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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윤서,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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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현 기자] 문을 열고 들어서며 보인 환한 웃음이 인상적이었던 그. 악의 얼굴과 선의 얼굴, 그 모든 것을 품고 있는 배우 김윤서와 만났다.

학창시절에는 질문을 받을까 늘 노심초사였던 소심한 아이는 태어나 가장 큰 용기를 내어 대중의 앞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고 그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다양한 모습으로 수 십, 수 백 가지의 색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더 행복할 수 없는 바로 ‘지금’. 배우 김윤서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됐다.

Q. 화보 촬영 소감 들어볼게요.

제가 어제 화보를 위해 탈색을 했거든요. 그간 작품 때문에 염색도 안 했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탈색을 한 거기도 하고요(웃음). 오랜만의 bnt와 화보 촬영이라 그런지 설레기도 했고 또 드라마 촬영 마치고 첫 인터뷰가 될 것 같아서 기대도 많이 되고 즐거웠어요.

Q. 드라마 마치고 어떻게 지내고 계셨어요?

여행을 정말 많이 다녔어요. 가족 여행도 다녀왔고요. 말 그대로 온 가족이 함께 간 여행이었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많이 먹고 또 많이 자고 쉬다가 요즘 다시 운동을 시작하고 있어요. 쉴 때마다 운동이나 취미 중 꼭 하나를 배우려고 하는데 이번 기회에 암벽 타기에 도전하려고 얼마 전에는 센터도 다녀왔어요. 제가 근력은 좋은데 유연성이 좀 떨어져요. 그래도 운동하는 건 너무 좋아해요(웃음).

Q. 연기란 꿈을 꾼 배경

학교 다닐 때는 특별하게 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게 뭔지도 잘 몰랐는데 처음으로 해보고 싶다고 느낀 게 연기였어요. 당시에는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지 정말 연기를 할 수 있는 어떤 용기를 내보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고등학생 당시에 엄마 몰래 연기 학원도 다녔고, 물론 걸렸지만요(웃음). 어렸을 때는 방법도 잘 몰랐고 주변의 도움도 없었기 때문에 꿈만 꾸다 포기를 했어요. 학교 같은 경우는 제가 이과였기 때문에 건축공학과에 간 거였고요. 그때까지만 해도 뭘 하고 싶은지 몰랐고 갈 수 있는 과를 성적에 맞춰서 갔던 것 같아요. 근데 1년 정도 다니다 보니 저랑 안 맞는단 생각이 들어서 휴학을 하고 연기를 해야겠다 마음 먹고 다시 시작했죠.

결국엔 사람이 돌고 돌아도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더라고요(웃음). 그때에는 다행히 인연이 닿아서 연기도 배우고 회사도 찾고 오디션도 보고 데뷔를 하게 되었죠.

Q. 어찌보면 뒤늦게 시작해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아요.

맞아요. 연기를 늦게 시작한 것 그리고 전공자가 아니었던 것이 참 힘들었죠. 요즘에는 전공이 아닌 분들도 연기를 많이 하시고 또 그런 연기를 신선하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지만 제가 연기를 시작할 때는 스스로가 부끄럽고 창피했던 것 같아요.

오디션을 보러 가거나 감독님들을 뵈면 ‘어, 연극 영화과가 아니네’ 하시잖아요. 그러면 괜히 더 위축되기도 했고 좋은 의도로 물어보셨어도 괜히 더 신경을 쓰고 그랬죠. 아마 연기 전공이 아니기에 저 스스로 너무나 부족하다고 느끼고 여백이 크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강박적으로 공부하고 준비하고 그랬던 때가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이제는 그냥 연기가 너무 좋아졌어요.

당시에는 제가 잘못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었어요. ‘너는 왜 여기에 있니’ 그런 느낌처럼(웃음).

Q. ‘여자의 비밀’ 채서린 역을 맡으며 역할에 몰입할 수 있었는지

극 중 친 아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이를 가진 엄마 역할이었는데 다른 것은 다 괜찮았거든요. 악역이거나 이해가 안 되는 것들은 모두 제가 해야 하는 연기이기에 할 수 있었는데 아이에 대한 부분은 너무 어려운 거에요. 결혼도 하지 않았고 출산 경험도 없고(웃음). 친언니도 아직 결혼하지 않아서 조카도 없고 그러다 보니 실질적으로 아이가 자라는 것을 겪어본 적이 없는 거에요. 그러니까 아이를 다루거나 대하는 부분들, 예를 들면 아이의 손을 잡거나 안는 부분마저도 어색하고 힘들더라고요.

