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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즌’, 한석규 가라사대 “독특한 주제의 매력적인 이야기”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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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재 인턴기자 / 사진 백수연 기자] 한석규가 악역에 도전한다.

영화 ‘프리즌(감독 나현)’의 제작보고회가 2월14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CGV 압구정에서 개최됐다. 이날 현장에는 나현 감독, 한석규, 김래원, 정웅인, 조재윤, 신성록이 참석했다.

‘프리즌’은 감옥 안에서 완전범죄를 설계하는 죄수들의 왕 익호(한석규)와 검거율 100%의 잘 나가는 경찰이었지만 교도소에 수감된 꼴통 유건(김래원)이 그리는 범죄 액션 영화로, 밤이 되면 죄수들이 사회로 나가 범죄를 일으킨다는 설정이 화제를 모으는 작품이다.

이와 관련 나현 감독은 “첫 촬영부터 오늘 제작보고회까지 딱 1년이 걸렸다”며, “시나리오 관련으로 따진다면 ‘프리즌’은 제게 있어 열 번째 작품이지만, 감독의 자격으로 필모그래피를 돌이켜 본다면 이번 작품은 제 첫 번째 결과물이다. 출연진의 혼신을 담은 연기와 스태프들의 열의가 고스란히 녹아있으니 관심 부탁드린다”고 작품을 소개했다.

제작보고회 현장의 주인공은 단연 한석규였다. 1991년 MBC 공채 탤런트 시험에 합격했던 것을 시작으로 현재는 영화계의 거목으로 우뚝 선 그는 27년이라는 연예계 생활 동안 그간 높고 낮음의 등락을 겪긴 했지만, 여전히 대중의 사랑을 받는 몇 안 되는 배우 중 하나다.

그런 한석규를 향해 취재진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던 것은 아주 당연한 일. 관객석과 무대의 거리는 배우와 기자 사이에 지켜야 될 심리적 거리처럼 멀다면 멀었지만, 그를 지켜보고 얘기를 귀담아 듣기에는 문제없는 지근거리였기에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관심이 쏠렸다.


2014년 개봉했던 영화 ‘상의원’ 이후 3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한석규는 “나현 감독과는 ‘프리즌’ 전부터 인연이 있었다. 저한테 ‘현대악인전’이라는 시나리오를 제의했는데 소위 말해서 영화가 엎어지는 바람에 그렇게 흐지부지됐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시간이 흘러 제게 다시 시나리오를 건넸는데 그것이 바로 ‘프리즌’이었다. 좋더라. 독특한 주제와 소재를 가진 참 매력적인 이야기였다. 단숨에 시나리오를 읽었고, ‘해봅시다!’며 빠른 출연 결정을 내렸다. 오늘 입장할 때 나도 모르게 나현 감독을 꼭 안아주며 깊은 포옹을 나눴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나현 감독이 수고가 많았다”고 작품의 출연 계기를 밝혔다.

‘프리즌’에서 한석규는 죄수들을 진두지휘하는 권력자이자 교도관들조차 발밑에 두고 교도소를 쥐락펴락하는 절대 제왕 익호를 연기한다. 악역과 한석규. 1995년 개봉했던 영화 ‘닥터봉’부터 개봉을 앞둔 ‘프리즌’까지 총 22편의 주연작을 필모그래피에 올렸던 한석규지만 그와 악역은 묘하게 어울리지 않는다.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찬찬히 따져보면 그가 아예 악역을 기피했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여전히 대중의 머릿속의 한석규는 영화 ‘접속’의 라디오 PD이자, ‘8월의 크리스마스’의 사진사이다.

그리고 하나 더. ‘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땐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라는 광고 카피로 익숙한 한 통신사 광고에서 나지막이 귓가를 울리는 그의 꿀 성대까지. 아마 90년대에 ‘스윗남’이라는 별명이 있었다면 분명 그만큼 잘 어울리는 배우는 없었을 것이다.

이런 고민은 한석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영화의 시나리오가 재밌긴 했지만, 먼저 머릿속을 스쳤던 생각은 ‘이건 내가 하기 정말 힘든 역이다’라는 곤란함이었다. 배우라면 누구나 본능적으로 두려운 역할이 있을 텐데 ‘프리즌’의 익호가 그랬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아까 영상에서도 나왔지만, 촬영은 제 말투를 없애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익호라는 인물에게 한석규의 익숙한 점은 가장 큰 단점이었고,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주위 사람들에게 많이 묻고 들으면서 연기했다”며 순탄치만은 않았던 악역 도전기를 소개했다.


제작보고회를 마무리하는 끝인사를 위해 마이크를 든 한석규는 갑자기 배우 잭 니콜슨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가 가진 그릇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어떤 질문에도 막힘없는 달변을 이어가던 한석규가 전하는 마지막 이야기는 배우, 연기 그리고 영화였다.

그는 “지나가는 시간을 보면 휙휙 지나간다. 여러분들과 20년 좀 넘어가는 세월을 함께 했다”며, “아침에 갑자기 배우 잭 니콜슨 생각이 났다. 대학생 때부터 정말 좋아하는 배우인데 어느 순간 몇 년 전부터 보이지 않았다”고 운을 뗐다.

“최근 잭 니콜슨에 관한 어떤 기사를 읽었다. 대사가 기억나지 않아 은퇴했다는 내용이었다. 기사가 남다르게 다가오면서 ‘나도 언젠가 저렇게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의 연기는 제 추억 속에 영원하다는 점이다. 액터라는 직업이 그렇다. 여러분들에게 평생 남을 관계로 남고 싶다”며 대배우의 담백하지만 묵직한 소회를 전했다.

더불어 그는 “액터인 저는 제 몸을 빌어서 관객들에게 어떤 얘기를 전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 대학교 때 영화라는 것을 그렇게 배웠다. 영화, 연극에 대한 제 강박관념이다”며,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자꾸 매달리게 된다. ‘프리즌’을 통해서 2017년 관객들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제가 생각한 답은 있다. 저뿐만 아니라 동료 배우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프리즌’을 보고 대중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응원 부탁드린다”고 성원을 당부했다.

한편, 영화 ‘프리즌’은 3월23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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