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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특별시민’ 심은경, 초심과 진심 그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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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주 기자]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심은경은 아직 어리다. 그러나 그의 말을 들어보면 결코 어린 나이라는 게 아니라고 느껴진다. 한 가지의 물음에 진하고도 깊은 대답이 나오는 걸 보면 말이다.

730만 관객을 동원한 ‘써니’부터 865만 관객을 동원한 ‘수상한 그녀’까지 매 작품 탁월한 연기와 개성 넘치는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잡아온 20대 대표 여배우 심은경.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더욱더 묵묵하고 조용하게, 내가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서 정확하게 파악하는 길로 나아가고 싶다는 심은경.

이러한 심은경의 조숙함은 그의 ‘진솔함’때문이 아닐까 싶다. 끊임없이 매순간 자기 스스로를 압박하며 초석을 다지고 거기서 나오는 깨달음을 통해 더 나은 길로 향하는 심은경이 이번 영화 ‘특별시민(감독 박인제)’이라는 새로운 길에 들어섰다.

‘특별시민’에서 갓 선거판에 입문한 광고 전문가 박경 역을 맡아 최민식, 곽도원과 첫 호흡을 맞춘 심은경은 촬영하는 매 순간이 고민이었고, 그렇기에 (더욱) 치열하게 찍었다고 말한다.

“정치영화라는 장르적 특성상 부담감이 있었어요. 지금 홍보하는 와중에도 (부담감이) 있고요. ‘정치’라는 것에 대해서 아직은 저도 모르는 부분이 많고, 각자의 시각에 따라서 다르게 볼 수 있는 포괄적인 것이라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이 온도를 연기함에 있어서 잘 표현해야한다고 생각을 했죠. 홍보를 하면서도 영화의 주제나 의식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필요성이 많은 영화라고 생각이 들어요. 고민이 많이 되죠. (이 영화는) 고민으로 시작해서 고민으로 끝나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싶어요.”


이런 부담감들과 고민들 때문에 대본 리딩 할 때도 너무 긴장한 탓에 선배 배우인 최민식에게 한마디 듣기도 했다고.

“(리딩) 전날 연습을 많이 하고 갔는데도 긴장이 돼서 제가 얼어있었어요. 그래서 준비한 만큼 역량을 펼치지 못했는데 (최민식) 선배님이 제 모습을 보고 ‘연기를 하는데 선배 후배 가릴 것 없다. 네가 나를 이겨먹어도 되는 거고. (연기에) 선후배 관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서로 얼마만큼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프로가 되라’고 말씀해주셨어요. 프로가 된다는 건 쉽지가 않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잘해보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했죠. 그렇게 캐릭터에 담은 저의 진심들을 과연 관객 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아무쪼록 영화의 메시지들이 캐릭터로 잘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이 커요.”

유독 심은경이 ‘특별시민’을 찍으며 긴장을 한 모습을 많이 보였다. 그럴 수밖에 없던 가장 큰 이유가 있다. 이번 영화는 선거판을 이야기하면서 ‘박경의 성장스토리’를 담은 영화라고. 당연히 심적으로 부담이 됐을 법하다.

“감독님이 처음부터 이 영화는 박경으로 시작해서 박경으로 끝나는 영화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영화 속에서 관객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죠. 그래서 부담감이 많을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캐스팅 제의를 받고 출연을 망설였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함께 전했다.

“제의를 받고 너무 신났지만 ‘(이 인물을) 표현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될까? 너무 욕심을 부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들이 있었죠. 그래서 거절해야하나 고민도 했고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박경의 완벽한 면모도 물론 있지만 행동보다는 열정이 앞선 모습. 아직 때 묻지 않은 젊은 피. 정치적인 미숙함 속에서 자신의 신념을 말할 수 있는 그런 용기가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올 것 같다. (심)은경 씨가 어리지만 잘 소화해줄 것 같고, 그런 신선함을 발견하고 싶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런 믿음에서 출발하게 됐죠.”


심은경이 연기한 박경이라는 인물은 꿈을 갖고 선거판에 들어가 현실을 마주하면서 좌절과 실망을 느낀다. 이건 어느 분야에서 일을 하던 마찬가지 일 것이다. 이상과 현실은 다르기에. 배우의 길을 걷고 있는 심은경에게도 이런 경험은 있었다고 고백한다.

“저도 사람인데 박경처럼 그런 적 당연히 있죠. 제가 생각한 것처럼 흘러가지 않을 때가 있고, 말보다 열정과 행동이 더 앞설 때가 있어서 신중하지 못할 때가 있었어요. 그런 것들을  많이 반성하고 있고요. 제가 한동안 ‘연기’라는 것을 잘해야 한다고만 생각하느라 즐기지 못했던 것 같아요.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을 해야 되고 그 기준에 저도 모르게 자꾸 맞춰져 나가려고 하는 듯한 느낌인 거예요. 그런 괴리가 되게 심했어요. 하고 싶은 것들, 보여주고 싶은 것들은 따로 있는데 편승되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죠. 그래서 이걸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제 스스로 프레셔가 많았어요.”

이걸 해결할 수 있었던 방법으로 ‘특별시민’을 꼽았다.

“연기만 생각하면서 정말 정신없이 ‘특별시민’을 찍었는데 그러다가 문득 ‘아 이런 건가?’싶더라고요. 이렇게 연기를 생각하면서 연기에 빠져들려고 하고 이랬던 적이 언제 있었는지 의문이 생겼어요. 아마 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만 그랬던 것 같아요. (그 시절에는) 연기 그 자체가 좋았고 부족하지만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었고... 어렸지만 내 나름대로 애드리브도 준비해가고 했었는데 이런 마음들을 잃어버렸던 게 아닐까 뒤돌아보게 됐어요. 음... ‘특별시민’을 촬영할 때 부족한 저를 제 스스로 메꾸고 싶어서 막 하려고 하는 그 모습에서 발견했던 것 같아요. 항상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많이 이야기를 하는데 그때서야 초심이라는 게 뭔지에 대해서 제대로 마주했던 것 같아요.”


이렇듯 영화를 찍는 내내 그리고 영화를 홍보하는 순간조차도 긴장감과 부담감을 내려놓지 못하는 심은경을 보니 열심히 한 그의 노력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특히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요즘엔 사회적 이슈가 담긴 영화를 찍고 나니 더더욱 고민이 생겼다고.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그게 정치적인 것이든 연기적인 부분에서도 그렇고요. 촬영하면서 많이 느꼈는데 진실되게 소통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는 걸 알았어요. 그런 진심, 진심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리더라면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의 진심을 보여주면 상대방도 진심을 보여주게 되는 것 같아요. 결국 그게 바로 소통이라 하는 것 같거든요. 자신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정말 큰 용기인데 그런 큰 용기를 가진 사람이 리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배우 심은경의 진심이 묻어나는 연기를 볼 수 있는 영화 ‘특별시민’은 4월26일에 개봉해 현재 극장가에서 절찬리에 상영중이다.(사진제공: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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