극 중 제 아이가 갓난 아기 일 때부터 6살 까지 나오는데 제가 안으면 아기가 엄청 울어요. 제가 편안하게 못해주니까 그걸 알 더라고요. 그런 부분들이 정말 힘들었어요.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 배우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결혼과 출산을 아직 겪지 않아서 못한 경험에 대해서는 제가 메울 수 없더라고요. 물론 겪어보지 않더라도 연기를 할 수 있죠. 모든 연기가 경험에서 우러나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런데 아이를 신체적으로 다루는 것 조차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제 연기를 모니터 해보면 아기랑 같이 있는 부분은 손을 잡는 것 조차도 어색한 거에요. 이현 언니는 아기 엄마니까 자연스럽고 너무 잘하더라고요(웃음).


Q. 연기를 해오며 느낀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아요. 악한 역을 자주 맡기도 했고요.

제가 악역을 꽤 했어요. 물론 착한 역도 했지만요.

함께 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지 못하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일이 참 힘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현장에서 만나면 거의 매일 보잖아요. 스텝들이나 연기자들이나 제게 왜 그러냐고 묻는 거죠. 극 중 역할에 대해서(웃음).

물론 그것도 제가 감당할 부분이지만 처음에 악역 연기를 할 때는 사람들이 절 보며 제가 싫다고 하면 ‘내가 연기를 잘못 하고 있는 건가?’ 이렇게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악역이 참 힘들구나, 욕 먹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죠. 그 이후에 또 다른 악역을 맡았을 때는 악역이니 욕을 먹는 게 당연하지 라고 생각을 하고 더 나쁘고 악랄하게 하고 그랬어요. 사람들이 절 못된 사람으로 알게끔(웃음).

그런데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는 그런 생각 자체를 처음으로 안 했던 것 같아요. 자주는 아니지만 연기를 하면서 정말 이해가 어렵고 힘들다고 느낀 부분에 대해서는 새벽 1시고 2시고 감독님께 연락을 드려서 이야기를 나눠 가면서 연기 자체에 신경을 많이 썼고요. 제가 욕을 먹고 안 먹고는 두 번째 문제이고 최대한 진실되게 이 역할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죠. 극 중 인물에 대해 이해하고 연기를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연기를 하다 보면 주변에 함께 연기를 하는 배우들 혹은 감독님들 마저도 연속극 속 악녀들에게 더 악랄하게 연기 해주기를 바라세요. 전 욕먹으려고 연기를 하는 게 아니잖아요. 드라마 속 역할이 나쁠 뿐이지 필요 이상으로 악랄하게 해서 욕을 먹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어차피 저는 나쁜 역할이기에 욕을 먹게 되어 있는데 더 해야 한다는 그런 반응들이 좀 힘들었어요. 물론 그렇다고 제가 제가 왜 욕을 먹어야 하냐고 반발 할 수는 없지만(웃음). 막상 그런 상황에서 대본을 보고 연기를 하려면 힘들었던 부분이죠.

Q. 아무래도 대중들이 가진 드라마 속 악녀에 대한 기대치가 주인공 만큼이나 크기 때문일거에요.

맞아요. 이현 언니랑 촬영 중에 밥을 먹으러 가면 식당에 계신 아주머니들이 저 보고 그만 좀 하라고 그러시죠. 이현 언니 보고 얘가 괴롭히면 본인에게 이르라고 하시기도 하고(웃음). 그래도 그건 귀엽죠.

예전에는 사람들이 제 연기를 보고 욕을 하고 싫어하시면 세상이 끝나는 기분이었어요. 그런데 그게 정말 잠깐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대중의 시선에 휘둘리면 안 되는구나 내가 할 일은 연기이고 그걸 그저 열심히 하면 되는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Q. 그렇다면 가장 ‘김윤서’다웠던 배역은 무엇이었는지

나쁜 역도 저였고 착한 역도 저였고 모두 제 안에 있는 모습들이었던 것 같아요. 제게도 악한 부분, 선한 부분들이 있다고 느껴요. 물론 선한 연기를 하면 맘이 더 편하고 그런 부분들은 있지만요. 그래서 모두 저 같았던 역이었다고 생각해요. 배역에 따라 겉 모습은 달라지지만(웃음).

Q. 분위기도 달라지잖아요.

그게 극명하게 느껴지는 게 제가 악역을 하면 살이 정말 많이 빠져요. 선한 역을 하면 얼굴에 살도 오르고요. 제가 ‘여자의 비밀’을 찍기 전에 ‘별난 며느리’란 드라마를 찍었는데 종갓집 며느리 역할이니까 평소의 저처럼 살이 올라 있었거든요. 그런데 ‘여자의 비밀’을 하면서 당시에 함께 한 스텝인데도 절 못 알아 보시는 거에요. 살도 많이 빠지고 인상도 바뀌고 그런 차이가 있어요. 몸무게 자체도 달라지고요.

