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지안 기자] 담담하게 얘기하는 모든 말들에 진지함이 녹아있던 배우 강경준. 모델로 시작해 연기자로 변신, 20대의 찬란한 인기에 연연하지 않았고 이제는 배우라는 직업이 어울릴만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박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생각보다 적지 않은 작품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아온 그는 아쉬운 시청률에 좌절할 법도 하지만 결코 지나간 것에 후회하지 않았고 현재를 즐거워했다.
6월 방영을 앞두고 있는 드라마 ‘별난 며느리’에서 몸도 마음도 훈훈한 최한주로 분해 새로운 연기를 선보일 예정인 강경준. 한층 여유로워진 그와의 솔직한 인터뷰를 시작한다.
Q. 오늘 화보 촬영 어땠나요? 인터뷰도 굉장히 오랜만이죠?
화보 촬영은 워낙에 안 해본 거라 어려웠어요(웃음). 사진은 한 컷에 모든 게 다 잘 나와야 되니까 어렵고 잘 나오는 각도나 이런 것들을 잘 몰라요. 영상은 그에 비해 적응하는 시간이 있는데 사진은 셀카도 그렇고 어려워요.
Q. 요즘 드라마 촬영으로 바쁘죠? 곧 방영될 드라마 ‘별별 며느리’에서 함은정 씨와 커플로 출연하신다고.
사실 은정씨가 아이돌이라 겁났어요. 아이돌과 작업을 많이 해봤던 것도 아니었고 사석에서도 볼 기회도 없었고 본 적도 없었거든요. 바쁠 것 같고 사생활도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 친구는 생각보다 털털하고 오히려 호흡 맞추는 데 있어서 배우들과 다를 점이 없더라고요. 제가 겁을 많이 냈던 것 같아요(웃음)
Q. ‘별별 며느리’에서 한주 역을 맡았어요.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은데 캐릭터 때문인가요?
태권도 사범으로 나와요. 캐릭터 때문에 운동을 하게 됐죠. 두 달 반 정도 금주하고 운동하면서 거의 10kg 정도 뺀 것 같아요. 원래 헬스 하는 건 싫어했는데 요새는 거의 하루도 안 빼놓고 운동하고 있어요.
Q. 한주는 어떤 캐릭터인가요?
내면에 앙금이 있으면서도 되게 많이 참는 역할이에요. 인내를 많이 하는 성격이죠.
Q. 평소 경준 씨도 참고 인내하는 성격인가요?
다른 것 같아요. 저는 대부분 표출하는 편이거든요. 화가 나도 그날 바로 풀어야 되는데 한주는 많이 참죠. 연기하면서도 그런 부분이 어려워요. 극 중에서 여자친구를 좋아해도 밀어내는 부분이 있는데 제 성격이랑은 너무 달라서 납득이 안 가더라고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안 그렇지 않나요?(웃음)
Q. 촬영장 분위기나 배우들 간의 호흡은 어떤가요?
아주 좋아요. 주인공이 거의 같은 또래라 이런저런 얘기 나누기가 편한 것 같아요. 여주인공 두 분 모두 아이돌 출신인데 아이돌 같지 않아요. 가끔 촬영 끝나고 밥이나 술 먹자고 하면 바빠서 참석 못할 줄 알았는데 먼저 음식점 가서 세팅 해놓고 서슴없이 대해주더라고요. 아이돌은 밥도 안 먹고 굶을 줄 알았는데 우리랑 똑같은 사람이더라고요(웃음). 제가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두 분 모두 털털한 모습에 그 편견이 깨졌죠.
Q. ‘논스톱 5’ 얘기를 안 할 수 없겠죠? 정말 독특한 캐릭터였어요.
논스톱에서 제가 맡은 캐릭터는 원래 다른 사람이 캐스팅돼있던 상태였어요. 근데 저도 너무 하고 싶어서 오디션을 보게 해달라고 졸랐어요. 그렇게 제가 그 역할을 하게 됐죠.
