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림 인턴기자] “결국 그들은 그득한 ‘핑크진주길’을 걸었답니다”
SBS 수목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극본 박지은, 연출 진혁/이하 푸른바다)’이 1월26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수도권 기준 18.8%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 20부작 장정의 마침표를 찍었다.
‘푸른바다’ 마지막 회에서 인간 준재(이민호)와 인어 청(전지현)의 가슴 아픈 사랑이 결국 해피엔딩을 맞았다. 준재(이민호)의 “별거 없고 별일도 없는 시시한 마을에서 아주 시시하게 살고 있다. 아득하게 비밀스런 우리의 전설을 추억하면서”라는 내레이션과 함께 임신한 청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에 ‘푸른바다’는 또 한편의 판타지 드라마 성공궤도에 무사히 안착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특히 드라마 극본을 맡은 박지은 작가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프로듀사’ ‘푸른바다’ 까지 뜨거운 화제성을 입증한 작품들을 연달아 줄 세우며 스타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다졌다.
이와 관련, ‘푸른바다’ 성공의 큰 축에는 스타작가 손을 거친 극본의 힘도 한 몫 자리 잡았겠지만, 흥행 보증수표로 불리는 주조연 배우들의 여럿 몫이 반할을 넘게 차지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푸른바다’의 출연진은 의심할 바 없이 모두 막강했다. 주연 전지현, 이민호를 비롯해 배우 이희준, 이지훈, 신원호, 황신혜, 최정우, 나영희, 신혜선, 문소리, 성동일, 박해수, 이재원, 신린아까지 작품의 구멍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막강 몰입도를 선사한 주요 원인은, 스토리가 가지고 있는 힘을 뛰어넘은 배우들의 막강한 대사 소화력과 존재감 때문이었다.
여기에 명품 카메오 배우 김성령, 안재홍, 차태현, 홍진경, 조정석, 심이영, 크리스탈, 김슬기 등은 극에 활력과 재미를 불어넣으며 새로운 볼거리와 분위기를 제공했다.
이와 같은 근거는 화제성을 불러일으켰던 ‘푸른바다’ 명장면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명장면, 명대사
▶ “울어봐”최고의 화제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장면이었다. 조남두(이희준)의 “울어봐” 이 섬뜩한 한마디는 방송 직후, ‘푸른바다’ 모든 영상 클립의 베스트 댓글로 선정되는 등 시청자에게 큰 임팩트와 충격을 남겼다.
돈 밖에 모르는 조남두의 실체가 다시금 드러나며 시청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게 한 장면. 그가 청을 해칠까 마지막까지 전전긍긍하게 한 시작은 바로 이 장면이었다. 소름끼치는 대사와 함께 이희준의 미묘한 표정연기와 대사톤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 “네가 선택해” 애절한 이별 키스총상을 입고 수술을 한 이후, 회복되지 않는 청에게 준재는 바다로 돌아가라 말하며, 대신 기억만은 남겨달라 부탁한다. 그럼에도 기다림의 날들을 보낼 준재가 걱정돼 기억을 지우려는 청에게 준재는 “네가 선택해”라며 이별 키스를 감행한다.
이어 청은 “선택했어”라며 준재의 입술에 키스,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애절한 두 사람의 눈빛과 대사가 단 한 회차를 남겨둔 ‘푸른바다’의 결말에 대한 궁금증을 최대로 증폭시키며, 두 사람을 떠나보내기 싫어 차라리 결말이 나지 않길 바라는 시청자들의 바람이 쇄도하기도.
▶ “어머니가 내 어머니인 게 너무 저주스럽습니다”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선과 악을 오갔던 치현(이지훈)은 악역이지만, 왠지 아픈 손가락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특히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그가 가지고 있는 선한 본성과 충돌하는 악행을 저지름에 그를 미워하면서도 시청자들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숨을 거두며 희대의 악녀인 어머니 강지현(황신혜)에게 “어머니가 내 어머니인 게 너무 저주스럽습니다”라고 힘겹게 말하는 장면은 그가 악역임에도 불구, 시청자들의 안타까움과 애잔함을 자아냈다. 이어 시청자들은 ‘진짜 약 먹고 죽은 사람 같았다’ ‘연기가 아니라 실제 같았다’ 등 그의 소름끼치게 실감나는 연기에 찬사를 보냈다.
더불어 ‘푸른바다’에서는 주조연 배우들의 연기와 함께, 넘치게 빛났던 신스틸러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특히 조정석의 카메오 출연 소식은 해당 회차 전부터 회자되며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카메오들의 활약
▶ “너 눈물 진주가 돈 되는 거 몰랐어?” 남자 인어가 있었다니!“‘인밍아웃(인어 커밍아웃)’ 절대 안돼”라며 청에게 마치 뭍에 내놓은 아이를 보호하듯 신신당부하는 남자 인어 조정석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는 청의 선생님인 동시에 유일한 청의 고향친구가 돼줬다. 귀여운 이들의 대화는 인어의 정체를 더욱 확실시 정의, 극 중 인어의 특성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특히 그는 땅에서 인어가 잘 살 수 있는 꿀팁들을 청에게 모두 전수하며 폭소를 자아냈다.
