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주 기자 / 사진 백수연 기자] 한채아는 털털했고 또 털털했다.
요즘 누구보다 따뜻하고 설레는 3월을 맞이하고 있을 배우 한채아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안방극장 속 조선절세미녀를 실제로 만나보니 그와는 정반대였다. 이렇게 털털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거리낌 없이 다가왔고, 대답하기 조금은 어려운 질문이라도 솔직하게 말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더없이 그를 빛나게 했다.
그런 그의 평소 모습이 담겨서일까?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 속에서 여성보다는 남성적인 성향에 더 가까운 경찰청 형사 나정안이라는 인물에서 한채아가 보였다.
Q. 드라마를 주로 하시다가 영화로 오랜만에 나오셨어요.
되게 힘들었는데 일하는 듯한 느낌이 더 와 닿았던 것 같아요. ‘아 내가 이 작업을 사랑했었구나’ 하는 걸 깨달았어요. 드라마도 처음에는 이렇게 시작해요. 그러다가 중간에 밤샘촬영하고 쪽대본 받고 촬영하다보면 그 순간을 잊게 되거든요. 빨리 찍어내기 바쁘니까 처음 마음과 달라질 때가 있는데, 영화는 다시 잡아 줄 수 있으니까 ‘내가 진짜 좋아하는 작업을 하고 있구나’ 하는 걸 계속 느끼게 하니까 재밌었어요.(웃음)
Q. 촬영한 소감은 어땠어요?
틀에 박힌 전형적인 그런 캐릭터들 있잖아요. 풀 메이크업하고 짝사랑하고, 아련하고, 사극에서도 흐트러짐 없는 모습으로만 연기를 하다가 (이번 작품을 통해서) 힐에서도 내려오고, 메이크업에서도 자유롭고, 머리도 굉장히 내추럴하고 옷도 편하고. 모든 게 다 편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연기도 편해졌고, 또 나정안의 캐릭터가 생각하고 이런게 없는 좀 직선적인 성향이잖아요. 그래서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정말 편했던 것 같아요.
Q. 내추럴하다 하는데 몸매는 현실적이지 않은 완벽한 몸매예요.
그렇게 보이기까지 많은 노력이 있어요 사실.(웃음) 제가 나이가 있다보니 주위에 임신을 한 친구들이 굉장히 많아요. (임산부들이) 제일 부럽더라고요. 결혼해서 애기를 가졌다는 사실이 부러운 게 아니라 쟤는 무한대로 먹을 수 있잖아. 10개월 동안 누가 뭐라 그래요. 임산부가 먹겠다는데 몸매가 이상하다느니 이런 말 누가 하겠어요.(웃음)
먹는 것에 스트레스가 없잖아요. 저는 하나 먹으면서 내일 더 뛰어야하나 걱정하고, 부을까봐 걱정하고. 특히 작품 들어갈 때는 (오후) 6시 이후에는 안 먹고. 이렇게 해야 화면에 예쁘게 나오니까 그만큼 고충이 있는 것 같아요. 나이가 들면 들수록 관리가 필요해요.(웃음)
Q. 나이 드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전 나이가 들면서 더 좋아진 것 같아요. 수입적인 부분이나, 마음도 그렇고, 일적인 면도 그렇고. 예전에는 불안한 게 더 많았어요. 내가 계속 이일을 해야 하나 싶었고, 현장가면 선배들한테 혼나기도 했고.
지금은 이제 캐릭터에 제가 마음을 이입하기도 하고 나이를 먹으면서 안정을 찾은 것 같아요. 또 30대가 되면서 주위에서도 여유로워 보인다고 하니까 저도 좋고. 여자가 나이를 먹는 게 죄는 아니니까. 전 제 느낌상 34살 때 제일 예뻤던 것 같아요.(웃음) 주위를 통계적으로 봐도 34살이 제일 예쁜 것 같아요. 근데 35살부터는 관리가 굉장히 필요해요!
Q.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우선 영화에 도전해보고 싶었던 마음이 컸어요. 음... 대본은 사실 좀 딱딱했어요. 그런 걸 자연스럽게 제 식으로 편안하게 바꿔서 연기했던 것 같아요. 어쨌든 코미디기 때문에 혼자서 무게 잡으면 안 될 것 같고, 근데 또 무게를 잡으면 그게 웃기지 않을까 하기도 했고. 여러 번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감독님과 상의하면서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재밌었고 애착이 갔어요. 또 (김) 민교오빠가 하겠다는 걸 들었어요. 결정적으로 (강예원) 언니가 하겠다는 얘기를 듣고 ‘예원언니 진짜 한대?’ 하면서 재차 물어보고 한다 해서 믿고 (저도) 하겠다고 했죠.
Q. 영화 속 강예원 씨와 케미가 좋아요.
정말 우연하게도 감사하게도 (강예원) 언니랑 성향이 잘 맞았어요. 솔직한 사람은 또 솔직한 사람을 좋아하거든요. 뭐가 있는 것 같은데 아닌척하고 있으면 그 사람이 되게 불편해져요 저는. 근데 (강예원) 언니도 그렇더라고요.
