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재 인턴기자] 낯설거나 혹은 익숙하거나.
월요일은 하나, 화요일은 넷, 수요일은 셋... 일요일은 열하나. 다름 아닌 요일마다 공중파에서 방송되는 예능의 개수다. 음악 방송을 제외하면 일주일에 총 37개 예능들이 안방극장에 명함을 돌리는 상황. 하지만 새로움을 향한 대중의 갈구는 언제나 영원하기에 준비했다. 49금부터 ‘창방’까지 제멋대로 제안서.
#19금을 넘어서는 49금 토크쇼...‘신동엽-권오중-라미란’
신동엽을 표현하는 단어로 ‘동엽 신(神)’만큼 적확한 별명은 없을 것이다. 19금 개그의 1인자라는 이 별명처럼 신동엽의 진행에는 언제나 야릇한 무엇이 담겨 있고, 방송 매체의 딱딱함은 그의 아슬아슬한 멘트 아래 부서지며 시청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이런 신동엽의 재기(才氣)가 빛을 발했던 프로그램을 꼽으라면 단연 재작년 종영된 JTBC ‘마녀사냥’을 들 수 있다. 여기서 신동엽은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촌철살인 같은 멘트들로 유화시켰고, 그의 황금 어록들은 여전히 높은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연애와 성(性)은 시대의 화두다. 19금 스페셜리스트 신동엽과 함께 짝을 맞춰 다시 한번 매체의 답답함을 부숴버리고, 대중에게 사이다를 안겨줄 예능인은 과연 누가 있을까?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배우 권오중이다. 그는 ‘마녀사냥’보다 무려 1년 먼저 방송됐던 MBC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의 ‘트루 맨 쇼’ 코너에서 “타이밍을 놓쳤어요”를 비롯한 지금도 회자되는 농밀한 토크를 선보이며 수컷의 향기를 물씬 풍겼던 바 있다.
배우 라미란도 빠질 수 없다.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1969년도를 “조금 야한 연도”라고 무심하게 답했던 그는 tvN ‘현장토크쇼 택시’에서 음주 후 나체로 뛰쳐나간 적 있다고 말하며 여배우답지 않은 솔직함을 뽐냈다. 결국 “단단하니까! 좋지?”라는 카피로 유명세를 탔던 밀폐 용기 광고의 주인공은 현재 신동엽에서 라미란으로 바뀐 상태다.
19금 토크의 어벤져스인 세 사람이 진행하는 49금 토크쇼는 어떨까?
여기서 49금은 19금보다 더 진한 농도라는 보편적 뜻 대신 ’신동엽(45)-권오중(45)-라미란(41)’ 또래의 40대 이상 게스트만 초대한다는 의미다. 그들 각자의 ‘엉뚱’ ‘엉큼’ ‘솔직’ 매력이 어우러진 토크의 장(場)이라면, 지난 2013년 대한민국을 달궜던 청년의 성(性)에 이어 중년의 성(性)이 다시금 안방극장을 달구는 새로운 화두로 자리매김하지 않을까.
#깔끔함이 남다른 세 남자의 로드 버라이어티...‘허지웅-정형돈-기안84’
청결은 예능의 스테디셀러다. 단지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우리 집보다 약간 어지럽거나 깨끗할 뿐인데, 카메라가 비추는 거실은 순식간에 스타의 산실이 된다. 정리정돈 되지 않은 집의 누군가는 게으르고 나태한 이미지, 깔끔한 집의 아무개는 성실하고 부지런한 이미지를 얻어 캐릭터 경쟁의 예능계에서 한 사람 몫은 능히 해내는 인재로 거듭난다.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작가 허지웅이다. SBS ‘미운 우리 새끼’를 통해 ‘깔끔남’으로 거듭난 그는 10가지가 넘는 도구로 수 시간에 걸쳐 차를 닦고, 집에 음식 냄새 배는 것이 싫어 도시가스를 신청하지 않은 가히 청결의 아이콘이다.
더불어 생각나는 사람은 개그맨 정형돈이다. MBC ‘무한도전’에서 공개되었던 그의 집은 먼지가 수북히 쌓인 바닥부터 어느새 묵은지로 변신한 바나나까지 상상을 뛰어넘는 불청결이 넘쳐났고, 이는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정형돈의 대표 이미지다.
한 사람 더 있다. 바로 작가 기안84다. 사실 그는 귀차니스트 혹은 미니멀리스트에 가까운 인물이지만, 밥그릇이 없어서 냉면 그릇을 원 소스 멀티 유즈로 사용하고 냄비 대신 커피포트에 라면 끓이는 모습은 분명 허지웅이 옆에서 봤다면 기겁할 행동들이 분명하다.
