변하는 반면 하이브리드는 날이 갈수록 주목도가 오르고 있다. 심지어 자동차 시장조사기관 자토(JATO) 오토모티브는 독일 및 영국 등이 디젤차 운행규제를 강화하면서 유럽의 여러 제조사가 '㎞당 95g 이하' 기준을 맞출 수 없다는 전망까지 내놨다. 급기야 볼보는 앞으로 디젤 엔진 개발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막대한 투자비를 감당하는 것보다 차라리 전기로 바꾸는 게 현실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최근엔 유럽 도시들이 디젤 공격에 나서는 중이다. 영국 런던은 올해 10월부터 유로4 기준 미달 디젤차의 도심 진입 때 대기환경부담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자동차도시로 불리는 독일의 슈투트가르트마저 3년 이상 된 디젤차 운행을 제한하는 법안을 검토중이다. 가솔린차에 비해 효율이 20% 높은 디젤차가 운행규제를 받으면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 충족이 어려울 수 있지만 그 보다 질소산화물 등의 감축이 보다 먼저라는 판단에서다. 

 이런 현상은 한국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1~5월 수입차 판매에서 하이브리드는 전년 대비 70.8% 증가한 8,212대가 판매된 반면 디젤은 22.1% 감소했다. 최근 디젤에 대한 인식전환이 이뤄지면서 대안으로 하이브리드가 선택받는 셈이다. 


 디젤과 하이브리드의 저울관계에서 토요타가 보여준 건 무엇보다 미래 예측의 중요성이다. 예측의 방향과 정확성에 따라 위기와 기회는 수시로 얼굴을 바꾸기 때문이다. 자동차 소비트렌드의 한 축을 이끄는 유럽이 디젤을 내밀 때 토요타는 미국과 중국, 일본 중심의 시장을 보면서 하이브리드를 선택했다.

 미래학 권위자인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이광형 교수는 미래를 예측할 때 '시간, 공간, 분야'의 3차원 설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렇게 보면 토요타는 적어도 '자동차'라는 분야에서 '20년'의 미래를 예측할 때 유럽보다 큰 공간을 기준으로 삼았다는 얘기가 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지금, 결과는 놀라울 만큼 정확하게 흘러가고 있다.  

 최근 한국 자동차의 미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전통적 개념의 자동차회사 역할이 점차 줄어들고 있어서다. 심지어 미래가 어둡다는 말도 들린다. 그러나 정확한 미래 예측이 가능하다면 이를 기반으로 대비에 나서면 된다. 그럼에도 걱정이 끊이지 않는 건 예측의 전제가 잘못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전제 설정의 오류야말로 아무도 오류를 지적하지 않으니 말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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