서로 편하게 직설적으로 얘기하고. 다른 사람들은 상처받는 말들일지는 몰라도 저는 그게 오히려 재밌었고, 속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겉으로 말하는 게 더 편하고 좋거든요. 그러다보니 서로를 위해주고 놓치고 있는 부분도 채워주고 그러면서 많이 친해진 것 같아요.
Q. 같이 꽃꽂이도 배우러 다니잖아요.
네 같이 배우고 있어요.(웃음) 꽃꽂이를 할 때 그 순간 집중을 하니까 아무 생각이 안 들거든요. 생각 비우기도 하고 결과물을 가지고 이야기할 때 되게 재밌어요. 사실 (강예원) 언니는 늦게 합류를 했고, 원래는 (김)성은이와 (박)시연이랑 같이 시작했거든요. (결과물은) 비슷해요. 느낌이 다를 뿐이지.
근데 (강예원) 언니는 정말 (꽃이) 180도 달라요. 재료는 분명 같은데 아예 다른 재료를 쓴 사람처럼 만들어요. 그게 또 예뻐요 엄청. (강예원) 생각 자체가 독특하고 창의적이에요.
(강예원) 연기도 마찬가지 인 것 같아요. (강예원) 언니는 한 캐릭터를 분석함에 있어서 참 남달라요. 그래서 다양하게 캐릭터가 나오는 것 같아요. (분석이) 독특한데 정말 정확해요.
Q. 작품을 찍으면서 어려웠던 연기가 있었나요?
욕 같은 게... 정말 피나는 노력을 했어요.(웃음) 욕을 안 들어본 사람은 없으니까 연기하는 게 티 날까봐 어려웠어요. 잘해야지만 본전이니까. 주변 남자 스태프분들한테 도움도 많이 받고. 처음에는 (자연스럽지 못할까봐) 불안했는데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캐릭터화 됐던 것 같아요.
Q. 평소에 욕을 잘 안 하시나 봐요?
제가 어렸을 때 욕을 좀 썼던 것 같은데 나이 들면서는 욕하는 사람을 봤을 때 불편해보이고 안 예뻐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주위에서 욕하는걸 보면 “욕하지마, 별로 안 예뻐 보여~”라고 하거든요. 그래서 전 평상시에 욕을 안 해요. 운전할 때도 안하고!
Q. 영화도 영화지만, 공개연애가 참 화제가 됐어요.
제가 데뷔 때부터 떠는 성격이 아니에요. 데뷔 하기 전에 다른 사람들은 (긴장감에) 잠도 못자고 그러는데 전 그렇지 않거든요. 근데 이번에 처음으로 떨었던 것 같아요. 마이크가 떨려서 두 손으로 잡았거든요.(웃음) 저의 자리도 아니였고... 영화에 제가 방해가 되지 않을까 했고, 회사걱정에 제 걱정도 되고 복합적으로 심적으로 불안하고 떨렸던 것 같아요.
Q. 회사와 상의 없이 한 깜짝 발표였잖아요. 주변 반응들은 괜찮았나요?
우선 회사와는 이번 일이 계기가 돼서 좀 더 소통할 수 있는, 돈독해지는 가까운 사이가 됐으면 좋겠다고 서로 말을 했어요. 저희끼리는 잘 마무리 했어요.(웃음) 주변 제 지인들은 “잘했다” “축하한다”는 얘기를 제일 많이 해줬던 것 같아요.
Q. 좋은 소식 기대해도 좋을까요?
저도 좋은 소식 들려주고 싶은데... 아직 그렇게까지는.(웃음) 좋게 만나고 있지 결혼까지는 아직 얘기를 안 하는 단계라 제가 섣불리 얘기하기가 그렇고... 그러네요.(웃음)
마침 인터뷰를 했던 이 날은 시국과 관련하여 안국역 주위가 혼잡했던 때였다. 그로 인해 한 기자는 양해를 구한 상태에서 조금 늦게 도착을 해 조심스럽게 인터뷰 장에 들어섰고, 이에 한채아는 “길이 많이 막히죠? 저도 오면서 너무 정신없더라고요”라며 먼저 말을 건네 다소 긴장돼 보였던 기자를 안심시켰다. 이밖에도 거주지가 똑같았던 기자에게 “소주 한잔 할걸. 제가 그 주변 맛집을 많이 알거든요”라며 거리낌 없는 친근함을 뿜어냈다.
“솔직한 사람은 또 솔직한 사람을 좋아하거든요. 뭐가 있는 것 같은데 아닌척하고 있으면 그 사람이 되게 불편해져요”라고 말했던 한 채아. 그런 그였기에 인터뷰가 진행됐던 1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 진솔했고, 즐거웠고, 따뜻했던 마음이 소통되는 시간이었다.
한채아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돋보였던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은 16일에 개봉해 인기리에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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