남다른 청결도를 가진 세 남자가 쓸고 닦는 청소 버라이어티는 어떨까?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처럼 ‘깨끗한 놈’, ‘더러운 놈’, ‘귀찮은 놈’을 자처하는 출연진이 시청자의 공간을 청소하는 내용으로, 가정집뿐 아니라 월드컵 경기장처럼 상상 너머 공간의 청소를 맞닥뜨린다면 이런 의외성이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더불어 허지웅은 치우고, 정형돈은 그를 놀리고, 기안84는 그런 둘 모두에게 지적받는 그림, 괜찮지 않을까.
#요리꾼들의 군침 도는 창업 리얼리티...’최현석-백종원-홍석천’
스타들의 냉장고를 엿보고 더불어 셰프들의 요리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JTBC ‘냉장고를 부탁해(이하 냉부해)’는 단언컨대 쿡방 ‘열풍’의 시발점이었다. 주방의 밥 짓는 냄새가 온 집안에 퍼져나가는 것처럼 ‘냉부해’의 성공은 공중파와 케이블을 가리지 않는 일종의 요리 신드롬을 일궈냈고, 그 중심에는 셰프 최현석이 있었다.
최현석은 지난 1995년부터 요리를 시작한 22년 경력의 베테랑이다. ’냉부해’ 이전부터 푸드TV ‘셰프 최현석의 크레이지 타임’, 올리브TV ‘올리브쇼’ 시리즈 등에 출연하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허세 셰프’ 이미지를 쌓았고, 특히 머리보다 높게 들어 올린 오른손으로 소금을 흩뿌리는 시그니처 동작은 그를 연예인 못지않은 스타로 만들었다.
쿡방의 스타를 이야기하니 떠오르는 사람이 한 명 더 있다. 최현석과 같은 쿡방 스타이자 어느새 먹방도 접수한 셰프 백종원이다. MBC ‘마이 리틀 텔리비전’을 통해 ‘슈가 보이’라는 별명과 “참 쉽쥬?”라는 유행어를 얻으며 쿡방의 유행을 가속화시켰던 그는, SBS ‘토요일이 좋다-백종원의 3대 천왕’을 통해 프로 먹방러의 면모도 과시 중이다.
이미 두 사람은 올리브TV ‘한식대첩’ 시리즈에서 호흡을 맞췄던 바 있지만, 경쟁의 참가자 아닌 팔도 손맛 고수들을 평가하는 심사위원 입장이었기 때문에 본격적 케미는 대중에게 공개된 적 없는 상황. 그렇기에 ‘허세 셰프’와 ‘슈가 보이’가 가진 경력과 개성이 결합된다면, 섣부른 추측일 수 있지만 새로운 예능이 가시권에 들어올 것이다.
요리에는 도가 튼 두 사람이 만드는 창업 리얼리티는 어떨까?
레스토랑의 총괄 셰프였던 최현석과 요리와 사업을 동시에 갖춘 백종원이 매달마다 주 메뉴가 다른 팝업 스토어를 개업한다면 기존 쿡방과는 다른 사업적 요소의 추가로 전에 없던 새로움을 선사하는 장면이 예상된다. 또한, 과거 창업 방송이 음식점을 시청자에게 기부한 것과 달리 2017년 ‘창방’은 거금으로도 살 수 없는 사업 노하우로써 대중에게 기여하지 않을까.
늦었지만 이쯤에서 한 사람 또 있다. 바로 ‘이태원 큰손’ 홍석천이다. 현재, 약 7개 음식점의 사장으로 활동하는 그는 최현석의 ‘고급’과 백종원의 ‘보급’ 사이를 채우는 ‘다양성’을 선보이기에 최적화된 인물이다. 더군다나 전문 예능인이 아닌 두 사람 사이에서 진행을 이끈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 화룡점정(畫龍點睛). 방송은 외적으로도 풍부해질 것이다.
어느새 2017년 정유년 방송사 봄 개편이 약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새로운 조합의 스타들은 뱃사공이며, 신선한 포맷의 예능은 돛을 펼친 선박이다. 올해는 또 어떤 선원과 배가 순풍에 돛을 단 듯 프로그램의 성공적 런칭을 이뤄낼지 귀추가 주목된다.(사진출처: bnt뉴스 DB, SBS ‘미운 우리 새끼’ 캡처, MBC에브리원 ‘주간 아이돌’ 캡처, MBC ‘나 혼자 산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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