▶ 말할 때마다 주옥같은 명대사 탄생. “홍진경 씨, 거지 말고 작가 하셔야겠어요” 강남 거지 역할을 맡았던 홍진경의 대사를 듣고 있으면, 작가가 작품의 스토리라인과는 상관없이 드러내고, 말하고 싶은 것들을 홍진경의 대사로 풀어내지 않았나하는 생각까지 든다.
“저기 저 여자들 다 명품 백 든 것 같지? 잘 봐봐, 우산 없다고 가방 머리에 쓰고 다니지? 저건 짝퉁이야. 그 뒤에 여자 봐. 가방 신줏단지 모시듯이 품에 안고 가잖아, 저런 게 진퉁인거야. 겉모습은 똑같을 수 있지, 그렇지만 속일 수 없는 하나가 있어. 가방 주인의 마음. 주인을 속일 순 없잖아. 아는 거지, 자기 가방이 가짜라는 걸. 그래서 비 온다고 저렇게 우산대신 막 들고 뛰는 거지”
“원래 인생은 우연한 만남의 연속이래. 그 우연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면 좋은 인연들로 가득한 인생, 아니면 쓸쓸한 인생이 되는 거야”
“세상엔 많은 러브스토리가 있어요. 근데 그 많은 사랑 이야기들, 미사여구 떼고, 차 떼고, 포 떼고 나면 딱 한 문장이 남아. ‘있을 때 잘해’”
이렇듯 빛나는 대사들이 길거리의 강남 거지 역할인 홍진경의 입을 통해 쏟아져 나왔다. 역설적인 그의 존재에 대한 의문 마저 든다. 마지막까지 밝혀지지 않은 정체, 그의 배경은 무엇일까. 작가의 의도가 궁금하다.
이어 전체적인 극을 이끌고 나가는 배우 전지현(심청 역)은 한국 드라마에서 첫 선보이는 인어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찬사를 받았다. 환상 속에만 존재하는 인어의 모습을 높은 싱크로율로 완성, 극 중 인어 청이 전지현이 아니었더라면 단언코 저리도 사랑스러운 인어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
이와 관련, 전지현이 사랑스럽게 풀어낸 극 중 인어 청은 자신을 배척하고 다르게 보는 인간들을 사랑으로 보듬으며 시청자에게 매회 따뜻한 힐링을 선사했다.
#한 가정 한 인어 보급이 시급하다!
비록 청(전지현)은 인간이 발을 붙이고 살아가는 땅과는 다른 세계, 바다에 사는 인어지만 세상에 위로를 주며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능력을 가졌다.
그의 따뜻하고 깨끗한 마음은 준재를 비롯한 많은 인간들에게 위로가 됐다. 특히 유년시절의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는 준재의 마음을 녹이며 그동안 감추고 있던 준재의 상처를 유일하게 어루만졌던 인물이 바로 청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어린 친구 유나(신린아)가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할 때도 나타나 도움을 줬고, 인간들이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강남 거지(홍진경)에게도 허물없이 먼저 다가가 최고의 친구가 돼줬다.
또한 감정표현과 말이 없었던 태오(신원호)를 웃게 만들기도 했으며, 준재 엄마 모유란(나영희)이 어려움을 당했을 때 슈퍼맨처럼 나타나 도움을 주고 사라지기도 했다. 도대체 이 인어에게 선하지 않은 마음이 손톱만큼이라도 있기는 한 건지, 거짓말 한번에도 가슴이 마구 뛰는 그는, 그야말로 천사 인어라는 수식어가 부족하지 않을 정도다.
이쯤 되면 한 가정 한 인어 청을 필요로 할만하다. 남들한테 못하는 이야기를 본인한테 열심히 이야기 해달라는 그. 비록 가상의 극은 마침표가 지어졌지만, 다 듣고 잊어준다는 그의 말이 마치 진실이길 소망하는 시청자들의 마음이 닿아 인어 청이 어디에선가 정말 살아 숨 쉬고 있었으면 좋겠다.
“청아, 고마워~” “청과 함께해주는 준재야, 고마워~” “청과 준재 지켜준 의리남 남두야, 태오야, 고마워~”. ‘푸른바다’, 세상에 위로를 준 인어로 남아주길. (사진출처: SBS ‘푸른 바다의 전설’ 방송 캡처, 문화창고, 스튜디오 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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