Q. 데뷔 이후 일약 스타덤에 올랐어요. 한편으론 그때의 인기가 그립기도 할 것 같은데요.
그 시기는 완전히 지난 것 같아요. 군대 가기 전까지 심했는데 갔다 와서는 그런 생각은 없어졌어요. 군대 가기 전에는 인기에 대한 집착이 있었던 것 같아요. 군대에서는 TV 보면서도 욕심나는 캐릭터를 보면 시기와 질투를 했죠. 정작 그 역할을 맡은 배우분들의 노력은 생각하지 않았던 거죠. 연기에 대한 생각은 안 하고 인기에만 집착했던 것 같아요. 작품은 서로 만들어 가는 건데 예전에는 제가 할 일 끝나면 바로 집으로 가고 말도 별로 안했어요. 실수였죠. 요즘엔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같이 어울려서 밥도 먹고 끝나고 얘기도 많이 나누고요. 즐기면서 하자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어요.
Q. 그래도 꾸준히 드라마, 영화에 출연했잖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요?
다 기억에 남아요. 영화 ‘나의 ps파트너’, 드라마 ‘딱 너 같은 딸’, 남자 아이돌과 함께했던 ‘아름다운 그대에게’도 기억에 남아요. 그 땐 여자 아이돌이랑 함께 촬영할 일이 없었네요. ‘나의 ps파트너’는 예전부터 좋아했던 지성이라는 배우와 한창 인기 많았던 아중이랑 함께 연기하면서 뭔가 큰 배우들과 연기하는 기분이었어요. ‘아름다운 그대에게’는 고생을 정말 많이 했어요. 그 때 저보다 어린 친구들한테 배운 게 많았어요. 스케줄이 많은데도 정말 즐기면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 자신이 부끄러웠죠.
Q. 예상외로 ‘가시꽃’이 언급이 안됐네요?
캐릭터 자체가 너무 어려웠어요(웃음).
Q. 모두 소중한 작품이었겠지만 아쉬운 시청률에 안타까운 마음도 있을 것 같아요.
시청률이 높으면 당연히 너무 좋죠. 근데 그걸 위해서 내가 힘을 주고 뭘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어진 것 같아요. 연기를 열심히 하다 보면 시청자 분들이 먼저 알아주지 않을까요. 지금까지는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보고 의식을 해서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부끄러운 부분도 있어요. 솔직히 시청률이 신경은 쓰이지만 이제 그건 2순위로 놓고 1순위는 만족할 수 있는 연기를 해보자는 게 제 생각이에요.
Q. 배우들은 연기를 하면 할수록 어렵다고 하던데 경준 씨는 어때요?
어려워요. 그런데 캐릭터를 찾아가는 과정이 재밌더라고요. 해보니까 나랑 맞는 작품들이 있고요. 내가 혼자 잘해서 만은 아닌 것 같고 주위에 있는 연기자분들 스태프들이랑 함께 만들어 나가야 되는 것 같아요. 물론 어렵지만 재미를 찾으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Q. 함께 호흡 맞춰보고 싶은 배우가 있다면요?
김윤석, 송강호, 최민식 같은 대선배님들과 한번 해보고 싶어요. 당연히 멜로도 해보고 싶지만 브로맨스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꼭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예를 들면 ‘주먹이 운다’, ‘올드보이’ 같은 작품이요. 안 어울릴 수도 있겠지만 몸을 많이 쓰는 액션도 해보고 싶고요.
Q. 꽤 오랜 시간 배우로 활동했는데 롤모델도 있겠죠?
딱 한 사람한테 국한돼 있지는 않는데 브레드 피트요. 그 사람의 느낌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한국 배우들은 너무 많아요. 근데 그분들을 닮으려고 해도 각자의 매력이 다르니까 쫓아갈 수도 없는 것 같아요. 지금 영화 쪽에 있는 선배님들은 정말 너무 멋있는 것 같아요. 이정재 선배님도 멋있고요. 가끔 지나가다 보면 정말 연예인 본 기분으로 되게 좋아해요(웃음). 최민식, 설경구 선배님은 뭐 말할 것도 없고요.
Q. 친하게 지내는 배우 있나요?
많은데 연락을 따로 해서 만난 적은 그렇게 많지는 않네요. 김지석, 이기우 형이랑도 친하고요. 한 두 살 형들이랑 되게 친해요. 서핑이나 캠핑도 가고 술도 마시고요.