Q. 꼭 한번 맡고 싶은 캐릭터도 있을 것 같아요.

착한 것, 나쁜 것의 기준이 아니라 일상적인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드라마를 많이 해오면서 해양 경찰이나 의사, 여배우 역할 같이 극적인 배역이 많았는데 일상적인 역할 혹은 사람 냄새 나는 그런 배역을 하고 싶어요. 그간 힘을 너무 많이 줬으니까요.


Q. 김윤서의 가장 큰 용기

저는 사실 정말 소심한 아이였어요. 초등학생 때는 선생님이 수업하시면서 질문할 까봐 무서워서 숨는 애들 있잖아요. 그 정도로 소심하고 소극적인 아이였는데 자라면서 좀 변했어요. 지금 제가 이렇게 연기를 하고 사람들과 잘 지내고 이러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요.

생각해 보면 제가 연기를 하고 있는 것 자체가 가장 용기 있는 일이 아니었나 생각해요.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 누군가의 시선을 받는 것도 싫어했던 제가 이렇게 된 것도 정말 많은 용기를 낸 것 같아요.

Q. 배우로서 김윤서에게 화양연화와도 같았던 순간

제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거든요(웃음). 저는 지금이라 얘기 하고 싶어요. 과거는 지나간 일이고 미래는 우리가 어떻게 될 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지금 현재를 가장 즐겁게 사는 것이 정말 힘들지만, 정말 하고 싶은 일이잖아요. 그래서 그걸 가장 우선시 하고 싶고 그렇게 살고 싶어요. 지나간 시간을 화양연화라고 생각지 않고 싶어요. 지나간 시간에 사는 것 같잖아요. 현재에 어떻게 살고 있느냐가 저의 과거이자 미래가 되는 거니까 더욱 그렇게 살려고 노력해요.

Q. 김윤서의 이상형

매번 바뀌고 한마디로 정의할 순 없어요. 그래도 변하지 않는 것은 타고난 인성에 대한 것? 저는 나쁜 남자는 정말 안 좋아하거든요. 그런 것에 매력을 느끼지 않아요. 그래서 인성이 좋고 예의가 바른 사람이 좋아요. 따뜻한 인성은 어떤 것으로도 가려지지 않는다 생각해요. 한 가지 더한다면 끊이지 않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외적인 것을 굳이 꼽자면 웃는 모습이 예쁜 사람이 좋은 것 같아요(웃음).

Q. 꾸준히 마른 몸매를 유지하는 비결

평소에는 정말 잘 먹어요. 예민한 역을 할 때는 어쩔 수 없이 빠지더라고요. 그때 체중 변화가 좀 심한 것 같아요. 평소에는 운동도 꾸준히 하고요. 꼭 하는 것은 꾸준히 체중계를 재는 것이에요. 계속 각인이 되니까 관리를 하게 되더라고요. 자기 전이나 아침에 일어나서 꼭 한 번씩은 재는 게 좋은 것 같아요.

Q. 다시 태어나도 배우가 되고 싶은지

네. 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웃음). 지금 하는 일이 너무 좋고 재미있어요. 물론 너무 힘들지만 또 그래서 가끔은 하고 싶지 않다고 느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하고 싶어요. 대신 다음 생애는 남자 배우로 태어나고 싶어요. 여배우는 해 봤으니까. 하하.

여배우로서 좋은 점도 있지만 가끔은 그 여배우란 단어에 이중적인 이미지가 있는 것 같다 느끼기도 해요. 남배우란 단어는 없잖아요. 그래서 다음 생에는 남자 배우로 한번 태어나보고 싶어요.

Q. 2017년, 배우로서 김윤서의 목표도 듣고 싶어요.

배우로서 저의 목표는 항상 같아요. 연기를 잘 하는 것, 좋은 배우가 되는 것이죠. 그런데 좋은 배우란 것의 정의는 제가 생각한 것과 대중의 생각 사이의 갭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래도 여전히 연기를 잘 하고 좋은 배우가 되는 것이 저의 목표에요.

좋은 배우란 뭘까 늘 고민 할 것 같고 진실되게 연기 하겠다는 것 그리고 진심을 늘 통한다는 것 그 마음을 가지고 연기를 하고 싶어요.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요(웃음).

기획 진행: 박승현, 배아름
포토: 김연중
영상 촬영, 편집: 정도진, 박수민
의상: 살롱 드 서울, 루트 1
슈즈: 라니아 로즈
헤어: 순수 이야기점 꽃비 디자이너
메이크업: 순수 이야기점 오길주 실장
장소: 류케이웨이브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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