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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루시드 드림’ 강혜정과 함께한 1시간이 5분 같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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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림 기자] 강혜정과 함께한 1시간이 이렇게 흘러갈 줄 몰랐다.

배우의 삶과 엄마의 삶, 아내로서의 삶까지 현명하고 감사하게 살아내고 있는 배우 강혜정을 2월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감독 김성호)’ 이후 영화 ‘루시드 드림(감독 김준성)’으로 3년 만에 스크린 복귀에 나서는 강혜정은 영화 속 대호(고수)의 오랜 친구이자 정신과 의사 소현 역을 맡아 색다른 변신을 시도했다.

영화 속 지적이고 명석한 캐릭터 때문이었을까, 다소 냉소적일 수 있을 것이란 오산은 강혜정을 마주한 순간 눈 녹듯 사라졌다. 주변을 밝히는 특유의 따뜻하고 편안한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냥 주워들을 수 없어 듣는 이로 하여금 다시 한 번 곱씹게 만든다. 그를 마주한 1시간이 빠르게 가고 있었다.

Q. 시간이 참 빠르다. 3년이 지나고 새 작품으로 돌아왔다.

“‘루시드 드림’ 시나리오를 정말 재밌게 읽었다. 젊은 감독님이 상상해 낸 세계가 궁금했다. 감독님을 만났을 때, 그것에 대한 세계가 굉장히  구체적이고 확고하게 있으시더라. (감독님을) 믿고 따라가는 느낌이었다. 연출하는 첫 장편 상업 영화인데 조급해하거나 판단이 안 되는 그런 모습이 단 한 번도 없었다.”

Q. 자각몽, 실존하는 꿈에 대한 이야기다.

“꿈은 길몽, 태몽, 흉몽 세 가지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영화를 하기 전엔 잘 몰랐다. 그런데 영화 자료들을 보니까 정말 엄청나더라. 꿈속에서 내가 원하는 설계를 통해 뭔가를 만들 수도 있고, 원하는 인물들을 지정해 세워놓을 수도 있고. 곧 꿈속에서 ‘이건 꿈이구나’라고 자각하는 순간, 내 마음대로 꿈을 설계할 수 있는 거다. 수준이 높은 분들은 어제 꿈이 끝난 그 순간부터 다음 꿈을 이어서 오늘 꿀 수도 있다더라.”

Q. 소현이란 캐릭터, 어느 부분이 가장 매력적이었나.

“소현은 학문적인 공부를 꾸준히 해온 인물이라 원리원칙이 굉장히 강한, 증명되지 않은 것에 대한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다. 이러한 캐릭터가 대호(고수)의 절박함으로 인해 흔들린다. 증명되지 않은 방법을 통해 한 아버지의 절박하고 집념 있는 믿음 때문에 아이를 찾아 나가는 모습에서 얻어지는 감동이 있었다.”

Q. 지금까지의 작품 속 맡은 캐릭터 중 가장 명석한 인물이다.

“대사를 입에 붙게 한다는 게 암기만으로 되는 건 아니다. 즐겨 쓰는 방법은 아니지만 대사를 녹음해서 귀로 많이 들었다. 내 귀에 어색하면 다른 사람 귀에도 어색해지니까. 감독님도 많이 도와주셨다. 자료도 많이 주셨고, 그걸 토대로 많이 공부했다.”

Q. 머리카락을 짧게 잘랐다. 작품 안에서는 첫 숏컷이다.

“머리카락에 미련이 없다. 사실 커트 머리를 하고 나서 딸 하루와 닮아 보인다는 이야기를 난생 처음 들어서 좋다. 항상 아빠 닮았다고 했는데. 거기에서 오는 신선함도 있었다. 난 사실 작품 밖에서는 항상 짧은 머리를 고수해왔었다. 심지어는 어렸을 때 화장실에서 내가 직접 머리카락을 자르기도 했다.”


Q. 공백기가 있었다. 작품을 더 하고 싶었을 것 같다.

“그런 생각은 항상 있었다. 그렇지만 열망이 있다가도 살아가다 보면 언제 열망이 들끓었는지 하루하루 치이게 되지 않나. 3년이란 시간이 흐른 줄 몰랐을 만큼 바빴다. 그냥 내 딸이 3살 더 먹은 것 정도의 생각?(웃음) 집에서 아이 보는 엄마들 상당히 바쁘다.”