Q. 남자는 서른부터라는 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해요?
맞는 것 같아요. 20대 때는 되게 예민했었거든요. 남들 얘기할 때 말 끊고 제가 하고 싶은 얘기만 하고 상처 주는 말도 많이 하고 그랬어요. 근데 서른 되고 나서는 포기할 줄도 알고 참는 법도 배운 것 같아요. 예전에는 짜증도 많이 냈는데 요새는 상대방을 많이 이해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돈 쓰는 것도 계획이 생기더라고요. 제 스스로 많이 바뀐 것 같아요. 독립하고 혼자 나와서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깨닫는 부분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한테 혼자 살아보라고 추천하고 다니기도 해요(웃음). 저는 사실 남들처럼 열심히 노력하지 않고 살았던 것 같아요. 부모님께 많이 의지했었죠. 그래서 요새 더 잘하려고 노력해요. 표현도 많이 하고요.
Q. 요식업 사업도 하고 계시죠?
저희 친 형이 먼저 시작했던 일이에요. 못할 줄 알았는데 형이 도움을 많이 줬어요. 피자 만드는 것도 셰프님들한테 배워서 다 할 줄 알아요. 거의 9-10개월은 가게에 상주했죠. 손님들한테 직접 만들어 주기도 하고요. 적성에 맞는 것 같아요. 워낙 먹는 것도 좋아해서 제가 해서 먹어도 질리지도 않더라고요.
Q. 평소에 혼자 요리도 잘 하나요?
저는 음식 하는 거 되게 좋아하고 제가 만든 건 다 맛있게 먹고 있어요(웃음). 전문 셰프님들처럼은 못 만들겠지만 레시피 보고 이것저것 해보는 걸 너무 좋아해요. 워낙 먹는 걸 좋아하는데 많이 먹으면 먹는 대로 살쪄서 지금은 참고 있어요. 일 안할 때는 버킷리스트 쓰듯 쭉 써놓고 만들어서 먹고 그랬어요.
Q. 의왼데요. 요즘 ‘먹방’ 많이 하잖아요. 그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도 재밌을 것 같아요.
저는 드라마보다 예능을 더 많이 봐요(웃음). ‘맛있는 녀석’들도 좋고 ‘백종원의 3대 천왕’도 재밌어요. 얼마 전에 ‘윤식당’도 너무 재밌게 봤고요.
Q. 그러고 보니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거의 없었던 것 같네요. 출연하고 싶은 프로그램 있어요?
출연하게 된다면 ‘1박2일’에 나가보고 싶어요. 저를 보여줘야 되는 것보다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여행도 하고 그 와중에 꾸밈없는 제 모습도 나올 테니까요.
Q. 쉬는 날엔 뭐하세요?
저는 인터넷도 잘 안하고 SNS도 시작한 지 얼마 안됐어요. 옛날 사람 같죠(웃음). 쉬는 날에는 운동하고 헬스장 가고요. 그냥 스스로 재밌는 걸 찾아서 하려고 해요.
Q.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요?
재밌게 살고 싶어요. 저는 혼자 하는 것도 되게 좋아하거든요. 뭘 하든 어색하고 지루하면 안 돼요. 혼자서도 맛있는 밥집 찾아서 먹으러 다니고요. 제 스스로 외롭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죠. 삶의 목표는 모든 사람들을 만났을 때 재밌게 유쾌하게 지내는 게 요즘 인생의 바람이에요. 연기도 마찬가지로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Q.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요?
사실 사람이 표현하는 데 있어서 한계가 있더라고요. 표정이나 행동이 끊임없이 매력 있기란 어려운 것 같아요. 왜 비슷하게 연기하는 거 있잖아요. 분명 다른 캐릭턴데 어디선가 봤던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다른 작품 캐릭터와 오버랩 되기도 하고요. 어렵겠지만 저는 질리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배우라는 직업으로 인정을 받기 위해서 지금부터라도 노력을 많이 할 테니 새로운 모습 기대 많이 해주세요. 질릴 수도 있겠지만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웃음). 제 스스로가 바뀌었으니 제 연기도 바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많이 지켜봐 주세요.
기획 진행: 우지안, 박승현
포토: 이관형
의상: 지플리시 by 캐쉬스토어, 데이뉴트럴 by 캐쉬스토어, 크리에이티브 폭스, 자라, 발란트
슈즈: 푼크트, 하티스
아이웨어: 림락
헤어: 제니하우스 구미정 부원장
메이크업: 제니하우스 전성희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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