Q. 가정을 이루고 나서부터 세상이 많이 달라 보일 것 같다.

“이전엔 세상은 다이내믹했고, 나도 그렇게 살아야한다고 생각해 생명줄을 여러 개 달고 살았다. 하나 끊어지면 또 다음 것, 그렇게 겁 없이 살았다. 그런데 가정을 이루고 보니까, 조심성도 생기고 작은 것들에 더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더라. 세상에 생각보다 즐겁고 재밌는 일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옛날에는 다크하고 어두운 것들이 카리스마 있고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개나 줘버려’ 이런 생각?(웃음)”

Q. 결혼 후의 삶. 어떤가.

“옛날에는 둘이 알콩달콩한 게 좋았노라면, 가정을 이루고 난 다음에는 아이를 재우고 나서 둘이 수다 떠는 게 좋다. 치킨에 맥주를 먹든, 사이다를 먹든, 밤이 되면 야식을 그렇게 먹는다. 쓸데없는 소리도 많이 하는데 그것도 재밌다. 한 배우자랑 50년 이상을 살아야하는데 두 사람의 하루의 한 순간이 이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너무 정적이거나, 완벽하거나, 그런 거 말고 조금 이상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재밌어지면 살맛이 난다. 더 잘 살아진다.”

Q. 배우라는 직업, 후회한 적 없나.

“굉장히 매력적인 직업이기 때문에 후회하진 않는다. 하지만 성격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은 있었다. 나는 버스를 타도 끝 구석자리에 앉았고, 학교에서도 제일 안 보이는 곳에 앉았다. 눈에 띄는 걸 별로 안 좋아했고, 도드라지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다.”

“그런데 배우는 굉장히 도드라지는 직업이라 처음에 상당기간 동안은 그 딜레마에 많이 빠졌던 것 같다. 사람들이 알아봐주고, 사랑해주고, 그런 것들을 즐기는 분들도 많은데 난 부담스럽고 힘들어했던 타입이다. 그러다 내 자신을 잃게 될까 두려웠다. 그러다 자신감 결여까지 왔지만 그런 과도기를 겪고 나니 급격한 변화가 찾아왔다. 지금은 나뿐만 아니라 가족 패키지로 사랑받는 입장이지 않나. 감사한 마음이 크다.”

Q. 아직도 본인의 연기 보는 게 어색한가.

“아무리 연기하면서 몰입을 하고 있어도, 이상하게 뇌 한 켠 으로는 이걸 모니터하고 있는 것 같은, 신경 쓰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데 가끔 연기할 때 정신을 놓을 때가 있다. 자주는 아니지만 굉장히 생리적으로 연기하고 있을 때가 있다. 그렇게 연기한 장면을 볼 때는 편하다. 내가 한 연기를 보는 것, 아마 평생 어색하지 않을까.”


Q. 눈에 띄는 후배가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한예리 씨를 너무 좋아한다. 매번 어울리는 옷만 입기는 물론 힘들 수 있다. 근데 한예리 씨가 자기 몸에 딱 붙는 옷을 입었을 때의 그 매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영화 ‘코리아’를 보고 깜짝 놀랐다. 너무 매력적인 배우다. 개인적으로 되게 좋아한다.”

Q. 강혜정의 꿈이 궁금하다.

“내 역할을 잘 해내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누구의 딸과 언니, 동생으로서, 배우로서. 내 주어진 역할을 잘 살아갔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강혜정에게 행복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되레 반문했다. “행복은 뭘까요? 한 사람씩 말 해봐요. 인터뷰 시간이 다 됐나요? 시간 조금만 더 주세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순간의 뿌듯함과 행복을 느끼는 것”이라 답하자 강혜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말씀하신 이것들을 지켜내는 게 행복 아닐까요? 살면서 제일 하기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지키는 것이었어요. 가족의 생계를 지키고, 의리를 지키고, 무언가 지켜내는 것. 그러다 스트레스도 받고 우울의 나락으로 빠질 수도 있죠. 하지만 결국엔 지켜내는 그 무엇이 이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돼줘요. 그 계기를 통해 진짜 소중하고 가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도 찾게 됐고요. 감사하게 생각해요. 많이 배웠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켜내는 게 제겐 가장 큰 행복이에요.”

인간 강혜정은 그렇게 묻는다. “당신의 행복은 무엇인가요?”

그의 팬이 되기로 작정한 이는 답한다. “행복한 당신을 오랫동안 볼 수 있는 게 제겐 행복일 것 같아요~”

한편 영화 ‘루시드 드림’은 2월22일 개봉, 전국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사진제공: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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